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요양병원 방문한 정은경 장관… 정부 표준안에 "비용·인력 현실과 괴리" 지적
26일 오전 찾아간 경북 예천의 경도요양병원. 복도에 환자들의 움직임이 끊이지 않았다. 보행 보조기를 잡고 천천히 이동하는 환자, 재활 일정에 맞춰 몸을 일으키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재활 병동에서는 환자들의 우렁찬 기합 소리까지 들렸다. 사전 예고 없이 찾아간 취재진의 방문에도 침대에 오래 누워 씻지 못한 환자나 손목이 묶인 모습, 특유의 냄새가 배어 있는 공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병원은 냄새·낙상·와상·욕창을 없애고, 기저귀와 억제대 사용을 지양하는 이른바 '4무(無)·2탈(脫) 존엄케어'를 운영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치매 환자를 위한 병동은 온돌형 병실로 운영되고 있었고, 일부 침대는 낮은 높이로 제작돼 환자와 간병인 모두의 부담을 줄였다.
환자와 의료진, 간병인 사이의 대화는 일상의 일부처럼 자연스러웠다. 환자들의 건강 회복과 질 높은 돌봄 환경은 환자와 간병인 간의 관계를 더욱 밀접하게 만들었고, 그에 따른 근무 환경의 질도 높아보였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이곳을 방문하면서 병원 운영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
◆"방향은 공감하지만"…표준 구조 재검토 필요
경도요양병원의 운영 방식은 정부가 제시한 '표준 모델'과는 다소 결이 달랐다. 이 병원은 현재 6인실 병동을 주로 운영하면서도 간병 서비스의 질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병원 측은 간병비 급여화의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병실 구조와 인력 배치 방식은 획일적인 기준보다 다양한 운영 모델이 함께 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병원을 운영하는 인덕의료재단 이윤환 이사장은 "본인 부담률 30%라는 숫자만 보면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간병인을 쓰는 인건비가 늘어나 변화를 크게 느낄 수 없을 것"이라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 결국 이런 의료 혜택 자체를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원과 요양병원, 요양원을 함께 운영한 경험을 토대로 "6인실 병동을 유지하면서도 간병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구조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간병 인력 문제도 과제…"제도 설계에 현장 의견 반영"
간병 인력도 문제다. 간병인은 국가 공인 자격이나 표준 교육 체계가 없어 병원별 숙련도와 근무 여건의 편차가 크다. 급여화가 시행되더라도 인력 관리 기준과 처우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로 인해 간병인 '품귀현상'도 겪고 있다. 간병인 중개업체 등에 따르면 최근 환자 1명을 전담하는 '1대1 간병'의 경우 외국인과 내국인 간병인 비율이 거의 반반 수준이다. 반면 여러 환자를 함께 돌보는 '공동 간병'에서는 외국인 간병인이 압도적으로 많아, 외국인 9명당 내국인 1명꼴로 나타나고 있다.
요양병원 등과 같이 병실에서 공동 간병을 하는 경우는 외국인이 거의 대부분이다. 대도시의 경우 높은 주거비와 체류 여건 문제로 외국인 간병인 수급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어 대도시에 요양병원은 인력 확보에도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와 관련 이날 복지부는 현장 간담회에서 "현장 자율성과 유연성이 적용되도록 제도를 설계하겠다"며 "간병 인력 표준 지침을 마련해 병원이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