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무상 화백은 경북 문경출신으로 1957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60년째 그림일기를 쓰고 있다.척박한 오지 산촌에서 "스케치북"은 커녕 그림 그릴만 한 "노트" 한 권 사기도 어려운 척박한 환경이었지만 백지(白紙)를 엮어 일기장을 만들어 쓰기도 하고 또는 인쇄소 혹은 출판사에서 제작한 멋진 "다이어리"를 사용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종류로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임 화백의 일기는 거창한 담론보다는 작가 자신이 살아오며 느낀 소박한 일상의 감정, 고향에 대한 그리움, 가족애 등을 마치 일기를 쓰듯 진솔하게 담아낸 삶의 기록이다.
주간매일 복간을 맞아 임화백의 그림일기를 통해 그 시대 민초들의 삶을 반추해 본다.〈편집자주〉
단기 4290년 1월 1일 화요일 맑음 뒤 흐림
아침에 일찍 일어나 태극기를 달고 올해는 공부와 모든 예의를 열심히 지키고 시행하려고 명심한 후, 그러나 웬일인지 오늘은 마음이 유쾌치 못하여 태극기를 단 싸리문 기둥에 기대어 태극기에게 감사 기도를 드렸다.
단기 4290년 1월 2일 수요일 맑음
벌써부터 어머니께서는 병환으로 계셔 오늘은 약으로 시장에 가 닭과 생강 그리고 나의 겨울방학 숙제인 "포스터" 여러 가지 숙제를 하려고 모조지를 사러 갔다. 시장은 매우 복잡했다.
여러가지 팔고 사는 여러분의 부모 그리고 형제들의 모습이 한편 아름답게 보이고 한편 우습게도 보였다. 나는 나의 볼일을 다하고서 옆도 볼 사이 없이 황급히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의 약을 열심히 정성껏 만드는 동안 해는 어느덧 서산에 넘어가고 온 세상은 암흑으로 변하였다. 그러는 동안 나는 어머니의 약을 다 장만한 후, 외아저씨와 저녁을 먹은 뒤 미술에 관한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별별의 만담도 하며 오늘의 일은 유쾌하게 지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