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과자 계산 빠뜨렸다 '절도범'된 재수생…檢처분 취소한 헌재

입력 2026-01-05 18:16:49 수정 2026-01-05 18:48:55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헌법재판소 전경. 연합뉴스
헌법재판소 전경. 연합뉴스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에서 1500원짜리 과자 한 봉지를 실수로 결제하지 않았던 재수생에게 내려진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헌법재판소에서 취소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김모 씨가 수원지검 안산지청의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재판관 9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받아들였다. 헌재는 해당 처분이 김 씨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청구인에게 절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움에도 피청구인(검사)은 청구인(김씨)에게 절도죄가 성립함을 전제로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며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증거판단의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사건은 지난해 7월 24일 밤 발생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재수학원에 다니던 김 씨는 밤 10시 32분쯤 한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에서 아이스크림 4개와 과자 1봉지를 고른 뒤 계산대에 섰다. 이 과정에서 1천500원짜리 과자를 계산대에 올려두지 않은 채 아이스크림 4개와 비닐봉지 값 3천50원만 결제했다.

김 씨는 또 냉동고 위에 올려둔 800원짜리 아이스크림 1개를 다시 제자리에 넣지 않았고, 이로 인해 해당 제품이 녹았다는 이유로 매장 주인이 피해를 주장했다. 점포 주인은 김 씨가 과자를 훔치고 아이스크림을 손상시켰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느라 부주의해 과자를 결제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절도 전과나 형사처벌 전력은 전혀 없었다. 이후 김 씨는 매장 주인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10만원을 지급했고, 매장 측은 합의서를 제출하며 선처를 요청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김 씨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재판에는 넘기지 않되, 총 2천300원 상당의 물품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범죄는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헌재는 매장 CCTV 영상을 근거로 검찰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헌재는 김 씨가 이어폰을 낀 채 얼굴을 가리지 않고 물건을 고르고, 자신의 명의로 된 체크카드로 다른 상품을 정상 결제한 점 등을 들어 "과자만을 계산하지 않고 따로 절취하고자 했을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은 김 씨가 휴대전화를 여러 차례 확인한 점을 들어 결제 내역 문자 메시지를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단순히 재생되는 음악을 바꾸는 등 다른 목적으로 휴대전화를 꺼내 봤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휴대전화를 꺼내 확인했다는 사실만으로 절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검찰은 앞서 사무실 냉장고에서 합계 1050원 상당의 과자 두 개를 먹은 물류회사 하청업체 보안직원을 절도 혐의로 기소했다가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상고를 포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