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수다]다문화학생 20만 명 시대…12개 국가, 6개 언어 오가는 논공초등학교

입력 2026-03-05 12: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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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입학한 1학년 신입생 25명 중 23명이 이주배경학생

달성군 논공초등학교 2학년1반 교실에서 러시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 학급 학생 12명 가운데 8명이 다문화 학생이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달성군 논공초등학교 2학년1반 교실에서 러시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 학급 학생 12명 가운데 8명이 다문화 학생이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국내 다문화·외국인 학생 수가 지난해 20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다를 기록,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다문화 교육 환경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3일 달성군의 한 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 들어서자 한글과 러시아어가 병기된 안내문이 곳곳에 적혀있고, 단계별 한국어 교재가 비치돼 있었다. 출석부에 적힌 이름도 국적도 제각각이었다. 학생 12명 가운데 8명(66.7%)이 다문화 학생이었다. 러시아 3명, 카자흐스탄 2명, 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필리핀 각 1명이었다.

◆ '작은 지구촌'이 된 초등학교

논공초교의 전교생은 170명. 이 가운데 다문화 학생은 90명, 부모 모두 외국인 가정 학생은 72명이다. 한국인 가정 학생은 손에 꼽힌다. 학생 국적은 12개국, 학교 안에서 오가는 언어는 6개다. 올해 입학한 1학년 신입생도 25명 중에서 23명이 외국인 가정 출신이다.

이 학교는 지금 '작은 지구촌'이다. 변화의 속도는 빠르다. 논공초의 다문화 학생 비율은 2018년 19.3%에서 지난해 52%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학생 수는 212명에서 170명으로 줄었지만, 다문화 학생은 41명에서 90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특히 부모 모두 외국인인 학생의 증가 폭이 크다.

이 변화는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논공초가 자리한 달성군 논공읍은 달성산업단지로 알려진 곳이다. 과거 이곳에서 일하던 한국인 근로자들이 대구테크노폴리스와 국가산단으로 이동하면서 공단의 빈자리를 외국인 근로자들이 채우기 시작했다. 단기 체류가 아니라 가족 동반 정착이 늘면서 초등학교가 가장 먼저 변화를 겪었다.

달성군 논공초등학교 VR스포츠실에서 5학년 학생들이 농구게임을 하고 있다. 전교생 170명 가운데 다문화 학생은 90명으로 학생 국적만 12개국에 이른다. 학교 안에서는 6개 언어가 오간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달성군 논공초등학교 VR스포츠실에서 5학년 학생들이 농구게임을 하고 있다. 전교생 170명 가운데 다문화 학생은 90명으로 학생 국적만 12개국에 이른다. 학교 안에서는 6개 언어가 오간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 국적보다 먼저 자라는 꿈

2학년 김밀라나(8·러시아) 양은 또박또박 한국어로 자신을 소개했다. "러시아에서 다섯 살 때 한국에 왔어요. 유치원에서 한국어를 많이 배웠어요" 장래희망을 묻자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라며 웃었다. 이어 최알란(카자흐스탄), 얀(우즈베키스탄), 니콜(러시아)이 차례로 자기소개를 했다.

한국어가 아직 익숙지 않은 아이들도 있다. 발음이 서툴러 질문을 망설이다가 친구의 도움을 받아 손을 드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교실 벽에는 그림 자료와 쉬운 한국어 문장이 붙어 있다. 아이들의 말문을 트이게 하는 장치들이다.

5학년 강올레그(12·러시아) 양은 전국소년체전 대구대표 선발전 육상 멀리뛰기에서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한국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구시 대표 자격은 얻지 못했다. 안상한 교장은 "초등학교 대회만큼은 국적에 따른 장벽을 낮춰 참여 기회를 넓힌다면, 이주배경 학생의 체육 인재 발굴과 함께 긍정적인 롤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아쉬워했다.

달성군 논공초등학교 VR스포츠실에서 5학년 학생들이 반친구들 게임을 응원하고 있다. 전교생 170명 가운데 다문화 학생은 90명으로 학생 국적만 12개국에 이른다. 학교 안에서는 6개 언어가 오간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달성군 논공초등학교 VR스포츠실에서 5학년 학생들이 반친구들 게임을 응원하고 있다. 전교생 170명 가운데 다문화 학생은 90명으로 학생 국적만 12개국에 이른다. 학교 안에서는 6개 언어가 오간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 러시아어권 비중, 3년 새 20% 급증

2022년 기준 논공초교의 다문화 학생은 64명이다. 이 가운데 러시아(9명), 카자흐스탄(14명), 우즈베키스탄(10명), 타지키스탄(2명), 키르기스탄(1명) 등 러시아어권 출신 학생이 36명으로 56.2%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다문화 학생이 90명으로 늘었고, 러시아(24명), 카자흐스탄(18명), 우즈베키스탄(19명), 타지키스탄(2명), 키르기스탄(3명), 우크라이나(3명) 등 러시아어권 출신 학생은 69명(76.6%)으로 증가했다. 3년 만에 러시아어권 비중이 약 20% 뛰었다.

교육부는 학생 수 100명 이상이면서 이주배경 학생 비율이 30% 이상인 학교를 '이주배경학생 밀집학교'로 분류한다. 이에 해당하는 대구 지역 초등학교는 신당초·서대구초·남동초를 비롯한 6곳이다. 한 학급에서 다문화 학생이 절반을 넘는 풍경은 더 이상 농촌의 특수 사례가 아니다.

달성군 논공초등학교 2학년1반 교실에서 러시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발표 수업을 하고 있다. 한 학급 학생 12명 가운데 8명이 다문화 학생이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달성군 논공초등학교 2학년1반 교실에서 러시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등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발표 수업을 하고 있다. 한 학급 학생 12명 가운데 8명이 다문화 학생이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 '분리' 대신 '재설계'

논공초의 선택은 '분리'가 아니라 '재설계'였다. 러시아어권 학생 비율이 높다는 점에 착안해 러시아어 이중언어 교실을 운영했다. 모국어가 러시아어인 학생과 러시아어를 배우고 싶은 학생이 함께 수업을 듣는다. 수업을 맡은 박타마라 교사는 러시아어에 능통한 결혼이주여성이다. 입학 초기 언어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위한 상담도 병행한다.

교사들의 역할도 달라졌다. '분석하다', '구하다'처럼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낯선 학습 언어를 쉬운 한국어와 모국어로 풀어낸 자료를 직접 만든다. 교실에서 자주 쓰는 표현을 러시아어로 번역해 독음을 붙인 '교실 한-러어' 자료도 제작했다. 또 '다 어울림 동아리'는 다문화 학생과 일반 학생이 1대1로 짝을 지어 활동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경험은 이중언어 말하기 대회 수상으로 이어졌다.

이태윤 교사는 "이주배경 학생 유입과 비이주 학생 유출이 동시에 일어나는 학교"라며 "한국어 학급 3개를 운영하고, 방과 후·방학 중에도 한국어 공부방을 열어 아이들이 언어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앞으로는 '다문화 학교'라는 표현 자체가 의미를 잃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달성군 논공초등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점심을 고 있다. 전교생 170명 가운데 다문화 학생은 90명으로 학생 국적만 12개국에 이른다. 학교 안에서는 6개 언어가 오간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달성군 논공초등학교 급식실에서 학생들이 점심을 고 있다. 전교생 170명 가운데 다문화 학생은 90명으로 학생 국적만 12개국에 이른다. 학교 안에서는 6개 언어가 오간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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