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80년대 산아제한→90년대 출산장려 '실책'…미래산업 수도권 집중으로 또 반복되나?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라는 오래된 구호의 저주 아닌 저주는 지속될까? 아니면 반전의 신호를 보일까? 올해 확인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의 '인구감소지역'이 지난 2021년 처음 지정됐는데,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5년 마다 재지정토록했기 때문에 올해 어떤 지역은 제외되고 또 어떤 지역이 추가되는지 보면 된다.
이는 출범 2년차 이재명 정부의 지방소멸 대응 중간평가이자, '5극3특' 전략(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등 5개 초광역권별 특별지방자치단체를 구성하고 제주·강원·전북 등 3개 특별자치도의 자치 권한 및 경쟁력을 강화하는 특별법 제정 추진)의 방향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점검할 여러 항목 중 지역별 '출산' 관련 지표가 중요하다. 이 지표는 향후 미래산업의 지방 배치 정책이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정말로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는지 따질 수 있는 부분이다.
◆60년대 3명→70년대 2명→80년대 1명→90년대 "아차"
짚어봐야 할 오래된 구호가 또 있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
대한민국은 1950년 발발한 6.25전쟁으로 막대한 인명피해를 겪으며 출생인구의 일시적 감소를 겪었다. 이는 전쟁 후 복구 과정을 거치며 1955년쯤부터 큰 폭으로 회복했다. 바로 '베이비붐' 세대의 시작이다. 이때부터 5년 간 연평균 인구증가율이 2.98%를 기록, 한국 인구는 2천150만명에서 2천500만명으로 폭증했다.
그러다 1960년대 들어 정부는 인구 폭발이 국가 경제에 부담을 준다고 진단했다. 너무 많이 낳을 경우 교육·의료 등 각종 복지 인프라가 부족했다. 아들을 낳을 때까지 여성은 출산 기계가 돼야 하는 (역시 인구를 계획없이 늘리는 원인인)남아선호사상을 없애자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결국 1961년 대한가족계획협회가 발족, '가족계획'이라는 개념을 퍼뜨리고 '산아제한'이라는 방식을 제시했다. 그 강도를 점차 높였다. 1966년 '세 자녀 갖기 운동'을 전개했고, 1970년대에는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더니, 1980년대에는 '둘도 많다!'는 캠페인을 펼쳤다.
정책도 곁들였다. 1962년 해외이주법을 제정해 해외이민을 장려했다. 1970년대부터 정관수술 시 아파트 분양 우선권을 부여했고, 1974년의 경우 '임신 안 하는 해' 캠페인이 민간에서 벌어졌다. 인구 4천만명대에 들어선 1980년대엔 예비군 훈련 중 정관수술 시 훈련 잔여 시간을 면제해주기도 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길거리와 광장엔 인구폭증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려고 '인구시계탑'을 세웠다.
그랬던 게 1990년대에 정반대 상황을 맞닥뜨렸다. '고령화' 시대의 도래를 간과했던 것. 저출산이 심각한 인구 부양 불균형을 만들 것으로 본 정부는 1996년 들어서야 '신인구정책'을 수립, '출산장려'를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쉽게 되돌릴 수 없었다. 과거엔 정부가 하자면 하는 게 국민성이었으나, 시대가 바뀌었다. 경제적 처지와 자아실현의 욕구 등을 따져 '핵가족'을 넘어 '1인가구'가 대세가 됐다. 통계청 '사회조사로 살펴본 청년의 의식변화'에 따르면 결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청년은 2012년 56.5%에서 2023년 36.4%로 줄었다. 이유는 결혼자금 부족(33.7%), 필요성 못 느낌(17.3%), 출산과 양육 부담(11%), 고용 불안(10.2%) 등이었다.
공교롭게도 60년 전 그 구호,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가 다시 튀어나온다. 섣불리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면, 거지꼴 면하기 어렵다는 청년들의 목소리다.
◆출산율 소폭 반등했지만 "수도권 얘기?"
그렇게 점점 바닥으로 향하던 출산율이 최근 반등했다는 소식이 화제였다.
