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의 종말, SDV의 부상…자동차 산업 판이 바뀐다

입력 2026-01-01 15:53:44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Pleos Connect)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Pleos Connect)

국내 자동차 산업이 격변기를 맞을 전망이다. 내연기관 중심에서 하이브리드·친환경차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엔진이 아닌 반도체 칩이 완성차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세계 3대 완성차 기업으로 발돋움한 현대차그룹은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환 가속화를 위한 대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여기에 삼성전자·LG전자가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 사업 육성에 뛰어들면서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선보인 플레오스 커넥트 시스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연결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그룹이 선보인 플레오스 커넥트 시스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연결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 1위 기업 현대차의 절치부심

현대자동차는 지난 2022년 SDV 전환 선언 후 핵심 인재를 영업하고 자체 운영체제 ccOS를 개발하는 등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했다.

최근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쇄신에 나서 관심을 끌었다. 연구개발(R&D) 수장과 생산담당 사장, 싱크탱크에 해당하는 HMG 경영연구원장 등을 교체하며 미래 시장 주도권 확보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18일 사장 4명을 비롯한 총 219명의 승진을 포함한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SDV 전환을 주도하는 핵심 부문 수장을 새롭게 정비했다. 만프레드 하러 R&D본부장과 정준철 제조부문장이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

또 그룹사 첫 여성 사장이 탄생해 관심을 끌었다. ICT담당 진은숙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발령한 것. 진 신임 사장은 NHN 총괄이사 출신으로, 지난 2022년 현대차 ICT본부장으로 합류한 이후 글로벌 원 앱 통합, 차세대 ERP 시스템 구축 등 그룹의 IT 전략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SW 전문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는 류석문 전무를 신임 대표이사로 임명·내정했다. 쏘카 CTO, 라이엇게임즈 기술이사 등을 거친 현대오토에버 류 대표는 2024년 현대오토에버에 합류한 이후 SW플랫폼 사업부를 이끌며 IT 시스템 및 플랫폼 구축, 차량 소프트웨어 개발 등 핵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SW 및 IT 부문에서 기술과 개발 역량을 갖춘 리더를 전면에 배치한 것이 특징"이라며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기술 중심 경영을 강화하고 그룹 차원의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 삼성·LG 모빌리티 혁신 앞당긴다

삼성전자도 전장 사업 부문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독일 'ZF 프리드리히스하펜'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사업을 인수한 것. 인수 계약 규모는 15억 유로(약 2조6천억 원)로, 2015년 이후 8년 만에 전장 부분 '조 단위' 인수·합병으로 관심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ADAS 사업 인수 절차를 올해 안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ZF의 ADAS 사업은 25년 이상의 업력을 바탕으로, 여러 시스템 온 칩(SoC)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자동차 제조사들에 공급하며 글로벌 ADAS 스마트 카메라 업계 1위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앞서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과 시너지 효과를 높이며 SDV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전자는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SDV의 핵심인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자체 개발한 차량용 IVI(엔터테인먼트)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가 BMW 차량에 탑재된다. 엑시노스 오토 사업을 맡고 있는 시스템LSI사업부는 최근 커스텀 SoC(시스템온칩) 개발팀을 신설, 빅테크뿐 아니라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도 맞춤형 칩을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LG전자가 개발한 AI 캐빈 플랫폼이 전방의 차량을 인지하고 맞춤형 가이드를 제공하는 모습. LG전자 제공
LG전자가 개발한 AI 캐빈 플랫폼이 전방의 차량을 인지하고 맞춤형 가이드를 제공하는 모습. LG전자 제공

LG전자의 경우 전장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바퀴 달린 생활공간'을 지향하며 자체 개발한 SDV 설루션 'LG 알파웨어'의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LG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GM은 LG전자를 SDV 전환을 선도하는 '올해의 공급사'로 7회 선정했다. 또 메르세데스벤츠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를 포함한 핵심 소프트웨어를 공동 개발하며 협업을 확대 중이다.

아울러 LG전자는 오는 6일부터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6에서 자동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HPC에 적용되는 온디바이스 AI 솔루션인 'AI 캐빈 플랫폼(AI Cabin Platform)'을 완성차 고객사를 대상으로 최초 공개한다. 이 플랫폼에는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의 고성능 오토모티브 솔루션인 '스냅드래곤 콕핏 엘리트'가 탑재됐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자동차가 모빌리티로 확장하면서 주도권이 곧 생존과 직결되는 시대"라며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으로 변화의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