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수도권 지방세 전체의 53.9% 차지…격차 갈수록 확대
대구 재정자립도 한 자릿수 지역도…경북 9개 시·군 10% 미만
지방 재정의 위기는 단순한 예산 부족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 집중 구조가 만든 결과다. 사람과 기업, 자본이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세수도 함께 쌓이고, 지방은 걷을 수 없는 재정에 묶인 채 정책 선택지가 줄어드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 격차는 해마다 벌어지며 지역 간 발전 가능성 자체를 갈라놓고 있다.
수도권은 풍부한 세원을 바탕으로 교통과 복지, 산업 인프라에 재투자를 이어간다. 반면 비수도권은 낮은 재정자립도와 늘어나는 의무 지출에 발이 묶여 있다. 재정 격차는 다시 인구 유출과 산업 공동화를 낳고, 이는 또다시 세수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구조화한다.
◆서울-대구, 10년 전보다 벌어진 격차
23일 행정안전부의 '2025 지방세통계연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수도권에서 거둬들인 지방세는 61조5천432억원으로, 전체 지방세 수입 114조854억원의 53.9%를 차지했다. 비수도권 가운데 시 지역은 19조3천619억원, 도 지역은 33조1천803억원에 그쳤다. 수도권의 지방세 비중은 최근 수 년간 꾸준히 전체 지방세의 절반을 웃돌고 있다. 2023년에는 60조8천568억원, 2022년에는 65조4천443억원을 기록하며 매년 전체 지방세의 50%를 넘겼다.
서울시가 2024년 한 해 동안 거둬들인 지방세는 27조3천668억원이다. 대구시의 4조3천995억원보다 약 6배 많다. 심지어 대구와 부산(6.6조원), 광주(2.4조원), 대전(2.4조원), 울산(2.4조) 등 5대 지방 광역시 세수를 모두 합친 금액보다도 1.5배나 많다. 경기도 역시 28조2조천848억원을 기록해 호남권과 영남권 전체를 합친 것과 맞먹는 세수를 기록하며 '공룡 자치단체'의 위상을 굳혔다.
이 같은 격차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4년에도 서울의 지방세 수입은 약 14조5천억원으로, 대구(약 2조6천억원)와 경북(약 3조원)을 합친 규모의 두 배를 넘었다. 이후 대구경북의 세수도 늘었지만 증가 속도는 수도권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 결과 현재는 대구경북을 합쳐도 서울 한 곳의 세수에 미치지 못하는 격차가 오히려 더 굳어졌다. 지방 재정이 절대 규모로는 성장했지만 상대적으로는 위축된 셈이다.
이 같은 격차는 인구와 산업, 부동산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수도권은 인구와 기업, 고가 부동산이 밀집돼 지방소득세·취득세·재산세 등 주요 지방세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특히 서울과 경기 남부권은 부동산 거래와 보유세 세원이 집중돼 경기 변동 국면에서도 비교적 탄탄한 세수 기반을 유지한다.
기업 구조 역시 지방 재정을 불리하게 만든다. 공장과 생산 시설은 지방에 있지만 본사와 고임금 관리직, 연구개발(R&D) 인력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로 인해 법인지방소득세 등 기업 이익과 연동되는 세수는 본사 소재지인 수도권으로 귀속되는 구조가 반복된다.
지방은 공장 유치로 고용과 행정 부담을 떠안지만, 기업 성장에 따른 세수 확대 효과는 제한적이다. 취득세나 재산세 일부를 확보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아 산업단지 조성과 기업 유치가 곧바로 재정 여건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기초단체로 내려갈수록 드러나는 재정 붕괴
재정 격차는 기초단체로 내려갈수록 더 선명해진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서울 중구와 서초구·강남구 등은 재정자립도 50% 안팎을 기록하며 자체 세원만으로 예산의 절반 이상을 충당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중구는 55.7%, 서초구는 52.6%, 강남구는 54.8%를 기록했다. 경기도 역시 성남시 53.7%, 화성시 52%, 용인시 47.9% 등도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반면 비수도권 기초단체로 갈수록 자체 재원만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할 여력은 급격히 줄어든다. 작년 대구에서는 달성군이 26.9%로 가장 높았다. '대구의 강남'이라는 수성구조차 24.1%에 그쳤다. 심지어 군위군은 9.7% 밖에 되지 않았다. 경북 역시 22개 시·군 중 무려 9개 시·군이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재정자립도 격차가 행정 서비스 수준과 정책 선택지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단순한 자립도 하락을 넘어 지방이 실제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재원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김현기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지방세와 세외수입에 지방교부세, 조정교부금 등을 더해 지방정부가 비교적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의 비율을 의미하는 재정자주도를 보면 대구는 2014년 73.2%에서 2025년 64.8%로 8.4%포인트(p)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도 같은 기간 5.3%p 하락했지만, 비수도권의 재정자주도 하락은 체감상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며 "자체 세입 비중이 낮은 상황에서 이전재원 비중이 늘어날수록 예산은 늘어도 실제로 지방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은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령화·의무 지출, 지방 재정을 더 옥죈다
여기에 고령화가 지방 재정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행안부가 4일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 통계를 보면 경북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5%를 넘어 도민 4명 중 1명이 고령층에 해당하는 초고령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의성(49.2%), 청도(46.49%) 등 경북 일부 지역에서는 고령 인구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며 초고령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대구 역시 고령화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구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2%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대구에서도 농촌 지역인 군위는 고령 인구 비중이 48.96%에 달한다.
이 같은 인구 구조 변화는 지방 재정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이어진다. 고령 인구 비율이 높아질수록 기초연금과 노인복지 서비스, 건강보험 지원 등 사회복지 지출 비중은 빠르게 늘어난다. 반면 세수 기반은 약해지면서 지방 재정은 갈수록 경직되는 구조로 굳어진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가 지방의 정책 선택지를 제한하고 있다고 본다. 의무 지출 비중이 커지면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재정적 여력이 부족해진다는 지적이다. 수도권은 인구 유입과 세수 확대를 바탕으로 다시 투자를 이어가는 반면 지방은 부족한 세수로 인해 변화를 추진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방 재정 격차를 완화할 대안으로 지방소비세 확대를 포함한 세제 개편을 제시한다. 지방소비세는 국세인 부가가치세 일부를 지방세로 전환해 자치단체에 배분하는 방식이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지역균형발전 관점에서 본 지방세 현황과 정책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방소비세는 수도권 세수 집중을 완화하는 효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10년간 지방소비세를 제외한 지방세의 수도권 세수 비중은 54.8%에서 60.5%로 5.7%p 늘었다. 반면 지방소비세를 포함한 전체 지방세의 수도권 비중은 같은 기간 53.4%에서 54.0%로 0.6%p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방소비세 도입 이후 수도권 세수 쏠림 속도가 상대적으로 둔화됐다는 의미다.
연구소는 "지방소비세는 세수의 68.5%가 비수도권에 배분되는 구조로 지역 재정 격차 완화 효과가 뚜렷하다"며 "향후 지방재정 추가 확충을 위해 지방소비세와 같은 공동세 방식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