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이슈] 정치인 출판기념회 논란 지속…없앨까? 고쳐 쓸까?

입력 2026-03-05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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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출판기념회 행사장 입구 축하화환.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매일신문DB
정치인 출판기념회 행사장 입구 축하화환.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매일신문DB

'대한민국 헌법 21조,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여기서 출판과 집회라는 단어를 합쳐 선거철에 구현하면 바로 '출판기념회'다. 주로 출마 예정자의 책 발간을 기념하는 자리다.

이 행사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책값 명목의 돈봉투가 늘 논란이다. 올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그렇다. 불법은 아닌 출판기념회에 편법이라는 비판이 계속 따라붙는 까닭이다. 해법은 없을까?

◆법 사각지대 '눈 먼 돈' 꼬리표

정치인 출판기념회 행사장은 마치 결혼식장 같다. 결혼하는 부부 대신 출마를 결심했거나 그럴 것 같아 보이는 정치인이 무대에 오르는 행사장의 입구는 축하화환이 늘어선 풍경부터 똑닮았다. 돈봉투를 지참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접수대에 내고 방명록을 적는 것까지는 같은데, 식권이 아니라 책을 받는 게 좀 다를 뿐.

그렇게 모인 돈이 얼마나 되는지 주최 당사자만 알 수 있는 건 결혼식과 출판기념회의 핵심적인 공통점이다. 출판기념회에서 모인 돈은 정치후원금과 달리 선거관리위원회에 수입·지출 내역을 보고할 의무가 없으며 모금 한도 역시 법에 규정돼 있지 않다.

이렇게 눈 먼 돈이 모이는 출판기념회는 일찌감치 일부 정치인이 악용한 바 있다. 2013년 당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을 맡고 있던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은 출판기념회에서 유관기관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로부터 축하금 3천360만원을 받았다. 이에 대해 법원은 신 의원이 사립유치원 특혜 내용이 담긴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한 대가, 즉 뇌물성 후원금으로 봤다. 2017년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이 최종 선고된 사례다.

지난해 6월 25일 당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이마를 만지고 있다. 이날 과거 2차례 출판기념회로 2억5천만원의 수익을 얻은 것에 대해
지난해 6월 25일 당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이마를 만지고 있다. 이날 과거 2차례 출판기념회로 2억5천만원의 수익을 얻은 것에 대해 "국민 일반의 눈으로 봐서는 큰 돈이지만, (출판기념회)평균으로 봐서는 그다지 과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답변해 논란이 일었다. 연합뉴스

이후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출판기념회는 꼭 불법성이 보이지 않더라도 의심의 눈초리와 비판 여론이 향하는 타깃이 됐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해 인사청문회 때 좋게 보면 '솔직한', 동료 정치인들이 봤을땐 '순진한' 고백으로 불을 지폈다. 그는 지난해 6월 25일 이틀째 청문회 일정에서 과거 2차례 출판기념회로 2억5천만원의 수익을 얻은 것에 대해 "국민 일반의 눈으로 봐서는 큰 돈이지만, (출판기념회)평균으로 봐서는 그다지 과하지 않을 수 있다"고 답변, 되려 여론을 악화시켰다.

정치인 출판기념회가 아이돌 팬미팅과 닮은 점은 수만원에서 10만원대로 형성된 팬미팅 티켓(돈봉투)과 대신 선물로 주는 아이돌 굿즈(책)정도다. 차이점은 아이돌 팬미팅 수익은 국세청에 신고돼 세금도 납부한다는 것이다. 이에 김 총리에 대해서는 단 2차례 쇼로 억대 수익을 거둔 데다 세금 한푼 내지 않은 걸 아무렇지 않게 실토해 국민적 분노가 쏟아졌던 셈이다.

지난해 12월 20일 책
지난해 12월 20일 책 '이태훈의 길' 출판기념회를 열어 대구시장 출마 채비를 드러냈던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 이태훈 구청장 페이스북

◆'꼼수' 논란에 '계륵' 처지

출판기념회 개최를 출마 선언으로 이해한 지지자들이 황당해 한 사례도 최근 잇따랐다. 이태훈 대구 달서구청장이 지난해 12월 20일 책 '이태훈의 길' 출판기념회를 열어 대구시장 출마 채비를 드러냈다가 올해 2월 2일 돌연 출마 포기 선언을 했던 것.

