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의 역설…부가세 80조 붕괴, 법인세는 35% 급등

입력 2026-02-18 11:2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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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세 79조2천억원 감소…수출·설비투자 늘며 환급 급증
법인세 84조6천억원 반등…두 세목 비중 역전, 변동성 확대

정부세종청사 내 재정경제부 청사 현판. 연합뉴스
정부세종청사 내 재정경제부 청사 현판. 연합뉴스

반도체 호황이 세수 구조를 뒤흔들었다. 수출이 늘었는데 부가세는 줄고, 기업 실적이 개선되자 법인세는 급증했다.

18일 재정경제부 '2025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부가세 수입은 79조2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82조2천억원보다 3.7% 감소했다. 비교적 안정적이던 부가세가 80조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례적이다.

원인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다. 지난해 수출은 7천94억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수출은 부가세를 0%로 적용하는 영세율 구조다. 수출이 늘수록 기업이 원재료·부품 구매 시 낸 부가세를 돌려받는 환급 규모가 커진다.

설비투자도 영향을 줬다. 공급가액의 10%를 선납하는 부가세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거나 수출 비중이 높으면 환급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설비투자지수는 1.7% 상승했다.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도 0.5% 올라 4년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지만, 환급 증가 폭을 상쇄하지 못했다.

반면 법인세는 급반등했다. 지난해 법인세 수입은 84조6천억원으로 전년 62조5천억원보다 35.3% 증가했다. 2024년 20%대 감소에서 1년 만에 30%대 증가로 돌아섰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 신고분은 60조9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54.5% 늘었다. 세계 경기 회복과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로 전기·전자 업종 실적이 개선된 영향이다. 법인세 원천분도 23조 7000억 원으로 2.6% 증가했다.

최근 법인세 세수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2020년 -23.1%에서 2021년 26.8%, 2022년 47.2%로 급증했다가 2023년 -22.4%, 2024년 -22.3%로 급락했다. 2020년대 들어 최대 증감 폭은 69.5%포인트(p)에 달한다. 경기 변동에 민감한 구조가 그대로 드러났다.

이 영향으로 국세 내 비중도 뒤집혔다. 2024년에는 법인세 18.6%, 부가세 24.4%였지만, 지난해에는 법인세 22.6%, 부가세 21.2%로 역전됐다. 세수의 '안전판' 역할을 하던 부가세보다 법인세 비중이 더 커진 것이다.

법인세 변동성은 세수 추계 오차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1년 시차로 반영되는 구조에 경기 급변이 겹치면 예측이 어렵다. 2023년 56조4천억원, 2024년 30조8천억원의 대규모 세수 결손도 법인세 급감이 한몫했다.

소득세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 지난해 소득세 수입은 130조5천억원으로 전년보다 11.1% 증가했다. 임금 상승과 자영업자 소득 개선 영향이다. 양도소득세는 19조9천억원으로 19.2% 늘었다. 외국주식 양도차익 증가와 주택 매매 거래 회복이 반영됐다. 최근 6년간 국세 내 소득세 비중은 32.6~34.9%로 큰 변동이 없었다.

농어촌특별세는 9조2천억원으로 31.4% 증가했다.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 확대 영향이다. 다만 증권거래세는 세율 0.03%p 인하로 27.7% 감소한 3조4천억원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국세 수입은 373조9천억원으로 전년보다 11.1%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