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이슈] 트럼프발 신제국주의 '돈로주의' 세계 휩쓰나?

입력 2026-01-29 12: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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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파나마 운하 미국령 및 캐나다 미국 51번째 주 편입, 멕시코만→아메리카만 명칭 변경 등 주장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파나마 운하 미국령 및 캐나다 미국 51번째 주 편입, 멕시코만→아메리카만 명칭 변경 등 주장을 '돈로주의'라는 표현으로 소개했던 미 언론 뉴욕포스트 2025년 1월 8일 자 1면. 뉴욕포스트

'신제국주의'가 부활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행보가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재선에 성공해 지난해 1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의 초반 행보를 두고 미 언론 뉴욕포스트는 '돈로주의'라는 표현을 내놓은 바 있다. 1820년대 미국 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가 주창한 대외정책을 가리키는 '먼로주의'에 트럼프의 약칭 '도널드'를 합친 신조어다.

먼로주의란 미국식 고립주의다. 유럽의 아메리카 대륙 간섭을 반대하면서 미국 또한 유럽의 지역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여기에 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미국 중심 패권을 강화하려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결합된 게 돈로주의다.

◆매워진 먼로주의, 트럼프 '돈로주의' 주목

지난해 트럼프는 북아메리카 인접 그린란드와 중남미 파나마 운하를 미국령으로 삼고, 캐나다도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멕시코만 명칭을 아메리카만으로 수정하자고 했다. 이를 가리킨 돈로주의라는 단어는 해가 바뀌자마자 뉴스 제목에 다시 붙기 시작했다. 올해 1월 3일 미군 특수부대가 군사작전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3일(현지시간) 미군이 기습적인 군사 작전으로 체포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근황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 소셜에 공개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3일(현지시간) 미군이 기습적인 군사 작전으로 체포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근황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 소셜에 공개했다. 연합뉴스

이어 9일 그린란드가 다음 타깃으로 조준됐다. 트럼프는 "러시아나 중국이 그린란드를 차지하게 두지 않겠다"며 군사행동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그러자 그린란드를 자치령으로 둔 덴마크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공동성명을 낸 것은 물론 그린란드로 병력을 파견하며 미국을 견제했고, 17일 트럼프는 이들 국가들에 대해 1단계 10%, 2단계 25% 대미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그러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나흘 뒤인 21일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국제법이 무시되는 법치 없는 세상으로 치닫고 있다"며 세계 곳곳에서 다시 '제국주의적 야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함께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트럼프는 같은날 '그린란드 관련 무력 사용은 없다'는 원칙을 강조했고 관세 카드 철회 방침 또한 밝혔다. 하지만 그의 과거 이력에서도 볼 수 있듯이 최근 언행은 그린란드 합병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시도였다는 평가다.

지난해 3월 덴마크령 그린란드의 수도 누크 전경. 누크의 랜드마크인 세르미치아크산(해발 1210미터)의 모습이 보인다. AFP 연합뉴스
지난해 3월 덴마크령 그린란드의 수도 누크 전경. 누크의 랜드마크인 세르미치아크산(해발 1210미터)의 모습이 보인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자신의 SNS 트루스 소셜 계정에 올해(2026년) 그린란드에 미국 성조기를 꽂아 미국령(US TERRITORY)으로 삼는 걸 표현한듯한 이미지를 올렸다. 트루스 소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자신의 SNS 트루스 소셜 계정에 올해(2026년) 그린란드에 미국 성조기를 꽂아 미국령(US TERRITORY)으로 삼는 걸 표현한듯한 이미지를 올렸다. 트루스 소셜

◆관세 무기화에 국방비도 증액…미국판 신제국주의 기지개?

돈로주의 조짐은 이미 여러 신호로 나타났다. 하나는 관세의 무기화다. 지난해 트럼프는 취임과 동시에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를 무기로 꺼냈다. 이걸 중국 등 적대국은 물론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맹국에도 겨냥했다. 미국은 마치 다면기(多面棋,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을 상대로 동시에 바둑 대국을 하는 것)를 펼치듯 세계 각국과 관세 협상에 나섰고, 여기서 국력의 우위를 바탕으로 패권을 다졌다.

미국에게 관세는 언제든 추가 조치를 하겠다고 겁박할 수 있는 무기다. 실제로 이번 그린란드 갈등에서도 유럽에 들이밀었고, 반정부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 중인 이란 정부 압박 맥락에서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들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또 하나는 국방비 증액이다. 한국 돈 기준으로 국방예산이 1000조원이 넘어 '천조국'이라는 별명을 가진 미국이 조만간 '이천조국'으로 불릴 판이다. 지난 7일 트럼프는 내년 미국 국방예산을 당초 1조달러(1400조원)보다 50% 늘어난 1조5000억달러(2200조원)로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관세가 주요 재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돈로주의를 전개하며 자연스럽게 갈등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중국·러시아에 대해 압도적인 국방력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기준 국방예산은 미국이 8500억달러로, 중국(2450억달러)의 3.5배, 러시아(1600억달러)의 5배 수준이었다.

