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 KIDS ZONE] 아기 옷도 '티켓팅' 시대… 프리오더 중독된 엄마들

입력 2026-02-05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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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복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한 소비자가 상품 목록을 살펴보고 있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접속해야 구매가 가능한 아동복 온라인 쇼핑몰은 프리오더 방식으로 운영된다.
아동복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한 소비자가 상품 목록을 살펴보고 있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접속해야 구매가 가능한 아동복 온라인 쇼핑몰은 프리오더 방식으로 운영된다.

"아, 이 옷이요? 3개월 기다려서 받은 옷이에요." 어린이집에서 친해진 엄마의 말에 순간 귀를 의심했다. 해외 직구도 일주일이면 도착하는 시대다. 어떤 옷이길래 3개월이나 기다려야 할까. 그러나 이어진 설명에 눈이 번쩍 뜨였다.

오픈과 동시에 광클(미치도록 빠르게 클릭) 해도 30초가 채 되기 전에 품절되고, 어렵사리 주문에 성공해도 배송까지는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방식. 이른바 '프리오더(Pre-Order)'다. 요즘 아기 옷 시장에서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 오픈 하자마자 20초만에 품절!

어린이집 입소를 앞둔 아이를 키우는 김민별 씨(36)는 일찌감치 등원복 준비를 마쳐 놨다. 주변에서 "어린이집 보내려면 준비할 것 많겠다"고 묻지만, 김 씨는 이미 석 달 전 주문을 끝냈다. "3월 입소할 때 이 정도 사이즈면 맞겠다 예상하며 주문해놨다. 다음 주부터 순차 배송된다고 하니 어린이집 갈 때 입히면 딱 될 것 같다."

로켓배송, 새벽배송, 당일배송에 익숙해진 요즘 소비자들에게 미리 주문하고 오래 기다리는 '프리오더'는 다소 역설적인 방식이다. 그럼에도 프리오더는 엄마들 사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프리오더란 아직 출시되지 않은 상품을 미리 주문하는 사전 주문 방식이다.

실제로 엄마들 사이 인기가 높은 한 브랜드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대부분의 상품이 '품절' 상태로 표시돼 있었다. 업체가 공지한 '○월 ○일 ○시 오픈' 일정에 맞춰 접속해야만 구매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업체의 SNS나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하는 오픈 일정표를 미리 확인해야 한다. 엄마들 사이에서는 "인기 가수 콘서트 티켓팅보다 더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온라인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20~30초 만에 바로 품절된다. 기다렸다가 엄마들이 동시에 클릭하는 영향이다. 이번에는 친구에게까지 부탁해서 겨우 성공했다" 며칠 전 어렵게 구매에 성공했다는 유예지 씨(32)는 프리오더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힘들게 사는 이유는 뭘까. "예쁘니까요." 답은 단순했다. 유 씨는 "아기 옷이 다 비슷해 보일 수도 있지만 분명 유행은 있다"며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옷을 살 수는 있지만, 요즘 예쁘다고 하는 디자인이나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은 거의 프리오더로 판매된다"고 말했다.

프리오더 상품은 늦게 도착하고, 그 사이 아이가 입을 옷은 계속 필요해진다. 반복된 구매로 배송 시기가 다른 택배들이 문 앞에 쌓여 있다.
프리오더 상품은 늦게 도착하고, 그 사이 아이가 입을 옷은 계속 필요해진다. 반복된 구매로 배송 시기가 다른 택배들이 문 앞에 쌓여 있다.

◆ 구매심 자극하는 배송 방식…어쩌다 이런 구조?

"가격 방어도 잘 돼서, 어렵게 구매한 게 아쉽지 않아요."

