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교체마다 바뀐 구상, 실행은 번번이 연기
경북도청이 떠난 지 10년. 대구시 산격청사는 여전히 뚜렷한 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대구시의 구상이 수차례 바뀌는 동안 소유권 문제와 신청사 이전 일정은 정리되지 않았고 그 사이 개발 논의만 반복되며 실행은 번번이 미뤄졌다.
◆10년째 표류 중인 활용 방안
2016년 2월 경북도청이 안동으로 이전하면서 1970년부터 이어진 대구 산격동 도청 시대는 막을 내렸다. 경북도와 산하 기관들이 모두 떠난 뒤 남겨진 산격동 청사 부지(약 14만2천㎡)는 새로운 활용 방안을 모색하게 됐다. 같은 해 9월 대구시는 시청 별관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산격청사의 등장은 새로운 고민거리를 낳았다. 경북도청이 떠난 직후부터 산격청사 후적지를 어떻게 개발할지 논의가 시작됐지만 초기에는 소유권 문제와 기관 간 이견, 대구시 신청사 건립 계획 등 변수가 얽혀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했다. 경북도는 청사 부지와 건물 상당 부분을 그대로 소유한 채 안동으로 갔고, 일부 동은 경찰청·교육청 등 다른 기관 소유로 남았다.
산격청사 개발 계획을 두고 초기에는 공공기관 이전이나 기업 유치 같은 다양한 추상적인 아이디어만 오갔다. 일부에서는 역사성을 살려 복합행정타운 또는 문화공원으로 조성하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권한과 예산을 쥔 주체가 분명치 않아 실행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2020년~2021년 전후로 중앙정부 차원의 지역균형발전 구상이 후적지 논의에 새로운 변수가 됐다. 당시 정부는 대도시권 도심에 주거·산업·문화가 융합된 '도심융합특구' 모델을 추진하기 시작했고 대구에선 산격청사가 중요한 거점으로 떠올랐다.
◆문화예술허브 둘러싼 갈등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산격청사 개발 논의는 급격히 문화예술허브 구상으로 쏠렸다. 2022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산격청사 부지 대부분(약 10만4천㎡·37개 동)을 1천841억원에 매입하고 이곳에 국립근대미술관, 국립뮤지컬콤플렉스 등을 핵심으로 한 대형 문화시설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수도권에 집중된 문화 인프라를 지역에 확충하겠다는 취지의 국정과제로서 대통령 공약으로도 명시된 사업이었다.
문체부 계획안에 따르면 옛 도청 본관 일대를 리모델링하거나 새로 건립해 근현대 미술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미술관을 만들고, 대규모 뮤지컬 공연·제작이 가능한 전문 공연장을 짓는 등 문화·예술 관련 시설들을 집적시키는 청사진이 제시됐다. 이외에도 복합문화공간, 창작스튜디오,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부대시설 등을 갖춰 지역 문화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2022년 7월 민선 8기 시장으로 취임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산격청사 활용 방안을 둘러싸고 문체부와 각을 세우며 독자 구상을 펼쳤다. 그는 취임 직후 시장실을 비롯한 주요 부서를 산격청사로 대거 이전하며 기능을 강화했다. 이듬해인 2023년 대구시는 문체부에 문화예술허브 예정지를 달성군 화원읍의 옛 대구교도소 부지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다. 대신 산격청사 부지는 경북대학교·삼성창조캠퍼스·엑스코(EXCO)를 잇는 이른바 '트라이앵글 창업특구'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홍준표 시장의 파격 제안은 곧바로 부지 이전 공방으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지역사회 여론도 둘로 갈려 혼란이 가중됐다. 산격청사가 위치한 대구 북구 주민들은 결사 반대에 나섰다. 2023년 4월 북구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등을 중심으로 문화예술허브 이전 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성되어 주민 수십 명이 산격청사 앞에서 삭발식을 벌이는 극단적 항의도 있었다.
◆신청사 건립은 언제쯤?
이처럼 산격청사 개발은 복잡한 정치적 상황과 얽힌 소유 구조로 인해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체 부지 14만2천㎡ 가운데 약 73.5%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보유하고 있으나, 나머지 부지는 소유 주체가 제각각이다.
과거 경북경찰청이 사용하던 부지는 경북도가 토지를, 경찰청이 건물을 각각 소유하고 있으며, 경북교육청이 사용하던 건물 역시 교육청 소유로 남아 있다. 청사 내부 도로와 일부 건물은 대구시 소유다. 이처럼 소유 기관이 여러 곳으로 나뉘면서 부지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 개발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산격청사 개발의 또 다른 난제는 대구시 신청사 건립 문제다. 신청사가 완공돼야 산격청사에 입주한 시청 부서들이 모두 이전할 수 있고, 이후에야 본격적인 개발이 가능해진다. 대구시는 현재 2030년쯤 신청사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예산 확보와 각종 행정절차가 여전히 남아 있다. 신청사 추진 절차와 시기를 둘러싼 논란은 최근 열린 대구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달 9일 열린 제4차 예결위 회의에서 김지만 시의원은 "문화예술허브 착공이 원래 2027년이고 신청사 준공이 2030년"이라며 "산격청사가 이전하기도 3년 전에 문화예술허브 착공이 가능하나"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국립근대미술관은 산격청사 본관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들어가기 때문에 2030년에 건물을 비워야 착공이 가능하다"며 "국립뮤지컬콤플렉스는 주차장 부지를 활용하기 때문에 2027년에 시작해서 2030년 준공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