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물가·집값 '3중 부담'…인하 카드 다시 접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새해 첫 통화정책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고환율과 물가 불안, 서울 집값 상승이 동시에 겹치면서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서기엔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환율·물가·부동산 모두 우려
금통위는 15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원/달러 환율이 다시 1,500원선에 근접한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낮출 경우 원화 가치 하락과 환율 급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고려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1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477.5원까지 올라섰다. 지난해 12월 말 1,480원을 웃돌자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과 국민연금의 환 헤지로 1,440원대까지 내려갔지만, 연초 이후 해외 주식 투자 확대와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가 이어지며 다시 상승세를 탔다.
원화 약세가 수입 물가를 자극하며 물가 안정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3% 올라 넉 달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석유류와 수입 쇠고기 가격 상승 폭이 컸는데, 이는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환율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이로 인해 수입 물가 압력이 남아 있다"며 "금통위원 다수가 아직 물가가 충분히 안정되지 않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도 금리 인하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과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로 상승 속도는 다소 둔화됐지만, 서울 집값은 여전히 오름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8% 올라 48주 연속 상승했다.
◆하반기 방향 '미정'
한은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다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2024년 10월 0.25%포인트 인하로 완화 기조로 돌아선 뒤, 11월에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속 인하를 단행했지만, 이후 환율과 물가 부담이 커지면서 다시 '관망 모드'로 전환한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기준금리는 지난해 7월 이후 최소 7개월간 2.50% 수준에 머물게 됐다.
이 같은 기조에는 경기 상황에 대한 판단도 깔려 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반도체 수출 회복 등을 근거로 올해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상향 조정했다. 잠재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상반기까지는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 압박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하반기 이후 통화정책 방향을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경기 회복이 둔화될 경우 추가 인하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 소장은 "올해 성장률 반등에는 기저효과가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다"며 "반도체 호조가 꺾이면 하반기 들어 경기 우려가 커지며 금리 인하론이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금리 인하 사이클이 이미 끝났다는 진단도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연내 동결 기조가 이어지다 하반기에는 오히려 매파적 시그널이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경기 회복이 산업·계층 간 격차를 키우는 'K자형'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커, 실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최근 "성장률은 높아질 수 있지만 부문 간 격차가 커 체감 경기는 다를 수 있다"고 언급하며 신중한 통화정책 기조를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