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부터 우주까지… 전선 확대하며 힘 키우는 中

입력 2025-12-22 16:2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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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기저 시스템에 영향력 축적
역량 투자→협력→포섭·새 제도 수립
'희토류 통제' 권력 휘두르기도
주변국에 '디지털 권위주의' 수출

10~11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주재로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 신화 연합뉴스
10~11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주재로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 신화 연합뉴스

중국이 미국과 패권 경쟁의 영역을 확장하며 향후 수십 년 동안 이어질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능력과 영향력을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를 통해 중국의 이해를 반영한 방향으로 국제 질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게임 창조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미국·중국·세계 프로젝트' 공동책임자는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어페어스' 1월호 기고문 "베이징의 '새 권력 전선'을 장악하는 전략"에서 이 같은 주장을 폈다. 그는 중국의 지도자들이 1950년대부터 이미 미국과 장기 경쟁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전략을 수립하고 수행해왔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전선에 필요한 물자나 장비 등 역량에 투자하고, 타국과 협력을 통해 제도를 보급·확산시킨 뒤 전문가를 투입해 변화시킨다고 했다. 기존 제도를 포섭하기 어려운 경우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는 설명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시 주석은 지난 2014년 "놀이터를 처음 만들 때 큰 역할을 하면 새 게임의 규칙을 우리가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기존의 강대국들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미치지 않는 영역에서, 중국 중심의 규칙을 설계한다는 의지를 드러낸 발언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권력 전선은 영역을 가리지 않는다. 심해는 물론 ▷북극 ▷우주 ▷사이버공간 ▷금융시스템 등 다양하게 퍼져 있다.

외신들은 중국이 이 같은 역량을 단순한 경제적 이익에 그치지 않고, 이를 자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것으로 봤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도 20일(현지시간) 중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 카드를 꺼내 든 사례를 언급하며 특정 분야에서 확보한 지배력을 권력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아울러 오랜 기간 제재와 단절 속에서 역량을 키운 중국을 압박하는 대신 미국이 동맹국들과 연대해 제도 수립으로 협력을 강화하고, 동맹에 실질적 이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난 10월 30일 김해공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양자 회담 후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0월 30일 김해공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양자 회담 후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감시 산업 수출

중국의 제도 확산 전략은 감시 기술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AP통신은 21일(현지시간) 중국이 '감시 산업'을 주변국인 네팔로 수출했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중국의 탄압을 피해 네팔로 넘어온 티베트 난민들이 당국의 강한 감시 대상이 되는 등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얼굴 인식 ▷AI 추적 ▷야간 감시 등을 150개 국에 수출해 왔다. AP통신은 이러한 저렴하고 효율적인 치안 모델이 각국에 도입되면서 중국식 '디지털 권위주의'가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당 기술은 중국 내에서 ▷시민 감시 ▷정권 반대파·소수민족·종교인 탄압에 쓰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감시 기술의 상당수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고 비판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중국 시장 진출을 대가로 감시 기술을 이전했고, 중국 기업들이 역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 기술의 합법적 이전을 사실상 방조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