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일상의 작은 불꽃 성냥은 가정 필수템
1954년에 문 열고, 2013년 가동 중단
사업비 180억원, 내년 하반기 복합문화공간 개장
"성냥 사세요. 성냥 사세요.".겨울이 오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동화가 있다.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 이야기이다. 성냥은 20세기에 일상 속의 소중한 도구로 늘 곁에 존재했다. 부엌이나 장터에서 불을 피우기 위한 수단으로 한 켠에 자리잡고 있었으며, 시골 마루에도 할아버지가 앉은 자리 옆에는 담뱃불을 붙이기 위한 큰 성냥통이 자리잡고 있었다.
◆의성 젊은이들의 소중한 일터
경북 의성(義城)에 가면 1960년에서 1970년대까지 의성경제를 책임지다시피 한 엄청난 규모의 성냥공장이 있었다.성광(城光)성냥공장이다.의성 성광성냥공장은 1954년 6.25때 월남한 실향민 양태훈씨와 김하성씨가 설립됐다.당시로서는 자동화 생산 설비를 갖춘 혁신적인 공장이었다. 그리고 '의성을 빛내라'라는 의미를 담아 '성광(城光)이라는 회사이름을 지었다.
의성군 도심 한켠에 자리잡은 산업유산 성광(城光) 성냥공장은 1960년대 당시 의성군 관내 220명여 명의 젊은이들이 성광성냥에서 근무하거나 성광성냥과 관련된 일을 할 정도로 지역경제에도 기여할 정도로 소중한 일터였다.1970년대 중반까지 거의 모든 과정은 사람이 일일이 하는 수작업에 가까웠다. 성냥 생산량이 늘면서, 성냥갑을 납품하는 하도급업체까지 두었다. 의성읍 사람치고 성광성냥 제조에 취업이든 부업이든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 드물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성냥공장에서 33년간 근무한 김한숙 씨는 회고록에서 "성냥공장가서 월급 타가지고 다달이 농협에 갖다 넣으면 1년만 되면 100만원 씩 이래 되거든요.(중략),적금 넣고 그거가지고 또 모두고 이래.그때만 해도 1억 가 있으면 평생 먹고 산다 캣거든요..."말했다.
<성광성냥>이 다른 성냥과 달리 쉽게 눅눅해지지 않는 두약(頭藥) 덕분에 경북은 물론 부산 경남지역과 습기가 많은 바닷가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당시 이사를 하면 너나 할 것 없이 "성냥불처럼 재산이 확 일어나라"란 축복의 의미로 성냥이나 커다란 통성냥을 들고 찾아갔다. 전성기 이곳에서 생산된 하루 20만 보루의 성냥은 전국으로 유통됐다.
하지만 1980년대 가스라이터에 밀려 성냥산업도 차츰 사양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던 국내 성냥공장들도 중국산의 저가 공세에 문을 닫기 시작했으며, 성광성냥도 2013년 결국 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근현대 예비문화유산으로 재탄생
성광성냥은 13년 전 가동을 중단했지만, 폐업당시 성냥을 생산하고 포장하던 모든 기계설비들이 근현대 예비문화유산으로 잘 보존돼 있다.의성군은 이 공장부지를 2년 전 18억원에 사들여, 올해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내년도 하반기에 산업유산 전시관으로 재탄생시킬 계획을 세웠다.
공장에 들어서면 원목을 잘라 성냥개비 크기로 절단하는 절단기와 성냥봉에 '두약'을 바르던 '윤전기'를 비롯해 성냥을 생산하던 모든 과정들이 온전히 남아 당시 직원들이 분주하게 일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는 듯하다.
윤전기는 지난해 말 국가유산청이 새로 도입한 근현대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됐다. 국내에 현존하는 유일한 성냥 제조 윤전기로서 역사적 희소성의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산업유산은 문화로 꽃피울 채비를 하고 있으며, 추억의 성냥은 시대에 맞도록 변신중이다.
이에 발맞춰, 의성군도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을 진행 중이다.전면적인 리모델링 작업을 거쳐 내년 하반기에 성냥공장 박물관과 전시체험관, 복합커뮤니티센터, 주민 활동공간 등을 차례로 조성할 방침이다. 현재 의성군이 확보한 사업비만 18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12월 18일부터 올해 1월 10일까지는 의성 성광성냥 공장부지에서 작가 김진우 기획전 '진화의 불씨'도 진행했다. 1954년부터 2012년까지 가동됐던 국내 마지막 성냥공장으로 산업화 시대의 기억과 흔적이 고스란히 담아냈다. 작가는 과거의 기계와 공간이 새로운 예술 창작의 에너지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구체적인 로드맵도 나왔다. 의성군은 1960~80년대 의성의 삶과 노동 그리고 지역 경제 활동지수 등에 대한 기초 조사 및 아카이브 구축을 하고 있다. 더불어 성냥 제조 과정을 체험 프로그램, 지역 청년 창업 연계, 관광 활성화, 성광 성냥 브랜드화(상품 개발) 등을 추진중이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성냥공장을 통해 의성의 근현대 산업사를 재조명할 수 있을 뿐더러 미래 문화유산으로서의 잠재적 가치가 높다"며 "먹거리와 볼거리, 즐길 거리 등 공장 주변까지 연계해 문화 관광의 거점으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