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매일신문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는 개인의 내밀한 기억에서 출발해 동시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확장하려는 시도들이 고르게 응모되었다. 가족 내부의 갈등과 상처, 경쟁 사회 속에서 소진되는 개인의 존엄, 부재와 상실의 감각, AI 환경 속 인간관계의 변화 등 다양한 문제의식이 탐색되었다. 전반적으로 주제 의식은 선명했으나, 이를 무대 언어, 영상 언어로 조직해내는 방식에서는 작품마다 완성도의 편차가 드러났다.
최종 심사에는 희곡 '별지', '살', '부재의 빈자리', '신;구독해지', '최종 면접', '꿈에서 아빠 죽이기', 시나리오 '팔락팔락' 등 총 일곱 편의 작품이 올랐다. 이들 작품은 각기 다른 문제의식과 형식적 시도를 통해 희곡으로서, 시나리오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심사위원들은 최종 논의 끝에 '꿈에서 아빠 죽이기'를 만장일치로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이 작품은 꿈과 현실, 과거의 기억이 교차하는 구조를 통해 가족 내부에 축적된 억압과 상처를 밀도 있게 드러내며, '아버지'라는 존재를 공포와 사랑이 동시에 내면화된 대상으로 그려 심리극으로서의 완성도를 확보했다. 특히 폭력적이고 금기적인 상상을 '꿈'이라는 심리적 공간에 배치해 죄책감과 분노, 사랑과 해방을 함께 포착해낸 점은 이 작품의 핵심적인 성취라 할 수 있다.
최종 후보작 가운데 '최종 면접'은 극도로 일상적인 '면접'이라는 상황을 통해, 개인이 어떻게 시스템 앞에서 언어·존엄·윤리까지 거래하게 되는지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구조가 돋보였다. 다만 문제 의식이 전면에 드러나 인물의 선택과 감정이 비교적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꿈에서 아빠 죽이기'는 개인의 트라우마를 넘어 동시대 가족 구조와 세대 감정에 보편적으로 닿는 공감력을 지닌 작품이다. 이번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작가가 앞으로도 인간 내면의 복잡한 감정과 관계를 희곡적 언어로 꾸준히 탐구해나가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최종 심사에 오른 다른 작품들 또한 각자의 작가의식과 잠재력을 보여주었으며, 모든 작가들에게 지속적인 창작의 응원을 보낸다.
심사위원 : 김수미, 최원종(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