그리고 국제기구 탈퇴 러쉬에 나선 점이 꼽힌다. 제재를 받거나 적어도 잔소리를 들을 수 있는 환경에서 빠져나오는 맥락이다. 미 백악관은 지난 7일 트럼프가 유엔(국제연합, UN) 산하 국제기구 31곳과 비유엔 기구 35곳에서 미국이 탈퇴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유엔 경제사회국과 유엔기후변화협약 등 굵직한 기구들이 탈퇴 목록에서 눈에 띄는데, 백악관은 "미국의 주권, 경제적 역량과 충돌하는 급진적인 기후 정책, 이념적 프로그램 등을 추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는 이튿날(8일) 공개된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세계 곳곳에서 휘두르는 미국 '최고사령관' 권력에 어떤 견제 장치가 있느냐는 질문에 "내게 국제법은 필요 없다"며 "나를 멈출 수 있는 오직 한 가지는 내 도덕성과 내 생각"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아편전쟁에서 패배해 쇠락하던 중국(청나라)을 상대로 1894년 일본이 청일전쟁을 일으켜 승리하면서 제국주의는 더욱 고조됐다. 이어진 중국의 신세를 가리킨 만평. 영국, 독일, 러시아, 프랑스, 일본이 중국이라고 쓰인 파이를 제멋대로 나누고 있다. 르 프티 주르날
아편전쟁에서 패배해 쇠락하던 중국(청나라)을 상대로 1894년 일본이 청일전쟁을 일으켜 승리하면서 제국주의는 더욱 고조됐다. 이어진 중국의 신세를 가리킨 만평. 영국, 독일, 러시아, 프랑스, 일본이 중국이라고 쓰인 파이를 제멋대로 나누고 있다. 르 프티 주르날
[그래픽]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 현황. 연합뉴스
[그래픽]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 현황. 연합뉴스

◆'돈' 좇는 신제국주의 풍조 이어지나

신제국주의란 19~20세기 유럽과 미국 등 서방 강대국들과 일본 등이 식민지 팽창 경쟁에 나선 경향을 가리킨다. 新(신)이라는 접두어가 붙는 이유는 고대 정복제국 또는 15~18세기 대항해시대 식민주의와 구별하기 위해서다. 지구 전체가 영토 확장의 대상이 된 게 특징이다.

군사력·기술·자본을 결합한 우위로 확장한 영토에서 자원을 착취하고 시장을 확보하는 게 골자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끌고 가는 지금 미국의 행보가 그런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돈로주의의 첫 글자 발음 '돈'이 그런 냄새를 풍긴다는, 이어지는 글자 '로'는 그걸 좇는 길(路)이라는, 마냥 우스개소리로만 치부할 수 없는 메시지를 던진다.

마두로를 축출한 베네수엘라에 대해 트럼프가 초기에 명분으로 내세운 마약 문제 근절이나 민주 정부 수립에 힘을 쏟기보다는 세계 최대 규모 매장량(3000억 배럴) 석유 이권 확보에 더 눈독을 들이는듯한 모습이 그렇다.

미국에게 그린란드는 영토가 가까운 러시아 및 북극항로 개척에 나선 중국과의 '북극패권' 경쟁지이면서 첨단산업 필수 자원인 희토류 최대산지이기도 하다. 미국은 지난해 관세 전쟁 때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카드에 고전한 바 있다.

미국의 이런 접근은 종전 이후에 대한 관심이 커진 우크라이나에도 '청구서 국면'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4월 광물협정을 맺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미국의 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대가로 희토류 등 자원 개발 우선 참여권을 주기로 했다.

이어 아직 종전이 이뤄지지도 않은 이달 12일 우크라이나 측은 도브라 리튬 광산 개발권을 미국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에너지 투자회사인 테크멧과 록홀딩스가 공동출자한 도브라 리튬 홀딩스에 부여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아직 가시화하지 않은 러시아 및 그 외 유럽 주변 국가들의 이권 개입 여지도 거론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의전실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 30일 부산 김해공군기지 의전실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회담장을 나서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29일 국립경주박물관 중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지난해 10월 29일 국립경주박물관 중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 부부와 시진핑 국가주석 부부가 이달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빈만찬 후 샤오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샤오미폰은 경주 정상회담 때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이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부부와 시진핑 국가주석 부부가 이달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빈만찬 후 샤오미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샤오미폰은 경주 정상회담 때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이다. 연합뉴스

◆역사 속 강대국 팽창 경쟁은 늘 전쟁 불씨로…트럼프 행보 촉각

미국의 이같은 행보에 대한 당사국 및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주변 국가들의 대응은 지난 19~20세기 여러 팽창 경쟁과 닮은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대영제국과 러시아제국은 19세기 초부터 20세기 초까지 약 100년 간 중앙아시아와 인도를 중심으로 서쪽 흑해 연안부터 극동까지 유라시아 패권을 두고 '그레이트 게임'을 펼쳤다. 크림전쟁(1853~1856)이 대표적 충돌 사례다. 또 19세기 말 대영제국의 3C정책(이집트 카이로~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인도 콜카타 식민지 건설)과 20세기 초 독일제국의 3B정책(독일 베를린~튀르키예 비잔티움~이라크 바그다드 철도 부설)은 1차 세계대전의 불씨가 됐다.

현재 중국의 일대일로는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해상 실크로드 구축 전략인데, 이게 친중 베네수엘라까지 뻗치자 미국이 이번에 견제구를 날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비슷하게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이끄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NATO)와 러시아가 대치하는 곳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자신의 SNS 트루스 소셜 계정에 베네수엘라, 덴마크령 그린란드, 캐나다를 미국령으로 표시한 합성 이미지를 게시했다. 트루스 소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자신의 SNS 트루스 소셜 계정에 베네수엘라, 덴마크령 그린란드, 캐나다를 미국령으로 표시한 합성 이미지를 게시했다. 트루스 소셜

영국 언론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취임 초기 트럼프에 대해 "한 세기 만에 다시 나타난 제국주의적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는데, 올해 그 평가가 더욱 명확해지는 모습이다. 신제국주의는 결국 1차 대전을 불렀고 그 여파가 2차 대전도 야기했는데, 혹여 트럼프가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을 할 지 여부에 올해 세계인의 촉각이 향할 전망이다. 트럼프에 맞서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이들과 그 어느 때보다 친하게 지내고 있는 북한을 가까이 둔 우리나라는 더욱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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