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 등기임원 겸직 5년 새 14% 감소

입력 2026-01-13 1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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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책임 부담 커지자 '미등기 경영' 확산…책임경영 후퇴 논란도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 연합뉴스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 연합뉴스

대기업 총수의 등기임원 겸직이 최근 5년간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책임경영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등기임원직에 대한 법적 부담이 커지면서, 총수들의 경영 참여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가운데 최근 5년간 비교가 가능한 49개 그룹을 조사한 결과, 총수가 맡은 등기임원직은 2020년 117개에서 2025년 100개로 14.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오너 일가 친인척의 등기임원 등재 건수도 360건에서 358건으로 소폭 줄었다.

등기임원은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회사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동시에, 상법과 각종 특별법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직접 부담한다. 이 때문에 총수의 등기임원 등재 여부는 그간 책임경영의 대표적 지표로 활용돼 왔다.

다만 리더스인덱스는 "총수의 등기임원 과다 겸직은 의결권 판단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문제의식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5년 기준 조사 대상 49개 그룹 가운데 23곳은 총수가 2곳 이상의 계열사에 등기임원으로 중복 등재돼 있었다. 특히 건설사를 모태로 성장한 그룹에서 이러한 겸직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개별 사례를 보면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16개 계열사에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려 가장 많았다. 이 회장은 2021~2023년을 제외하면 매년 다수 계열사에서 등기임원을 맡아온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총수가 아예 등기임원에 오르지 않은 그룹도 적지 않았다. 조사 대상 가운데 14곳은 총수가 미등기임원으로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특히 신세계그룹의 경우 이명희 총괄회장과 정용진 회장, 정유경 ㈜신세계 회장 등 오너 일가 3명 모두가 등기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상태다.

리더스인덱스는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이후 등기이사에게 형사 책임이 직접 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총수가 회장이나 고문 직함을 유지한 채 미등기임원으로 남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실질적 권한은 행사하면서 법적 책임은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꼼수 경영' 비판도 제기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