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공백을 메우는 노력… 달라진 명절 얼굴들

입력 2026-02-12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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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5년 추석 대구쪽방상담소가 쪽방 주민들과 함께 합동 차례를 지내는 모습. 대구쪽방상담소 제공.
지난 2025년 추석 대구쪽방상담소가 쪽방 주민들과 함께 합동 차례를 지내는 모습. 대구쪽방상담소 제공.

설과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대구 쪽방상담소는 분주해진다. 쪽방 주민들을 위한 합동 차례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명절을 혼자 보내는 1인 가구도 명절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상담소 직원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차례상을 차린다.

쪽방 주민 다수는 1인 가구다. 함께 시간을 보낼 가족이나 친지가 없는 경우가 대다수라, 명절일수록 외로움이 커진다. 이웃들마저 고향으로 떠나면 안부를 확인할 사람도 없다. 명절 전후로 고립이 심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담소는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합동 차례다. 행사는 어느덧 21년째를 맞았다. 장소는 해마다 조금씩 달라졌지만, 행사를 거르지 않았다. 처음엔 소규모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50명 안팎의 주민이 모이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심리치료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된 건강 수업이 끝나면 본격적인 차례가 시작된다. 전과 나물, 탕국 등 차례상에 오르는 음식은 빠짐없이 준비한다. 주민들은 여느 가정의 차례처럼 절을 올리고 술을 따른다. 의식이 끝나면 한자리에 모여 음식을 나누며 근황을 전한다.

쪽방촌 주민들에게 합동 차례는 이제 없으면 섭섭한 존재가 됐다. 명절이 다가오면 상담소로 "언제 차례를 지내느냐"는 문의가 먼저 들어온다. 21년 동안 행사가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명절의 형식과 분위기를 지키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노인복지시설과 노숙인 시설에 합동 차례 비용을 지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차례상을 차리기 어려운 경우에는 명절 음식을 포장해 전달하기도 한다.

대구쪽방상담소 관계자는 "1인 가구가 늘면서 설 분위기를 느끼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명절에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한 분위기를 혼자 사는 분들도 함께 나누길 바란다. 여력이 되는 한 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문화예술회관 광장에서 설날 윷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 대구문화예술회관 제공.
대구문화예술회관 광장에서 설날 윷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 대구문화예술회관 제공.

가정에서 즐기던 명절 오락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6년간 명절 연휴 기간 편의점 화투 매출을 조사한 결과, 국민 오락이던 화투 판매량은 2022년을 제외하고 매년 감소했다. 가족이 모여 놀이를 즐기기보다, 각자 게임이나 영화, 휴대전화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늘어난 영향이다.

대신 명절 오락은 집 밖에서 이어지고 있다. 공공기관은 명절 기간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국립대구박물관은 널뛰기와 활쏘기,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를 준비했고, 정월대보름을 맞아 달서구 본리노인종합사회복지관은 윷놀이 청백전을 연다.

전통적 의미의 가족이 해체됐지만, 명절은 사라지지 않았다. 모이는 장소와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함께 밥을 먹고 절을 올리며 시간을 나누는 순간 속에서, 명절은 형태를 바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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