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식당·샤워실까지…청사 곳곳서 '온수 중단'
고장 아닌 구조적 한계, "보일러 용량이 못 따라간다"
수년째 예산 요구했지만 반영 '제로'…책임은 서로 엇갈려
지난 21일 오후 경북도의회 청사 1층 화장실. 개수대 앞에서 손을 씻던 한 민원인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이야, 차가워라!"
수도가 고장 난 줄 알고 옆 개수대로 자리를 옮겼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수도꼭지를 아무리 돌려도 손끝을 찌르는 것은 얼음장 같은 찬물뿐이었다. 잠시 뒤 현장을 관리하던 근무자들도 고개를 저었다.
"벌써 뜨거운 물이 끊겼네요."
이 민원인은 "공공기관에 뜨거운 물이 다 떨어졌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다"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날 대구경북은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0℃ 아래로 떨어진 강추위였다. 청사 곳곳을 오가며 청소와 관리 업무를 맡은 근무자들에게 온수는 필수였지만, 이날 오후 더 이상 뜨거운 물을 기대할 수 없었다. 찬물에 손을 담근 채 걸레질을 이어가는 모습이 청사 곳곳에서 포착됐다.
경북도청 구내식당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끝난 뒤 설거지 개수대에는 식기가 산처럼 쌓였지만, 온수 공급이 끊기면서 기름때를 빼는 데 애를 먹었다.
"요즘 세상에 이런 경험을 다 하네요. 어릴 적 시골집에서나 겪던 일이죠."
찬물에 손을 담근 채 식기를 닦던 직원들은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새벽부터 분주히 움직였던 시설관리 직원들은 퇴근을 앞둔 오후, 지하층 샤워실에서도 찬물과 마주해야 했다. 실외와 실내를 오가며 작업을 하는 특성상 몸은 꽁꽁 얼어붙었지만, 흙먼지로 뒤덮인 작업복을 갈아입기 위해서는 찬물이라도 몸을 씻어낼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하루이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북도청과 경북도의회 청사 등 도청 인근 공공 청사는 겨울철 오후 시간에 온수가 끊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인근 청사는 도청에 설치된 보일러와 온수탱크에서 물을 데워 각 건물로 공급한다. 사용량이 급증하면 도청의 온수가 떨어지는 동시에 인근 청사들까지 연쇄적으로 온수가 바닥나는 구조라는 것이다.
경북도의회 청사관리 관계자는 "도청과 도의회 청사 전체의 물 관리는 도청에서 맡고 있는데, 청사 건립 당시보다 근무자와 방문객이 크게 늘어나면서 물 사용량이 급증했다"며 "기존 보일러 성능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일러와 온수를 저장하는 대형 수조 용량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를 수년 전부터 하고, 예산 편성을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단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북도 예산담당 관계자는 "온수 문제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관련 예산 요구가 공식적으로 예산부서에 접수된 적이 없어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장 예산을 편성하기는 어렵지만, 관련 부서를 통해 현황을 점검한 뒤 필요하다면 예산 투입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