3선 구청장인 그가 지난 2023년 12월 2일 22대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을땐 그에 앞서 출판기념회 같은 출정식 성격의 행보를 보이지 않았기에 이번처럼 지지자들이 혼란스러워할 일도 없었다. 그러면서 의구심이 향하게 된 출판기념회 수익의 향방은 향후 공직자 재산신고 액수 변동 내역정도로만 추정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구청 직원 2명이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후 승진 대상자가 된 맥락을 두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구지역본부 달서구지부가 지난해 12월 23일 인사 철회 촉구 집회를 여는 등 논란만 더해졌다. 달서구는 적법한 절차를 거친 인사라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 2월 3일 열린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책
지난 2월 3일 열린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책 '빛의 혁명 빛의 명령' 출판기념회 현장. 서영교 의원 페이스북

이어 2월 23일엔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위한 여정을 중단한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지난 1월 15일 서울시장 도전을 표명하고 2월 3일 자신이 지은 '빛의 혁명 빛의 명령' 출판기념회를 열었던 걸 신속히 물린 맥락이다. 이 행사는 여러 참석자가 책 가격(2만5천원)을 넘어서는 돈이 담긴 봉투를 현금수거함에 넣는 모습이 여러 언론 보도로 전해지며 화제가 됐다.

서 의원은 공교롭게도 당 공천관리위원회 면접 직전 출마 의사를 접었는데, 출판기념회 돈봉투 논란에 대한 부담을 의식한 건지 시선이 향한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 2월 20일 경기아트센터에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지난 2월 20일 경기아트센터에서 '대통령의 쓸모' 출판기념 토크 콘서트를 열고 내빈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6.3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기에 더불어민주당의 경기도지사와 경기도교육감 등 각급 선거 출마 예정자들이 집결했다. 연합뉴스

물론, 꼭 선거 출마자가 아니더라도 상시 출판기념회를 열 수 있다는 항변이 가능하다. 이재명 대통령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진행한 자신의 책 '대통령의 쓸모' 전국 순회 출판기념회가 대표 사례다. 지난 2월 12일 서울 국회 행사에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군(서영교·박주민·전현희·김영배 의원 등)이 집결한 걸 시작으로 2월 20일 경기 수원 행사 땐 경기도지사 후보군(김동연 현 지사와 추미애·한준호·권칠승 의원, 양기대 전 의원 등)이 참석하는 등 지선 특별판 민주당 전당대회를 방불케 했다.

즉각 '꼼수'라는 비판이 나왔다. 2월 13일 국민의힘은 김 전 부원장이 대장동 사건으로 2심에서 징역 5년 선고를 받고 수감 생활을 하다 지난해 보석으로 풀려나 있으면서 이같은 출판기념회 행보를 밟고 있는 데다 민주당 유력 인사들이 대거 출동하는 모습을 두고 "민주당은 '범죄자 전문 병풍 부대'"라고 일갈했다.

다만, 한편으로는 '범죄자라도 써서(?)' 전국 순회 행사를 열어 지선 흥행몰이를 할 만한 콘텐츠가 국민의힘엔 없기에 부러움 섞인 시기와 질투도 충분히 드러낼 만한 사례였다.

지난 2월 22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주호영 국회부의장 책
지난 2월 22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주호영 국회부의장 책 '주호영의 시간, 그리고 선택' 북콘서트에서 참석자들이 책을 들고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주호영 의원 페이스북

이처럼 출판기념회는 포기하기 아까운 계륵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대구 수성갑)은 대구시장 출마를 계기로 정치 인생 22년 간 단 한 번도 개최하지 않았던 출판기념회(책 '주호영의 시간, 그리고 선택')를 지난 2월 22일 개최한 자리에서 "출판기념회를 비판 받는 행사로 인식했지만 6선쯤 되니 후배들에게 뭔가 남겨야 할 의무감에 책을 썼다"고 설명했다.

