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톡톡] 명절 뒤 숨은 복병…췌장염·이물 섭취 주의보

입력 2026-02-19 12: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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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진 음식 섭취하면 췌장에 부담
식탐 강한 반려동물은 이물질 섭취 주의
반려동물도 명절 스트레스…면밀히 관찰

한복입은 강아지. AI로 생성한○ 이미지
한복입은 강아지. AI로 생성한○ 이미지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 연휴가 지나갔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정을 주고받는 시간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지만, 연휴 직후의 동물병원은 그 어느 때보다 긴박하게 돌아간다. 명절 내내 이어진 풍성한 식탁 뒤에는 반려동물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복병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매년 명절 직후 구토와 복통으로 내원하는 환자의 수는 평소보다 몇 배나 급증하며, 그중 상당수는 응급 처치가 필요한 중증 상태로 이어진다.

◆기름진 음식이 급성 췌장염의 원인

명절 기간 반려동물에게 발생하는 질환 중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단연 급성 췌장염이다. 췌장은 인슐린을 분비해 혈당을 조절하고 소화 효소를 배출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평소 사료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던 반려동물이 명절을 맞아 기름진 전, 튀김, 갈비찜 등을 섭취하게 되면 췌장은 감당하기 힘든 과부하에 걸린다. 과도하게 들어온 지방 성분을 분해하기 위해 췌장이 스스로를 소화시키는 이른바 '자기 소화'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급성 췌장염의 발병 기전이다.

췌장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극심한 구토와 설사, 그리고 식욕 부진이다. 단순히 "체했겠거니" 하고 넘기기엔 통증의 강도가 매우 높다. 강아지가 앞다리를 바닥에 대고 엉덩이를 치켜든 채 끙끙거리는 일명 '기도하는 자세'를 취한다면 이는 심각한 복부 통증을 견디고 있다는 신호다. 고양이는 아픔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기에 평소보다 구석에 숨어 있거나 기력이 눈에 띄게 저하된다면 즉시 상태를 의심해야 한다.

음식 자체의 성분만큼 위험한 것이 바로 이물질 섭취다. 명절에는 갈비뼈나 생선 가시, 꼬치전에 사용된 나무꽂이 등이 쓰레기통에 다량 배출된다. 식탐이 강한 아이들은 보호자가 방심한 사이 쓰레기통을 뒤지다 이를 삼키기도 한다. 딱딱한 뼈는 위장에서 소화되지 않고 장을 막아 장폐색을 유발하거나, 날카로운 끝부분이 소화기관 벽을 찔러 복막염이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나무꽂이는 엑스레이 검사로도 잘 발견되지 않아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 음식에 빠지지 않는 양념 성분도 치명적이다. 우리가 즐겨 먹는 불고기나 잡채 등에 들어가는 양파, 마늘, 파 성분은 반려동물의 적혈구를 파괴하여 용혈성 빈혈을 일으킨다. 조리된 음식 속에 섞여 있는 소량의 성분만으로도 중독 증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한 번 파괴된 적혈구는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수혈이 필요한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이세원 대구바른동물의료센터 원장이 강아지를 진료하고 있다. 바른동물의료센터 제공
이세원 대구바른동물의료센터 원장이 강아지를 진료하고 있다. 바른동물의료센터 제공

◆명절 연휴 이후 반려동물 건강 세심히 확인

췌장염과 이물 섭취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순한 소화 불량은 한두 번의 구토로 그치지만, 췌장염은 반복적인 구토를 유발하며 심각한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을 동반한다. 이를 방치할 경우 다발성 장기부전이나 패혈증으로 진행되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병원에서는 혈액 검사를 통해 췌장 특이 효소 수치(cPL/fPL)를 확인하고, 초음파 검사를 통해 췌장의 염증 정도와 복막염 여부를 정밀하게 진단하게 된다.

또 하나 주의해야 할 점은 명절 스트레스다. 평소 조용한 환경에서 생활하던 반려동물은 갑작스레 늘어난 방문객, 낯선 소리, 어린아이들의 접촉 등으로 심리적 긴장을 겪는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위장관 운동성을 저하시켜 소화 장애를 악화시키고, 기존에 잠재돼 있던 질환을 표면화시키는 촉매가 되기도 한다. 실제로 명절 이후 설사, 혈변, 식욕 저하 등 스트레스성 장염으로 내원하는 사례도 꾸준히 보고된다.

대구24시바른동물의료센터 이세원 원장은 "명절 음식에 포함된 고지방 성분과 염분은 반려동물의 췌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며 "특히 췌장염은 재발이 잦고 만성으로 진행되기 쉬운 만큼, 연휴 이후 반려동물이 평소와 다른 증상을 보인다면 신속히 내원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마음에서 건넨 "딱 한 입"의 음식이 때로는 아이들에게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줄 수 있다. 명절의 즐거움은 아이들의 건강이 담보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제 연휴가 끝난 만큼, 우리 아이가 평소처럼 활발하게 움직이는지, 식사량과 배변 상태에 변화는 없는지 다시 한번 세심하게 살펴야 할 때다.

사랑하는 반려동물과 오래도록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보호자의 엄격하면서도 따뜻한 절제가 필요하다. 식탁 위의 유혹으로부터 반려동물을 보호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반려(伴侶)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도움말: 대구24시바른동물의료센터 이세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