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천 편이 넘는 작품이 도착했다. 동시를 쓰는 분들이 많아진 것은 실로 고마운 일이다. 단순하되 단순하지 않고 깊지 않은 듯 속 깊은 동시 세계를 살뜰히 들여다보고 부디 천진과 동심으로 무장하는 분들이 많아지는 신호였으면 좋겠다. 아시다시피 동시는 한 발 아니 그보다 훨씬 먼 데까지 족적을 남기고 있다. 동심과 동시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지만 문학이라는 자장 안에 존재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까지 심사자의 손에는 세 분의 작품 '흑백사진' '염소 농장에서' '통합 과목 예습'이 놓여 있었다. '흑백사진'과 '통합 과목 예습'은 인상적이었지만 묵직한 한 방이 아쉬웠다. 그 가운데 코샤박님의 작품 '염소 농장에서'는 획기적이지는 않았지만 심사자의 눈길을 끌 만한 충분한 매력이 있었다. 농장의 밤, 염소의 눈, 별똥별과 우주선이라는 소재가 아름답게 얽히며,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준다. '염소의 눈'을 통해 우주를 보는 시각적 전복이 신선하다. "염소 눈에는 기다란 우주선이 지문처럼 찍혀 있어서요"라는 표현은 염소의 눈을 단순한 생물학적 기관이 아니라 '우주를 비추는 거울'로 바꾸어 놓는다. 이 비유는 자연물과 우주를 가뿐하게 연결하면서도, 결코 과장되지 않고 차분한 묘사로 구현되어 시적 신뢰성을 확보한다. 작품 후반부에 나타나는 이미지의 전환도 돋보인다. 낮 동안 뒤꿈치를 들고, 나무 그늘에서 "오후의 한 귀퉁이를 하루 종일 씹어대도" 우주선이 뜨지 않던 염소들이 밤이 되자 별똥별의 암호를 받아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장면은 환상적이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함께 응모한 다른 작품들도 자칫 평범하게 마무리되는 듯하지만 솟구치는 힘과 생기가 있었다. 거기에 더해 유머를 겸비한 점도 심사자를 흐뭇하게 했다. 당선을 축하한다. 동시로 가는 긴 여정의 맨 앞에서 두려움 없이 부딪쳐 깨고 나가는 시인이 되길 바라며, 그 동안 쌓아놓은 작품과 소금처럼 반짝일 새로운 작품을 만나고 싶은 마음 또한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