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업무용 AI 활용 비중 동아시아 최고…"협업 단계는 진입, 위임은 아직"

입력 2026-02-02 13:3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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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목적 AI 사용 51.1%…일본·대만·싱가포르 앞서
자동화 줄고 증강 확대…생산성 도약 위해 활용 고도화 과제

매일신문 DB
매일신문 DB

한국이 업무 현장에서 인공지능(AI)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동아시아 국가로 나타났다. 다만 AI에 실제 업무를 맡기는 수준은 아직 글로벌 평균에 못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AI 활용이 '대신 일하는 자동화'에서 '함께 일하는 협업'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흐름 속에서 한국은 활용 빈도에서는 앞섰으나 생산성 도약으로 이어지기 위한 단계적 과제가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무 활용 비중은 최고…기업 생산성 기대감 커져

2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간한 '주요국의 AI 사용 실태와 한국의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업무용 AI 활용 비중은 51.1%로 동아시아 4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일본은 44.6%, 대만은 45.8%, 싱가포르는 40.8%에 그쳤다. 보고서는 "한국은 기업 단위에서 AI를 업무에 적용하는 속도가 빨라 생산성 향상 효과가 비교적 빠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미국 AI 기업 앤스로픽(Anthropic)이 최근 공개한 'Anthropic Economic Index' 데이터를 활용해 국가별 AI 사용 양상을 분석했다. 세계적으로 AI 사용은 코딩 등 기술 작업에 가장 집중돼 있었으며, 활용 방식은 자동화 중심에서 인간 판단과 결합하는 증강 중심으로 이동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국가별 AI 사용량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고, 미국과 인도, 일본, 영국, 한국이 주요 AI 사용국으로 분류됐다.

전체 AI 사용 비중에서 한국은 3.06%로 일본(3.12%)과 유사한 수준이었지만 사용 목적에서는 차이가 뚜렷했다. 한국은 개인적 활용보다 업무 목적 활용 비율이 높아 동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일 중심적인' AI 사용 구조를 보였다.

활용 분야를 보면 한국은 소프트웨어 오류 수정과 성능 개선에 AI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멀티미디어 콘텐츠 생성과 편집, 학술 연구와 교육 지원, 문서 번역과 요약, 디지털 마케팅도 주요 활용 영역으로 꼽혔다. 직업군별로는 컴퓨터·수리직이 25.6%로 가장 많았고, 예술·디자인·미디어직(14.9%), 교육·도서관직(13.4%)이 뒤를 이었다. 이들 3개 직군에 AI 활용의 53.9%가 집중됐다. 반면 의료전문직의 AI 활용 비중은 0.7%로 가장 낮았다.

◆자동화는 줄고 증강은 확대…'위임' 단계는 과제

한국의 AI 활용 방식 변화도 두드러졌다. 자동화 비중은 줄고, 인간 판단을 보완하는 증강 활용은 확대됐다. 이전 앤스로픽 보고서에서 44.5%(2025년 8월 기준)였던 한국의 AI 자동화 비율은 이번 조사에서 38.8%로 낮아진 반면 증강 비율은 같은 기간 55.5%에서 61.2%로 상승했다. 자동화 감소 폭은 5.7%포인트(p)로 동아시아 4개국 중 가장 컸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AI를 '대신 일하는 도구'에서 '함께 일하는 협업 도구'로 인식하는 전환이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과 대만, 싱가포르도 모두 자동화 중심 활용은 감소했다. 일본은 43.3%에서 38.6%, 대만은 46.6%에서 40.9%, 싱가포르는 45.3%에서 39.6%로 각각 낮아졌다.

다만 AI에 실제 업무를 맡기는 '업무위임도'에서는 한국의 한계가 드러났다. 한국의 AI 업무위임도는 평균 3.29점으로 글로벌 평균(3.38점)보다 낮았다. 이는 대부분의 업무에서 AI를 참고 자료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한국은 아직 AI를 본격적인 업무 수행 주체로 활용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며 "생산성 효과를 실질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AI 활용 수준의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국 평균 점수는 중앙값(3점)을 웃돌았다. 이는 다수의 작업에서는 AI를 제한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일부 특정 분야에서는 AI에 비교적 높은 자율성을 부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본(3.3점), 대만(3.48점), 싱가포르(3.39점)와 글로벌 평균은 모두 평균값이 중앙값보다 낮아, 특정 영역에서 AI 위임도가 크게 떨어지는 구조를 보였다.

보고서는 이러한 AI 활용 구조가 향후 생산성 전망과 직결된다고 분석했다. 앤스로픽은 현재와 같은 AI 사용 패턴이 이어질 경우 향후 10년간 미국 연간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1.0~1.8%p 높아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AI 작업 성공률을 반영하면 실제 증가는 1.0~1.2%p 수준에 그칠 것으로 봤다. AI가 전면적인 대체자가 아니라, 특정 영역에서 인간을 보완하는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정책 과제로 AI 리터러시 교육 강화, 중소기업의 AI 도입 지원 확대, AI로 인한 직무 변화에 대비한 재교육과 전직 지원 프로그램 확충을 제시했다. AI를 노동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는 협업 도구로 정착시키기 위해 기업과 현장의 활용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