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김교영] 송구영신의 시간

입력 2025-12-30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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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영 논설위원
김교영 논설위원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시간이다. 송구영신은 물리적 현상이자, 정신적 제의(祭儀)다. 옛날 중국에서 신구 관리들의 교체를 뜻하는 송고영신(送故迎新)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제구포신(除舊布新)도 비슷한 의미다.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말로, '묵은 것을 버리고 새것을 펼친다'는 뜻이다.

송구영신,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맞을 건가. 이번 세모(歲暮)엔 그 의미가 무겁다. 법과 상식을 우습게 여기는 권력, 극단의 정쟁(政爭), 불신과 분열은 국민의 삶을 찢어놨다. 정치권이 말하는 '국민 통합' '민생'은 말뿐이었다. 경제적 고통과 사회적 불안은 깊어간다. 나를 위해 눈물 흘려주는 사람이 없다. 사람들은 각자도생(各自圖生)으로 내몰린다.

변동불거(變動不居), 대학 교수들이 선정한 '올해(2025년)의 사자성어'다. '세상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면서 변한다'는 뜻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권 교체, 무역 전쟁과 경기 침체 등 격랑(激浪)에 휩쓸리고 있는 한국 사회를 상징한다. 격변 속에서도 안정을 찾아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를 내포한다.

자강불식(自强不息),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26년 사자성어다. '스스로 강하게 하며 쉬지 않고 노력한다'는 의미다.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도 역량을 강화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중소기업들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 자강불식은 기업들의 다짐만은 아닐 것이다. 국가는 동맹에, 개인은 사회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다. 스스로 힘을 키우는 일만이 살길이다.

묵은해를 보내는 일은 해 저물 때 강을 바라보는 것과 닮았다. 강물에 비친 석양은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시인 정희성은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저문 강에 삽을 씻고' 중에서)고 했다. 강물에 삽을 씻으며 슬픔을 떠나보내듯이, 낡고 응어리진 것들을 버려야 한다. 절망과 희망, 회한과 다짐, 끝과 시작이 교차하는 시기다. 성경의 요한 묵시록(默示錄)은 '새 하늘과 새 땅'이 창조되어 이전 것은 지나가고, 새 시대가 도래한다고 예언했다. 세밑, 그 뜻을 되새겨본다. 새해는 붉은 말의 해다. 역동의 기운이 긍정의 힘으로 발현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