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거래 앱 '당근'에서 경찰과 도둑 참여자 모집방 수두룩…대구에서만 16개
동심 불러내는 추억의 놀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어
"도둑은 경찰 손에 닿으면 잡히는 거예요!"
4일 오후 5시 30분쯤 대구 동구 율하체육공원에는 두꺼운 패딩, 체육복 차림의 남녀 38명이 모여들었다. 삼삼오오 도착한 청년들은 "혹시 경찰과 도둑, 당근이세요?"라는 인사를 주고받았다.
이들은 어린 시절 학교 운동장에서 즐겼던 '경찰과 도둑' 놀이를 다시 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청년들이다. 참여자들의 연령대는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세대를 가리지 않고 모였다.
본격적인 놀이에 앞서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준비운동이 진행됐다. 이후 자신을 '방장'이라고 소개한 여성은 "감옥은 가로등 아래 벤치, 너무 멀리 도망가면 안 되니 이동 반경은 붉은 아스팔트로 포장된 구간까지만 허용된다"고 말했다.
놀이 규칙 설명이 끝난 뒤, 경찰로 분류된 12명은 휴대전화 조명을 켜고 도둑 26명을 잡기 위해 분주히 돌아다녔다. 일부는 "도망가!", "잡아"를 연신 외치면서 전력 질주하는 등 추격전을 방불케 하는 모습도 보였다. 경찰에게 붙잡혀 연행된 도둑들은 '감옥'에서 발이 묶였다.
참석자 강이현(23) 씨는 "당근에서 경도를 모집하는 게 유행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친구와 함께 나오게 됐다"며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이후로는 해본 적이 없는데, 숨 가쁘게 뛰다 보니 잠시나마 어린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다"고 말했다.
최근 중고 거래 앱 '당근'을 중심으로 경찰과 도둑(이하 경도)을 비롯해 추억의 놀이 멤버를 모집하는 글이 확산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SNS 영향으로 비대면 소통이 익숙해진 환경 속에서, 동심을 불러내는 옛 놀이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경도는 도망치는 도둑과 이를 추격하는 경찰로 역할을 나눠 진행된다. 정해진 시간 안에 경찰이 일정 수의 도둑을 잡으면 승리하는 단순한 규칙이다. 활동성이 높다는 점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기자가 이날 당근에서 대구 지역 '경도'를 검색했더니 모임 참여자를 구하는 방만 16개였다. 이 가운데 2개방은 참여자 수가 500명 안팎을 오갔다. 모임은 주최자가 시간과 장소를 공지하고 선착순으로 마감하는 방식이다. 대구의 경우 경북대와 수성못 상화동산, 율하체육공원 등에서 주로 모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저녁 대구의 날씨는 영상 3~4℃ 분포를 보였으나, 칼바람 같은 추위는 청년들의 열정을 꺾을 수 없었다. 30분가량 진행된 첫 경도가 끝난 뒤 두 번째 판이 이어졌지만 이탈한 사람 없이 모두가 재참석했다.
경도 이후에도 참석자들은 '수건돌리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같은 추억의 놀이를 이어갔다.
이번 모임이 처음이라는 박지민(23) 씨는 "집에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일상보다 이렇게 밖으로 나와서 경찰과 도둑 같은 놀이를 하는 게 훨씬 건강하게 느껴진다"며 "처음엔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게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체계가 갖춰져 하나의 커뮤니티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옛 추억의 놀이를 하는 배경으로 익명성과 과거의 향수 심리가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이동진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놀이라는 즐거움은 성인이 되면서 많이 잃어버리는데 그러한 그리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스마트폰과 아파트 영향으로 개인화, 고립이라는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일시적·유동적 커뮤니티를 통해 외부 활동을 하는 건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