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서 콩알금 모으기 챌린지 인기
"다이아몬드는 크게, 금은 작게, 돌반지 지금 맞춰야…"
최근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넘어서며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금을 둘러싼 사회 전반의 풍경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기업과 기관에서는 대표적인 포상물이던 '황금열쇠' 대신 상품권이나 현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늘고, 돌잔치의 상징이던 '금반지'도 축의금으로 대체되는 분위기다. 개인들 사이에서는 '콩알금 모으기'가 하나의 투자 챌린지로 확산되는가 하면, 치과 치료 후 나온 폐금니까지 되팔아 현금화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금값 상승이 단순한 투자 이슈를 넘어, 일상의 소비문화를 바꾸는 사회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 황금열쇠·돌반지 '고민'
기업과 기관의 포상 문화도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장기근속자나 우수 직원에게 상패와 함께 '황금열쇠', '황금카드' 등을 수여해 왔지만, 최근 급등한 금값 탓에 부담이 크게 늘면서 실물 금 대신 현금이나 상품권으로 대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한 중견기업에서 퇴직한 이모(66) 씨는 "우리 회사는 근속 30년 이상 퇴직자에게 10돈짜리 황금열쇠나 상품권을 줬다"며 "당시에는 당장 현금이 필요해 상품권을 선택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황금열쇠를 받을 걸 그랬다"고 하소연했다.
지역의 한 대학 관계자도 "10년마다 근속자들에게 황금 기념품을 제공해 왔는데, 상징성도 있고 직원들 선호도도 높았다"며 "하지만 지금은 가격 부담이 커져 실물 금 대신 기념성은 살리되 다른 형태의 기념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 중구의 한 상패 제작업체 관계자는 "예년에는 연말·연초만 되면 감사패나 공로패와 함께 금도장, 금 조형물 문의가 들어왔는데, 올해는 관련 문의가 거의 없다"며 "대신 크리스탈, 옥, 원목 등 고급 소재 상패 주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 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 신혼부부들 사이에서는 '다이아몬드는 크게, 금 함량은 낮게'라는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인공(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가격은 낮아진 반면, 금값이 급등하면서 웨딩링 제작 비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출산과 돌잔치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돌반지 대신 축의금으로 마음을 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 손주를 본 박모(63) 씨는 "10년 전만 해도 아기 금반지 하나에 10만원대면 충분했는데, 지금은 금 한 돈이 100만원을 넘는다"며 "부담은 되지만 더 오를 것 같아 내년 돌잔치를 대비해 미리 반지를 맞춰뒀다"고 말했다.
◆ 1g '콩알금', 폐금니까지 '싹싹'
개인의 투자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대형 골드바나 한 돈짜리 금 대신, 0.1g~1g 단위의 초소형 금을 모으는 이른바 '콩알금 재테크 챌린지'가 확산되고 있다.
20~30대 청년층 사이에서는 "주식·코인 대신 금으로 분산 투자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소형 금 구매가 일상적인 투자 행위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콩알금은 세공비가 거의 없어 원재료에 가까운 가격으로 살 수 있고, 별·하트 등 다양한 모양으로 제작돼 취미처럼 모으는 사람도 늘고 있다.
SNS에는 자신이 모은 금을 인증하는 게시물이 잇따르며 일종의 '챌린지 문화'로 확산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금 한 돈은 100만원이 넘지만 0.5g은 4~5만 원이면 살 수 있다"며 "배달음식 한 번, 커피 몇 잔만 아끼면 살 수 있어 모으는 재미가 있고, 액세서리가 아니라 투자라고 생각하니 더 의욕이 생긴다"고 했다.
조그만 금 조각도 값이 크게 오르자, 이를 '현금화 기회'로 여기는 사람도 늘고 있다. 특히 치과 치료 과정에서 제거된 금니 거래가 활발하다.
온라인 금니 매입 사이트에는 매일 수십 건의 견적 문의가 올라온다. 치아 1개에 사용되는 치과용 금은 보통 0.5~1.2g 정도로, 금 함량이 약 80%에 이르는 인레이 골드, 포세린, 크라운 등이 사용된다.
27일 온라인 전문 매입 사이트 시세에 따르면 폐금니는 종류와 무게에 따라 g당 10만~2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10년 전 2만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오른 수치다.
전문가들은 금값 상승 국면에서 심리적 진입 장벽이 낮은 소형 금이 소액 투자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기가 불안할수록 안정적인 실물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강해진다"며 "금값 상승 기대 심리와 SNS를 통한 '챌린지형 투자 문화'가 결합되면서 금 소비가 하나의 사회문화 현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