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KB증권 경영자문역 합류…임기 1년 계약
SK증권 사외이사는 중퇴…리스크관리위 활동 이력
2년 만의 친정 복귀…이례적 행보에 '설왕설래'
SK증권 사외이사직을 중퇴한 박정림 전 KB증권 사장이 경영자문역으로 친정에 복귀했다. 업계에서는 SK증권이 무궁화신탁 부실 대출 논란에 휩싸이자 부담을 덜기 위해 '손절'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 전 사장은 지난 1월 1일부터 KB증권 경영자문역으로 선임됐다. 계약 임기는 1년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박 전 사장이 KB증권으로 돌아온 것은 지난 2023년 12월 31일 대표이사직을 퇴임한 지 약 2년여 만이다.
박 전 사장은 직전까지 SK증권 사외이사로 재임했다. 지난 2024년 3월 SK증권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신임 사외이사에 선임된 박 전 사장은 이사회 내 리스크관리위원회,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돌연 SK증권 사외이사직을 중도 사퇴했다. 당초 SK증권이 박 전 사장에게 부여한 임기는 최초 선임 이후 3년으로 오는 2027년 정기주주총회에 만료될 예정이었다. 잔여 임기 1년 2개월 가량을 남겨둔 상태에서 물러난 것으로 업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이었다.
공식적으로는 '일신상의 사유'였지만, 업계에선 겸직이 가능한 사외이사직을 내려둔 것을 두고 최근 SK증권의 무궁화신탁 부실 대출 논란이 커지자 위험 회피를 위한 결정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정부·여당의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가 강화된 가운데, 박 전 사장이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으로 남아있을 경우 향후 사법·평판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앞서 SK증권은 지난 2023년 6월 오창석 무궁화신탁 회장에게 이 신탁사 주식을 담보로 1500억원의 대출을 주선했다. 이 중 869억원은 SK증권이 집행했고 나머지 440억원가량은 비상장 담보 대출을 구조화 상품으로 만들어 기관·개인에게 셀다운(재판매)했다. 대출 담보는 오 회장이 보유한 무궁화신탁 경영권 지분(50%+1주)으로 알려졌다.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로 대출 집행 5개월 만에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다. 유동성이 없는 비상장사 주식을 담보로 했기 때문에 반대매매 등 채권 회수 절차를 밟지 못했고 원금을 상환받지 못한 투자자들도 나타났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관련 거래 의혹 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대출이 이뤄진 것과 관련해 시장에서는 당시 SK증권 김신 대표(현 SKS PE 부회장)와 오 회장이 서울대 경영학과 82학번 동문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과 동기인 박 전 사장도 SK증권 합류 당시 학연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또한 박 전 사장은 이미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다. 박 전 사장는 지난 2023년 11월 라임펀드 판매 관련 내부통제 기준 위반으로 금융위원회로부터 직무 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고 이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박 전 사장의 손을 들어줬지만, 금융위가 상고를 결정하면서 최종 판단은 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됐다.
지난해 제7대 금융투자협회 회장 선거 때 유력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거론되던 박 전 사장은 결국 불출마를 공식화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도 업계에서는 사법리스크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봤다.
업계 관계자는 "1, 2심에서 잇따라 승소해 대법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은 만큼 사법 리스크도 크진 않아 KB증권 고문으로 돌아오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 일"이라면서도 "다만, 최근 무궁화신탁 대출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이사회 부담을 고려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박 전 사장의 행보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통상 고위급 임원을 고문으로 위촉하는 관행은 퇴임 직후 1년 이내가 일반적이지만, 박 전 사장은 경쟁사인 SK증권 사외이사로 활동하다 약 2년여 만에 KB증권 경영자문역으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통상적인 '예우성 위촉'과는 결이 다르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통상 전직 CEO(최고경영자)를 고문으로 위촉하는 경우는 퇴임 직후 조직 안정과 대외 네트워크 유지를 위한 성격이 강하다"며 "경쟁사 사외이사 활동을 거친 뒤 2년여 만에 복귀한 것은 상황 정리 이후 재정비 성격이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증권 측은 "박 전 사장이 올해 1월 1일자로 경영자문역(고문)으로 위촉된 것이 맞다"면서 "특별한 배경이 있다기보다 회사 성장에 기여한 점과 전문성을 고려해 자문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