지난해 말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인구 전망 2025~2045' 보고서에 따르면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가임기인 15~49세까지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955년 역대 최고 6.33명에서 2023년 역대 최저 0.72명으로 떨어졌다. 그랬던 게 2024년 0.75명으로 미미하게나마 반등하더니 지난해(2025년 1~10월 집계) 추산 0.8명대 회복에 이어 올해(2026년)는 0.9명대로 더욱 반등할 전망인 것.
국가예산정책처는 코로나19로 지연됐던 혼인이 몰리면서 주요 가임기인 30대 여성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2년 전부터 양육비 부담 완화와 부부 육아휴직 지원 등 출산 정책이 강화된 게 연결고리로 언급된다.
희망의 두 해(2024, 2025년)를 행정안전부가 이달 5일 발표한 자료를 바탕으로 다시 살펴보면, 국내에서 2024년 24만2천334명이 태어났는데 2025년엔 그보다 1만5천908명(6.56%) 증가한 25만8천242명이 출생했다.
그런데 여기서 수도권과 지방(비수도권)의 온도 차가 드러난다.
2025년 지역별 출생자 수를 보면 시·도 단위에서는 경기(7만7천702명), 서울(4만6천401명), 인천(1만6천786명) 순으로 많았다. 시·군·구의 경우 경기 화성시(8천116명), 경기 수원시(7천60명), 경기 용인시(5천906명), 충북 청주시(5천526명), 경기 고양시(5천522명) 순이었다.
그러면서 수도권과 비수도권 인구 격차가 처음으로 100만명 넘게 벌어졌다. 수도권 인구(2천608만1천644명)는 2024년 대비 3만4천121명(0.13%) 증가했으나, 비수도권 인구(2천503만5천734명)는 같은 기간 13만3천964명(0.53%) 감소했다. 104만5천910명 격차로, 2019년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처음 앞지른 후 최대치다.
◆누구나 아는 '일자리'가 해답이지만, '산아제한' 닮은꼴 우(愚) 범할까?
새로 태어나는 아기가 많은 전국 1·2·3위 기초자치단체 화성·수원·용인은 삼성전자 캠퍼스(사업장) 소재지, 4위 청주는 SK하이닉스 캠퍼스 소재지인 점이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 코스피 시가총액 1·2위 기업의 대규모 일자리가 있는 지역들에서 청년들의 결혼·출산·양육 등 주거 해법이 상대적으로 선명하게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상위 랭킹엔 들지 않았으나 삼성전자 등이 위치한 경북 구미시도 출생아 수가 2025년 1~10월 1천722명을 기록, 전년 동기 1천649명 대비 4.4% 늘며 증가세다. 영양군(2024년 기준 출생자 수 25명, 전국 최저) 등 연 출생자 수 100명이 채 안 되는 시·군이 많은 대구경북에선 주목할 사례다.
각 지역에 이미 자리를 잡은 일자리는 쉽게 조정하기 힘들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신산업이 앞으로 어디에 신규 배치되는지가 곧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고, 이게 지방에 청년들을 붙잡아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며 정주토록 하는 핵심 정책이 될 수 있다.
다만, 정부 미래산업 투자의 여전한 수도권 집중이 우려를 키운다.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3년 정부의 전국 특화단지 투입 예산 3천594억원 중 73%(2천639억원)가 수도권 몫이었다.
특히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가 2023년 7월 결정한 '첨단산업 및 신규 소부장 특화단지' 투자 620조원 가운데 90%(562조원)가 용인평택 반도체특화단지에 배정됐다. 또 2024년 6월 결정된 '바이오 특화단지' 투자 36조원 중에서도 71%(25조7천억원)가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메가클러스터에 투입된다.
이런 식이면 정부의 지방소멸 대책인 '5극3특'은 그냥 시쳇말로 '수도권 특특특'이 돼 버린다. 정부가 수십년 근시안으로 전개한 실수 사례인 '산아제한'에 이어 재차 실수하는 '지방제한(지방의 성장을 제한하는)' 사례라고 씁쓸히 풍자하게끔 만든다.
수도권의 전력 공급 능력 부족 실태를 매개로 최근 점화했던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지방 이전론에 대해서는 6.3 지방선거를 앞둔 이슈 몰이라는 일각의 비판도 있지만, 본질은 이재명 대통령이 표를 얻은 공약인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갈증 표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