입학식이 끝난 뒤 한 어머니가 복도 끝에 서 있다. 다른 부모들이 설렘과 기대로 아이의 첫 교실을 사진에 담는 동안, 그는 조용히 특수교사를 기다린다. "○○○ 엄마입니다. 우리 아이가 화장실을 혼자 못 가요. 그리고 갑자기 큰 소리가 나면 많이 놀라서…" 말을 잇지 못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수년간 쌓인 긴장이 배어 있다.
누군가에게 3월은 설렘의 시작이다. 새 교실, 새 친구, 새 시간표가 펼쳐지는 계절. 하지만 장애 아동을 둔 가정에서 3월은 또 하나의 관문에 가깝다. 담임은 누구인지, 보조 인력은 배치되는지, 교실 이동은 안전한지. 몇 해를 거친 준비 끝에야 '입학'이라는 문턱에 섰지만 마음 한켠의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들에게 3월은 출발이 아니라 버텨내야 하는 시간에 가깝다. 아이가 오늘도 무사히 교실에 머물길, 지원은 약속대로 이뤄지길, 한 해가 흔들림 없이 이어지길 바라고 또 바란다. 그들의 3월에도 설렘이 찾아올 수 있을까. 주간매일이 그 물음 곁에 섰다. 앞으로의 신학기가, 조금은 더 나아지기를 바라며.
◆ 학령기 장애아동, 준비부터 관문
장애 아동이 학령기에 접어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특수교육대상자' 신청이다. 보호자가 관할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신청하면 제출 서류 검토와 아동 관찰, 보호자 상담 등을 거쳐 대상 여부가 결정된다. 문제는 준비 과정부터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발달 지연을 입증할 각종 검사 자료를 갖춰야하기 때문이다.
발달장애 아동을 키우는 김하은(36) 씨는 아이가 네 살이던 9월 특수교육지원센터를 찾았다. 서류 준비에만 약 70만 원이 들었다. 김 씨는 "특수교육청에서 국가에서 정기적으로 받는 발달검사만으로도 가능하다고 안내하지만, 추가 서류가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인다"며 "결국 대학병원을 돌며 유전자 검사, 정신과 검사, MRI까지 진행했다"고 말했다. 동네 소아과에서 '발달지연 의심' 소견서를 받아 제출했다가 탈락했다는 사례도 적지 않다. 부모들 사이에서는 "될 수 있는 건 다 해가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 늘어나는 수요, 부족한 자리
특수교육대상자로 선정되더라도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학교 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장애 아동이 선택할 수 있는 교육 형태는 크게 두 가지다. 특수학교에 진학하거나,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에 배치되는 방식이다. 국립특수교육원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대구 지역 특수학교는 11곳(346학급·학생 2천56명)이다. 특수학급이 설치된 일반학교는 351곳으로, 519학급에서 2천601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수치상으로는 적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수요 대비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특히 시설과 전문 인력, 치료·재활 연계, 개별화교육 운영 등의 이유로 특수학교를 선호하는 가정이 많다. 수요가 한쪽으로 몰리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특수학교 입학을 두고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렇다면 일반학교 특수학급은 사정이 나을까. 김 씨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유치원 인근 초등학교 특수학급에 보내기 위해 이사까지 했지만 "과밀로 수용이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 결국 아들 임유(7) 군은 집에서 도보 1분 거리 학교를 두고 차량으로 15분 이동해야 하는 학교에 배정됐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특수학급의 적정 정원은 유치원 4명, 초·중학교 6명, 고등학교 7명으로 정해져 있으나, 시·도교육청 대부분이 과밀 특수학급 문제를 겪고 있다. 여기에 특수학교 신설을 추진할 때마다 이를 지역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설립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수학교와 특수학급 모두 자리가 없을 경우, 선택지는 더욱 제한적이다. 학부모는 거주지를 옮기거나 취학을 유예한다.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일단 일반학급에 배치한 뒤 특수학급 자리를 기다리는 방식을 택한다. 대구 중구의 한 초교에는 이 같은 '대기성 일반학급 배치' 학생이 12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학부모는 "일단 일반학급으로 신청해 두면 자리가 날 때 우선 배정된다고 해 울며 겨자 먹기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어려움을 매 년, 매 학기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초등학교 입학 이후가 아니라, 영유아 시기부터다. 김 씨는 "일반 어린이집이나 공립 유치원 특수학급 입소를 문의하면 장애전담 어린이집을 권유받는 일이 반복됐다"며 "그렇다고 장애전담 어린이집이 쉽게 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유이는 기관을 다섯 곳이나 옮겨야 했다.
◆ 장애 경중 상관없이 장벽 존재
그렇다면 장애 정도가 심하면 상황은 조금 나을까. 경증 장애 아동을 둔 부모들은 "상태가 애매하면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자조 기능이 조금이라도 가능하면 더 도움이 필요한 아이에게 자리가 돌아간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자조 기능이란 스스로 식사하거나 옷을 입고, 화장실을 이용하는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을 뜻한다.
그러나 중증 장애의 경우에도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권 군보다 장애 정도가 심한 자폐 아동을 둔 한 부모는 "우리도 사정은 비슷하다. 특수학교 자리가 없어 일반학교 특수학급에 다니며 2년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증 아동의 경우 통합학급 수업을 온전히 따라가기에는 제약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는 "행동 조절이 어려운 날이면 학교에서 '데려가 달라'는 연락이 온다"고 털어놨다.
