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뒷담] 차우셰스쿠 부부 기억 못한 마두로 부부? 그리고 이멜다

입력 2026-01-08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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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전 루마니아 독재자 부부 닮은꼴
'마약' 빌미 미국의 중남미 독재자 축출 잇따라
트럼프는 '기승전中'…결국 '친미반중'이냐 '반미친중'이냐 문제?

베네수엘라 국기를 들고 선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 마두로 대통령 인스타그램
베네수엘라 국기를 들고 선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 마두로 대통령 인스타그램

시사 뉴스의 담 너머 이면을 짚어 가볍게 읽어드립니다. 대통령이 지나가듯 던진 말, 정치인의 SNS 글과 사진, 유명인의 과거 발언·행동 속에 중대한 진심과 진실이 감춰져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편집자 주>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미군 특수부대에 체포돼 마약 밀매와 돈세탁 등 혐의로 미국 법정에 서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는 36년 전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루마니아 대통령 부부의 말로를 기억하지 못했던 걸까?

▶1989년 12월 23일 차우셰스쿠 부부는 독재정권에 맞선 구국전선평의회에 체포됐다. 이틀 뒤 크리스마스였던 25일 특별군사재판에서 대량학살과 부정축재의 죄목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당일 총살됐다.

부인도 죽임을 당한 이유가 있었다. 아내 엘레나 차우셰스쿠는 영부인이기도 했지만 루마니아 부총리도 맡고 있었다. '비선실세'였다. 이에 '남편이 독재자라면 부인은 폭군'(셸리 클라인 저 '독재자의 최후'), '차우셰스쿠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칭찬은 아내보다 낫다는 것'(잭 앤더슨·데일 반 아타 저 '부쿠레슈티의 말괄량이') 등의 평가가 전해진다.

1989년 12월 25일 성탄절에 대량학살과 부정축재의 죄목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당일 총살된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루마니아 대통령(오른쪽)과 아내 엘레나 차우셰스쿠. 연합뉴스
1989년 12월 25일 성탄절에 대량학살과 부정축재의 죄목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당일 총살된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루마니아 대통령(오른쪽)과 아내 엘레나 차우셰스쿠. 연합뉴스

▶달력을 다시 36년 뒤로 넘기면, 지금 마두로에게 붙는 '독재자'라는 꼬리표는 물론, 아내의 존재감도 닮았다.

마두로의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는 전임 독재자 우고 차베스가 1992년 쿠데타 실패로 투옥되자 변호인으로 이름을 알렸고, 이후 장기독재에 나선 차베스 정권의 국회의장과 법무장관 자리를 얻었다. 법무장관 때 사법부 장악에 나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다 차베스 정권 부통령 출신 마두로와 결혼한 게 2013년 7월 15일인데, 이는 마두로가 차베스의 사망으로 후임 대통령이 되고 불과 4개월 뒤 일이었다.

즉, 차베스 정권의 실세였던 두 사람이 권력을 합친, 정략결혼이었던 셈이다. 더구나 두 사람 다 재혼이었다.(2013년 결혼 당시 마두로 나이는 51세, 플로레스 나이는 57세, 즉 6살 차이 연상연하 커플이다) 세기의 사랑일까? 세기의 권력 야합일까?

이후 두 사람이 권력을 좋게 썼다면 모르겠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1기 때인 2020년 두 사람을 기소했고, 이번 2기 때 전격 체포해 법정에 세웠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오른쪽)과 아내 실리아 플로레스. 실리아 플로레스 페이스북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오른쪽)과 아내 실리아 플로레스. 실리아 플로레스 페이스북

▶물론 두 부부 사이엔 차이점도 있다.

차우셰스쿠 부부는 독재 타도 혁명에 의해 처단됐다. 마두로 부부는 미국이 개입해 죄를 묻는 형국이다.

그래서 이번 사태를 두고는 1989년 조지 H W 부시 미 행정부의 파나마 침공 때와도 닮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에도 '미국'이 '마약 밀매'를 빌미로 '중남미 독재자 축출'에 나선 게 같았다. 역시나 미군 특수부대에 체포된 마누엘 노리에가 파나마 총사령관은 미국으로 이송돼 마약 밀매 혐의 유죄 선고를 받고 미국 교도소에서 19년을 복역했다. 이후 프랑스와 고국 파나마에서도 형을 살다 가택연금 중 죽었다.

필리핀 독재자 페르디난도 마르코스의 부인 이멜다 마르코스. 올해 나이 97세다. 연합뉴스
필리핀 독재자 페르디난도 마르코스의 부인 이멜다 마르코스. 올해 나이 97세다. 연합뉴스

▶어쨌든 '독재'가 '단죄'됐거나 그럴 수순인 건 이들 사례의 공통점이다.

그러나 역사엔 예외도 존재한다. 필리핀의 독재자 페르디난도 마르코스다. 20년 독재와 부정부패, 민간인 학살로 필리핀에서도 '에드사 혁명'이 발생했는데, 필리핀 국민들은 그를 하와이 망명을 조건으로 '살려는 줬다'.

함께 목숨을 건진 사람이 부인 이멜다 마르코스다. 엘레나 차우셰스쿠, 실리아 플로레스처럼 수도 마닐라 주지사와 국회의원 등 공직을 역임했다. '남편보다 더하다'는 평가는 엘레나와 비슷하다. 두 사람보다 돋보이는 건 필리핀 경제를 망친 어마무시한 사치 행각이다.

남편은 1989년 죽었지만 이멜다는 장수했다. 그래서 뒤늦게 단죄의 기회도 찾아왔다. 2018년 필리핀 법원이 부패 혐의로 최고 77년형을 선고했는데, 항소했다. 그러던 중 장남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가 2022년 필리핀 대통령에 당선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친미반중' 행보를 보이고 있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연합뉴스

▶여기서 '미국'이라는 키워드가 묘하게 연결된다. 마르코스 주니어는 전임 두테르테의 '반미' 노선을 '친미'로 전환했다. 그러면서 '탈중'의 뉘앙스도 보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지구 반대편 마두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보낸 특사와 만난 직후 미군에 체포됐다. 베네수엘라가 중국의 지지를 확인한 시점에 미군이 의도적으로 들이닥쳤다는 해석이다. 필리핀은 그럴 일 없어 보인다. 덕분에 올해 나이 97세 이멜다는 천수를 누릴듯 하다. 늘그막 수렴청정도 즐기며.

우리나라 사정도 들여다보자. 트럼프는 마두로 부부 체포 이튿날이었던 4일 베네수엘라의 오랜 동맹인 쿠바를 언급, 군사행동을 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쿠바는 아주 못하고 있다.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베네수엘라의 또다른 오래된 동맹이 중국, 러시아, 북한이다. 죄다 우리나라 옆에 있다. 특히 미북대화 양상이 전과 달라질 수 있다. 비슷한 시기였던 지난 4~7일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 성적표까지 더한 고차원 방정식이 한반도에 던져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보낸 특사(왼쪽)와 만난 직후 미군 특수부대에 체포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마두로 대통령 인스타그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보낸 특사(왼쪽)와 만난 직후 미군 특수부대에 체포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마두로 대통령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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