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 출신 박철호 작가, 가나아트 한남서 개인전

입력 2026-01-19 16: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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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판화·드로잉 작업부터 회화 '물결' 및
신작 'Overlap(중첩)' 등 주요 작업 전시

박철호 개인전
박철호 개인전 'Overlap' 전시 전경. 가나아트 한남 제공
박철호 개인전
박철호 개인전 'Overlap' 전시 전경. 가나아트 한남 제공

박철호 작가의 개인전 '오버랩(Overlap)'이 가나아트 한남(서울 용산구 장문로 54)에서 지난 16일 개막했다.

작가는 경북 의성 출신으로 계명대학교 서양화과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고,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대학원을 수료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초기 판화와 드로잉 작업을 비롯해 회화 연작 'Ripple(물결)'과 신작 'Overlap(중첩)'에 이르기까지 주요 작업을 아우르며, 서로 다른 매체와 형식 속에서 지속돼온 작가의 조형적 실험과 사유의 궤적을 조망한다.

작가의 예술 여정은 30대 초반 미국 유학 시절을 기점으로 본격화됐다.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뉴욕의 판화 공방에서 작업하던 시기, 그는 방향을 잃은 채 방황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서로의 깃털을 다정하게 골라주는 비둘기 두 마리를 목격한 경험은 그의 작업에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이를 계기로 새에 대한 관찰을 시작한 그는 1990년대에 발표한 'Bird(새)' 연작을 통해, 당시 자신이 느꼈던 좌절감과 희망이 교차하는 내면의 상태를 거칠고 검은 형태의 새로 형상화했다. 날카로운 선을 겹겹이 그은 드로잉과, 오목판화 및 석판화로 표현한 검은 잉크의 거친 질감은 그의 실존적 고뇌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이후 작업을 지속하며 그의 관심은 개인의 실존에서 점차 자연으로 확장됐다. 동식물에 대한 꾸준한 관찰과 유년시절 자연 속에서의 경험은 그의 작업 세계를 지탱하는 중요한 토대가 됐으며, 이러한 관심은 2000년대 초 'Leaf(잎)' 연작을 시작으로 'Hive(벌집)', 'Flower(꽃)' 연작으로 이어졌다.

특히 그의 작업 방식은 판화와 회화를 분리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지닌다. 초기의 석판화와 에칭 작업은 날카로운 선과 매체 실험을 중심으로 전개됐고, 스퀴지는 점차 붓과 같은 도구로 체화됐다. 이러한 경험은 그로 하여금 2010년 무렵부터 판화의 제작 방식을 회화로 끌어들이는 실험을 시도하게 했고, 이는 곧 작업 형식의 확장으로 이어졌다.

그는 대상의 재현을 넘어 그 안에서 발생하는 움직임과 중첩을 탐구하며, 'Forest(숲)' 연작을 거쳐 2020년대 'Ripple(물결)' 연작을 발표했다. 물결의 파문이나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상태를 작가는 '결'이라 얘기하며, 다양한 농도의 선으로 풀어냈다. 그는 '결'이 자연 전반에 스며들어 있으며, 그 안에서 인간 또한 하나의 선으로 존재할 뿐이라는 사유를 통해 존재에 대한 성찰로 나아간다.

박철호 개인전
박철호 개인전 'Overlap' 전시 전경. 가나아트 한남 제공
박철호 개인전
박철호 개인전 'Overlap' 전시 전경. 가나아트 한남 제공

이번 전시의 중심을 이루는 신작 'Overlap(중첩)' 연작은 작가가 30여 년 전 수행했던 작업 방식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

당시 작가는 석판 위에 안료를 붓고 알코올이나 용제를 더해,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화학적 반응 속에서 즉각적으로 도상을 그려냈다. 이번에는 액체 상태의 아크릴 물감 대신 분말 안료를 사용했다. 분말 안료 특유의 빠른 건조 속도와 번짐의 성질은 즉흥적인 행위와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이 공존하는 화면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선을 보다 자유롭게 풀어내기 위해 캔버스를 세운 상태에서 안료를 붓고 흘려보내는 행위를 반복한다. 화면 위에는 작가의 의도와, 중력과 물성에 의해 우연이 겹쳐진 흔적들이 시간의 층위처럼 축적된다.

또한 신작에서 주로 사용되는 흑과 백은 박철호의 시각 언어를 구성하는 핵심적인 색채다. 물결의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환기했던 이전의 푸른 색조에서 벗어나, 해석의 여지를 확장해 보다 추상적인 장을 구축하려는 시도와 맞닿아 있다.

가나아트 한남 관계자는 "박철호의 작업은 자연을 추상화하는 형식적 실험에 머무르지 않는다"며 "그의 회화는 인간의 삶 또한 자연 일부로서 순환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하며, 존재의 위치를 사유하는 과정이 축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30여 년에 걸친 예술 여정은 자연의 동세를 좇아온 작가의 현재를 형성하며, 이번 전시는 그 여정이 이른 하나의 지점을 담아낸다"고 말했다.

전시는 2월 19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