6.3 지방선거 대구 달서구청장에 출마한 김형일 전 달서구 부구청장이 지난 2월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자신의 책
6.3 지방선거 대구 달서구청장에 출마한 김형일 전 달서구 부구청장이 지난 2월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자신의 책 '책임' 출판기념회 취소 공지. 김형철 전 부구청장 페이스북
6.3 지방선거 대구 달서구청장에 출마한 홍성주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지난 2월 26일 페이스북에 올린 자신의 책
6.3 지방선거 대구 달서구청장에 출마한 홍성주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지난 2월 26일 페이스북에 올린 자신의 책 '유쾌한 고집, 성주씨' 북토크 취소 공지. 홍성주 전 부시장 페이스북

또 누군가에겐 되려 리스크만 키우는 계륵일까. 비판 여론을 의식한 출판기념회 취소도 잇따랐다. 대구 달서구청장에 출마한 김형일 전 달서구 부구청장은 지난 2월 10일 페이스북으로 자신의 책 '책임' 출판기념회 취소 공지를 전하며 "출판기념회를 둘러싼 사회적 이슈와 국민적 정서를 무겁게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뒤이어 같은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홍성주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도 2월 26일 페이스북으로 저서 '유쾌한 고집, 성주씨' 북토크 행사 취소 결정을 알리며 "출판기념회가 정치자금이나 세 과시용으로 비치며 주민들께 피로감을 주는 구태 관행을 이제는 끊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없애? 고쳐 써?…유권자 만남 순기능도

실은 출판기념회를 과감히 손 봐 계륵이 아닌 정치인과 유권자 모두에게 유익한 제도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역시 지난해 김민석 총리 청문회가 촉발했다.

조지연 국민의힘 국회의원(경북 경산). 매일신문DB
조지연 국민의힘 국회의원(경북 경산). 매일신문DB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경북 경산)은 지난해 6월 편법적 정치자금 모금 성격의 출판기념회를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집회 또는 다수 초청 형태로 일정한 장소에서 출판물을 판매하거나 입장료 등 대가성 금전을 받는 출판기념회 개최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다.

이어 조 의원은 법안이 반년 넘게 계류 상태였던 지난 2월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출판기념회는 책을 보고 오는 게 아니라 권력을 보고 오는 것이다. 그럴 일 없지만 제가 출판기념회를 연다면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분들이 눈도장 찍겠다고 오지 않겠나. 책의 정가만 내고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라고 출판기념회 자체가 문제임을 지적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국회의원(부산 해운을). 매일신문DB
김미애 국민의힘 국회의원(부산 해운을). 매일신문DB

출판기념회를 정치자금법 규율 대상에 두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부산 해운을)도 지난해 6월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는데 역시 해를 넘겨 계류 중이다. 출판기념회에서 얻는 책 판매 수익이나 참가비 등을 모두 정치자금에 포함시키는 게 법안의 골자다.

책 가격을 도서정가제나 시중 통상 가격을 초과하지 못하게 하고 1인당 구매 수량도 1권 또는 1세트로 제한하기 때문에 돈봉투에 거액이 담길 수 없다. 또 출판기념회 수입·지출 명세를 행사 종료 후 30일 내로 중앙선관위에 신고해야 하고, 이를 어길 시 수익 전액 몰수 및 형사처벌이 가능토록 했다.

출판기념회는 이들 법안에서 다루는 '돈 문제'만 뜯어고치면 유권자에게 효용성 높은 도구라는 견해가 있다. 21세기정치학회보 제35집 4호(2025년 12월 발행)에 실린 '출판기념회 개최 동기 분석: 정치자금, 그리고 인지도 향상'(제1저자 노송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BK21 행정연구원, 교신저자 이현우 서강대 정외과 교수)에서는 "선거운동이 매스미디어나 인터넷을 통한 비접촉적 방식으로 변하는 상황에서 출판기념회는 유권자와 정치인이 마주할 수 있는 드문 접촉 기회다. 행사 준비·홍보 과정에서도 지역구민과 만날 기회를 더 많이 가질 수 있다"고 봤다.

이어 "무조건적인 폐지 주장보다는 수익 창출 금지나 수익금 공개 의무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단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문제점인 정치자금 모금 창구 역할을 방지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출판기념회 폐지보다 더 나은 해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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