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매일신춘문예] 동화 부문 심사평

입력 2026-01-01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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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오 작가
서정오 작가

힘과 용기를 주는 동화

많은 응모작 가운데 끝까지 심사자의 손에 남은 작품은 다섯 편이었다.

'우리 이웃을 소개합니다'(이루미)는 이웃과 단절된 삶에 익숙한 현대인의 일상 단면을 소재로 한,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만한 따스한 이야기다. 주인공이 이웃과 가까워지는 과정을 개연성 있게 그려낸 솜씨는 이야기꾼으로서 작가의 역량을 보여준다. 안정감 있는 문장도 좋아 보이는데, 후반부의 다소 거친 진행이 여러 장점을 빛바래게 했다.

'최후의 통첩'(김수현)은 아이들 세계에서 일어날 법한 '보이지 않는 폭력과 차별'에 맞서는 용기, 그리고 그 용기의 원천인 '약자의 연대'를 실감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특히 통쾌하게 마무리되는 대단원은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만하다. 각 인물에 부여된 짙은 전형성 때문에 개성이 묻혀버린 것이 흠이다.

'진짜 언니'(이한님)는 요즈음 흔히 볼 수 있는 재혼 가정 아이들의 심리 갈등과 그 해소 과정을 차분하게 그려낸 동화다. 서술이 담백하면서도 두터운 사실성을 갖추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되었다. 뒤로 갈수록 세부묘사 부족이 눈에 띄는데, 이는 어쩌면 단편동화가 가진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할머니의 나라'(김민유)는 소재의 독특함이 눈길을 끈다. 재두루미의 눈길로 본 한 할머니의 인생역정 속에 근대사의 아픔을 잘 담아냈다. 도식화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역사를 오로지 '사람의 삶'에 집중하여 그려낸 것도 장점이다. 서술에서 뭔가 서두른다는 느낌이 나는 건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작가의 욕심에서 비롯된 걸까.

고심 끝에 결점이 가장 적은 '하나 둘 셋 넷 다섯'(정경미)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이 작품은 뜻하지 않은 일로 열등감에 시달리던 한 어린이가 상처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 수작이다. 시종 담담해 보이는 절제된 서술 속에 주인공의 내밀한 심리 변화와 갈등 극복 과정이 밀도 있게 담겨 있다. 주인공이 극복해낸 것이 남의 시선이라기보다 자신이 만든 자괴감이란 점에서, 이 동화가 고만고만한 결손과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이 땅의 모든 '보통 어린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전언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