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매일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심사평

입력 2026-01-01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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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진 소설가
서하진 소설가

무덤, 안개, 죽음, 물류센터, 미지의 행성.......최고령 81세, 최연소 15세인 응모자의 연령층 만큼이나 다양한 소재의 400편이 넘는 소설을 읽어내는 일은 즐겁고도 고통스러웠다. 세상 어느 분야에서 60여년의 시차를 두고 태어난 이가 경쟁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소설 쓰기의 공평함이랄까, 문학을 향한 열정의 치열함에 절로 숙연해졌다. 시대 탓이겠으나 전반적으로 진중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소설이 많았다. 그중 심사위원들이 최종 후보로 꼽은 작품은 '매트리스 케어 근무일지', '산란', '임산부석의 리볼버' 이상 세 편이었다.

구효서 소설가
구효서 소설가

'산란'은 단정한 문장과 깔끔한 구성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적막함, 사산 후 물을 향한 막무가내의 경도를 보이는 주인공, 그를 지켜보는 서술자의 담담한 어조가 소설의 절망을 오롯이 그려내며 이 작가의 필력이 만만찮음을 짐작케 한다. 고여있는 어항 속 같은 분위기는 이 소설의 장점이나 갇힌 무대로 말미암아 결말이 쉬이 가늠되는 전개, 보육원 출신, 어린 산모의 사산이라는 불행의 몰빵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임산부석의 리볼버'는 우연히 권총을 습득한 부부의 이야기이다. 일단 설정으로 독자를 사로잡은 작가는 권총을 전세 계약이라는 생활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서사로 설정의 무리수를 살짝 비껴가는 데 성공했으나 임산부와 권총이라는 생뚱맞은 이미지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는 줄거리가 좀 단조롭지 않은가 하는 견해가 있었다.

장정옥 소설가
장정옥 소설가

'매트리스 케어 근무일지'는 드물게 원고지에 인쇄한 작품이라 무게감이 부담스러웠으나 장을 넘길수록 뭔가 있네......하는 감이 오는 소설이었다. 매트리스 사이에서 숨어있던 젊은 여성과 공모자 아닌 공모자가 된 뜬금없는 상황이 상당한 긴박감을 안기며 전개되는데 인디밴드 맴버였던 과거와 청소업자인 현재가 오버랩 되면서 절은 여성은 과거 연인의 이미지를 띠는가 싶다가 어느 순간 부재의 존재가 되고 소설은 매우 복합적인 독해를 요구한다. 결국 심사위원들로 하여금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하게 한 것은 궁금하게 하기, 였다. 자연스러운 문장 또한 이 작품의 중요한 덕목이었다.

하창수 소설가
하창수 소설가

최종 후보는 아니었으나 '무덤과 안개'는 고색창연한 이미지로, '네가 정말 죽고 싶다면'은 선문답식 담화로 심사자들의 시선을 모은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안타깝게 선에 들지 못한 응모자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심사위원: 장정옥, 구효서, 하창수, 서하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