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다태아 출산율 세계 2위
"산모·태아 모두 위험" 경고 속
현장선 "어쩔 수 없는 선택"
실패 부담 줄이는 정책 목소리
난임 시술 확대로 국내 다태아 출산율이 세계 2위 수준에 이르자 국책 연구기관들은 "고위험 다태 임신을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난임 여성들의 현실은 다르다. 위험을 알면서도, 실패의 부담과 제한된 지원 속에서 그 선택 외에 다른 길이 없었다는 호소다.
◆세계 다태아 2위…"산모 태아 모두 위험"
전체 출생아 가운데 다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3.7%에서 2024년 5.7%로 늘었다. 분만 1,000건당 다태아 출산은 28.8건으로 '세계 다태아 출생 데이터(HMBD)'에 포함된 국가 가운데 그리스(29.5건)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쌍둥이 가운데서도 세쌍둥이 이상 고차 다태아 비중은 같은 기간 2.4%(392명)에서 3.4%(457명)로 증가했다. 다태아 출산이 점차 고위험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다태아 증가의 배경으로는 고령 출산 확대와 보조생식술의 증가가 꼽힌다. 국내 35세 이상 산모 비중은 2000년 9.5%에서 2024년 35.9%까지 치솟았다. 난임 부부가 늘면서 시험관 시술 등 의료 보조 생식술(MAR)을 통해 임신하는 사례도 함께 증가했다.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한 번에 여러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쌍둥이 이상 임신 가능성도 커진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태아 임신이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상당한 위험을 동반한다고 경고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다태아 출산은 단태아에 비해 산모와 태아의 건강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모체태아의학회에 따르면 쌍둥이 임신은 단태아와 비교해 ▷조산·조기진통 위험이 6배 ▷임신중독증 위험은 2배 이상(세쌍둥이는 9배) ▷산후 출혈 위험은 약 3배 ▷혈전성 질환 위험도 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 이후 육아 스트레스와 경제적 부담 역시 더 커질 수 있다.
◆ "알지만 피할 수 없었다" 현장의 선택
그러나 현장에서 만난 난임 여성들의 이야기는 '위험'이라는 경고와 다른 층위에 놓여 있었다. 다태아 임신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선택을 피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고령 임신에 따른 시간적 제약, 반복되는 시술로 인한 경제적·신체적 부담, 경력 단절에 대한 불안이 겹치면서 다배아 이식은 개인의 선호라기보다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결정'에 가까워진다. 임신 성공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더 큰 위험을 감내하도록 만드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2년 동안 시험관 시술을 이어오다 지난해 쌍둥이를 임신한 이모(가명) 씨는 "쌍둥이가 위험하다는 건 알고 있었으나 몇 차례 실패를 겪고 나니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두 개를 이식해도 임신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현재 16회차 시험관 시술을 진행 중인 김모 씨도 같은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정부 지원에는 횟수 제한이 있다. 난소 기능이 크게 떨어진 극난저 여성에게 20회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첫 아이만큼은 무제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여러 개의 배아를 이식한 것은 아니다. 초조한 마음에 성공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한 선택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다태아 위험성 논의가 난임 시술 전반에 대한 지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난임 여성은 "쌍둥이가 위험하다는 이유로 시술 문턱이 더 높아질까 봐 두렵다"며 "위험을 줄이려면 선택지를 줄이기보다, 실패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이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 지원은 늘었지만…"체감은 부족"
현행 다태아 정책은 양적으로는 확대됐지만, 다태아 가정이 체감하는 지원의 질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출산축하금과 산후조리비 등 일회성 경제 지원에 집중돼 있고, 심리 상담이나 또래 부모 네트워크 등 정서적 지원은 사실상 부재한 수준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난임 시술 단계부터 예방적으로 접근하는 지원의 질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임신 준비 단계에서 충분한 정보 제공과 상담을 강화하고, 시술 과정에서는 고차 시술 단계에 이른 여성들을 대상으로 의료·정서적 지원을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산 이후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전문 의료·돌봄 인프라 확충이 뒤따라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다태아 임신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아 보험 가입 문턱이 높아 보장이 제한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모 씨(42)는 "쌍둥이라는 이유로 보험 가입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며 "위험하다고 말하면서 정작 대비할 수단은 막혀 있는 셈이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고위험 임신·출산에 대해서는 국가와 지자체가 공적 책임을 먼저 강화하고, 민간보험은 이를 보완하는 역할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다태아 증가는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선택지를 좁혀온 구조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위험한 결정을 줄이기 위해서는 그 결정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 환경부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