중복장애가 많은 지체장애 아동 가정도 사정은 비슷하다. 장혜연(43) 씨의 아들 이수(16) 군은 뇌병변 중증과 지적장애를 동반한 중복장애가 있다. 자조 기능이 매우 낮아 일상생활의 상당 부분을 보호자가 도와야 한다. 이동은 기어 다니는 수준이고, 식사도 숟가락을 쥐여주면 스스로 입으로 가져가는 정도다.
이처럼 장애 정도가 중증임에도,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에 안정적으로 배치되는 일은 쉽지 않다. 거주지와 무관하게 '자리가 있는 곳'을 따라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 씨는 이를 두고 "떠돌이 생활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처음엔 범어동에서 살았지만, 장애전담 어린이집이 칠곡 경대병원 인근에 있어 그쪽으로 이사했다. 유치원은 중구에 자리가 나 다시 옮겼고, 초등학교는 명덕 쪽으로 배정돼 남구로 또 이사했다"며 아이의 교육을 따라 삶의 터전을 옮겨 다녔다. 주소는 바뀌었지만, 자리는 여전히 불안정했다.
특수학교와 특수학급 배정에는 거리 기준이 적용된다. 아이의 장애 특성에 맞는 학교를 찾더라도 거리 기준에 가로막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국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 이사를 고민해야 하는 부담은 부모에게 돌아간다.
다행히 수민 군은 초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 특수학교에 자리가 나 전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장 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아이에게 특수교육이 꼭 필요해서라기보다, 그때 마침 자리가 났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필요가 아니라 '운'에 따라 교육 환경이 결정되는 현실. 부모들이 체감하는 또 다른 장벽이다.
◆ 학교 보내도 노심초사 '가혹한 3월'
이영화(50) 씨는 매일 3교시마다 학교를 찾는다. 딸 전미진(14) 양의 화장실 이용을 돕기 위해서다. 교육청에서 지원하는 실무원(보조인력) 지원을 받고 있지만, 화장실 보조까지는 어렵다는 설명을 들었다. 결국 그 역할은 부모의 몫이 됐다.
중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여러 학교에 문의했을 때 기존 학생이 실무원 지원을 받고 있어 추가 배치가 어렵다는 답을 들은 것이다. 여학생의 경우 남성 공익요원 배치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 씨는 "학교에 보내지만 등교부터 하교까지 늘 초조하다. 직장생활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부모들은 사실상 '상시 대기 상태'에 놓인다. 수업 중 돌발 상황이나 교실 이동, 쉬는 시간 사고 가능성 때문에 먼 거리로 통학을 시키면서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학교 주변을 맴도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언제 걸려올지 모를 학교 연락에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일도 일상이 됐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문제는 학ㄹ 안에서 해결되지 못하는 걸까. 왜 수민 군도, 미진 양도 여전히 부모의 도움에 의존해야 할까. 현장은 결국 '인력 문제'를 지목한다.
◆ 부모가 메우는 교실의 인력 공백
특수교사 김화정(47) 씨는 "보조 인력은 학교별 수요 신청을 받아 교육청에서 배치한다"며 "정기 인사 체계에 따라 연 1회 배치가 이뤄지기 때문에 수시로 발생하는 요구를 즉각 반영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수학급에는 대체로 학급당 1명의 특수교육 실무원이 배치된다. 이외에도 학교 상황에 따라 사회복무요원(공익요원), 기간제 교사, 협력 강사 등이 추가로 지원될 수 있다. 그러나 총원제와 예산 제약 탓에 현장의 인력은 늘 충분하지 못하다.
또한 특수학급에 소속된 학생들도 교과에 따라 일반학급(통합학급) 수업을 병행한다. 상황에 따라 하루에도 여러 교실을 오가야 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보조 인력 1명이 여러 학생을 동시에 지원하기는 쉽지 않다. 학년과 교과에 따라 수업 방식이 달라지고, 학생별 지원 수준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결국 '배치'는 돼 있지만, 실제 교실 안에서 체감하는 지원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교사는 "통합교육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특수교사와 일반교사의 협력 구조, 충분한 보조 인력, 유연한 수업 시간 배분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수학교는 전문 인력과 환경이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증설이 쉽지 않다"며 "그렇다면 지역 거점형 소규모 특수학교를 확대하거나, 통합학교 안에서도 장애학생 중심 교육과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학부모들의 인식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중증 장애 아동의 경우 '순회교육' 형태로 교사가 가정을 방문해 수업을 진행하는 데 그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의료기기를 착용한 채로라도 집 밖으로 나와 학교 안에서 또래와 함께 배우길 바라는 부모가 늘고 있다. 교육의 공간을 가정이 아닌 학교로, 보호가 아닌 참여로 옮겨 달라는 요구다.
문제는 제도가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고 있는지다. 통합교육 확대라는 정책 방향과 달리, 현장에서는 여전히 부모의 돌봄과 희생에 기대는 구조가 반복된다. 지원 인력의 공백은 가정이 메우고, 학교 배치의 한계는 부모의 이동과 대기로 감당된다. 정책과 현실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더 이상 그 무게를 부모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