티켓팅에 비유될 만큼 경쟁을 뚫고 구한 아기 옷은 그 자체로 희소성을 갖는다. 실제 중고마켓에는 프리오더로 판매된 아기 옷이 다수 올라와 있고, 대부분 정가보다 웃돈이 붙은 가격이다. 한두 번 입은 옷은 물론 사용감이 있는 경우에도 프리미엄이 붙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재고 부담을 완화하려는 브랜드 전략에서 출발한 프리오더가, 결과적으로는 희소성을 앞세운 또 다른 마케팅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프리오더 특유의 '느린' 배송 방식 역시 구매 심리를 자극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장기간 배송을 전제로 한 구조는 소비를 미루기보다 오히려 앞당긴다. 배송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동안 결제는 이미 끝났지만 당장 손에 쥔 물건은 없다. '옷을 샀지만 없는 상태'가 길어지면서 추가 구매로 이어지기 쉬운 구조다.

이번 달에만 프리오더로 50만 원가량을 썼다는 이지영 씨(29)는 "옷을 분명 샀는데 바로 받아보는 게 없으니 계속 주문하게 된다"며 "이런 심리까지 이용당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알면서도 당하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우리 아이만 유행에 뒤처질까 봐 또 사게 된다"고 덧붙였다.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한 아동복 브랜드의 온라인 쇼핑몰 화면.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만 구매가 가능한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한 아동복 브랜드의 온라인 쇼핑몰 화면.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만 구매가 가능한 '프리오더' 방식으로 판매되면서, 대부분의 상품이 품절 상태로 표시돼 있다. 일부 상품에는 '프리오더 진행으로 취소 및 환불 불가' 안내 문구가 함께 노출돼 있다.

◆ 새 소비자 계속 유입…고객 특수성에 관행 반복

문제는 상당수 프리오더 업체가 주문 취소나 교환·환불 불가를 전제로 판매한다는 점이다. 배송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구조상, 소비자는 상품을 받아본 뒤에야 사이즈나 색감, 원단을 확인할 수 있지만 사이즈가 맞지 않아도 교환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상황이 다르다. 전자상거래법에 따르면 청약철회 제한은 소비자의 주문에 따라 개별적으로 제작된 상품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이니셜 각인이나 맞춤 제작처럼 재판매가 어려운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반면 디자인과 제작 방식이 이미 정해져 있고 소비자가 사이즈나 색상만 선택하는 방식의 상품은 주문제작이 아닌 기성품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프리오더'라는 이유만으로 교환·환불을 제한하는 것은 법적 효력이 없을 수 있다.

이런 판매 방식이 장기화되면서, 프리오더 소비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둘째 아이는 '탈 프리오더'로 키우고 있다는 이인영 씨(41)는 "첫째 때는 프리오더 옷을 정말 많이 샀다. 하지만 점점 피로해지더라"고 말했다. 이 씨는 "인지도 있는 쇼핑몰은 거의 다 프리오더인데, 재고 관리 때문이라고는 해도 주문을 받고 나서도 교환·환불 불가에 동의해야 하고 끝없는 기다림을 견뎌야 한다"며 "옷이 안 맞으면 소비자가 알아서 중고로 처리해야 하는 구조가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품질 문제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한 소비자는 "만원대 양말이 중국산 저가 제품보다 마감이 못하다고 느낀 적도 있었다. 몇 만원짜리 옷인데 프린트가 번져 있거나 마감이 불량해도 '원래 그런 상품'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하자 여부를 따지기보다, 환불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어 소비자가 감수하도록 하는 구조가 더 문제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러한 판매 방식은 계속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배짱 장사가 가능한 구조'라는 말도 나온다. 아기 옷은 아이의 성장 속도에 따라 짧은 기간만 입고 지나가는 특성상, 한 번의 불만이나 논란이 제기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소비자가 유입되는 구조다. 과거의 문제를 알지 못한 소비자가 다시 시장에 들어오며 유사한 상황이 반복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현장에서는 "디자인이나 분위기에 끌려 구매하게 되는 구조인 건 사실이고, '이상하면 사지 말라'는 반응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교환·환불이 제한되는 관행까지 당연시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판매 방식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아동복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한 소비자가
아동복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한 소비자가 '품절' 표시가 붙은 상품 목록을 살펴보고 있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 접속해야 구매가 가능한 아동복 온라인 쇼핑몰은 프리오더 방식으로 운영되며, 상당수 상품이 이미 품절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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