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에서 한국인 남자 만나 연애결혼
세 아이 키우며 남편과 맞벌이
2년 전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진 남편…편마비로 장애
남편 간병하느라 일 못 나가…생활고 시달려
주택 2층 셋방으로 향하는 가파른 계단. 김다나(39·가명) 씨와 가족에게는 이곳이 꼭 감옥으로 들어가는 입구 같다.
2년 전 갑작스런 뇌출혈로 거동이 어려워진 남편은 혼자 힘으로 주택 계단을 내려가기는커녕, 화장실도 갈 수 없게 됐다. 하루 종일 남편을 간병해야 하는 다나 씨도 집을 벗어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금방 바닥을 보이는 정부 지원 생계비를 제외하면 수입원이 모조리 끊긴 상황. 부부와 어린 딸은 웃풍이 드는 추운 집에서 오늘 먹을 것과 다음 달 월세를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남편 따라 한국행…맞벌이로 세 아이 키워
다나 씨는 초원과 사막이 넓게 펼쳐진 곳, 카자흐스탄에서 태어났다. 다나 씨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은 혼란 그 자체였다. 나라가 소련에서 독립을 선언하며 한창 정세가 어지러웠다. 덩달아 다나 씨 집안 형편도 어려워졌던 때였다.
어머니가 집에서 다섯 아이를 돌보는 동안 아버지는 트랙터를 몰아 가족들을 부양했다. 가계가 어려워 아이들 교육에 힘을 쏟지 못했던 부모님은 막내 다나 씨만은 꼭 대학에 보내길 원했다. 결국 부모님은 애지중지하던 소를 팔아 다나 씨의 대학 진학을 도왔다.
다나 씨는 마트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벌어 대학을 졸업했다. 대형 마트에서 매니저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 나가던 그는 15년 전, 한인 마트에서 부장으로 일하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됐다. 자신을 한국인이라 소개한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나 씨 마음에 쏙 들었다.
꼭 맞는 파란 티셔츠를 입고 흰 운동화를 신은 남자는 운동이 취미라고 했다. 그에게는 이혼한 배우자와 낳은 두 아이가 있었다. 다나 씨와 나이 차도 열 살 넘게 났다. 하지만 그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얼마 안 가 그와 교제를 시작한 다나 씨는 부모님을 설득한 끝에 그와 결혼식을 올렸다.
친척의 일을 도우러 카자흐스탄에 방문했다는 남편은 얼마 안 가 한국행을 제안했다. 다나 씨는 기꺼이 그를 따랐다. 다나 씨는 남편의 보금자리에서 두 아이와 마주했다. 그중 사춘기가 온 중학생 첫째 딸은 다나 씨와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부터는 다나 씨와 둘도 없는 단짝이 됐다.
다나 씨에게도 소중한 아이가 생겼다. 아이 셋을 키우며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던 다나 씨는 막내딸을 어린이집에 보낼 시기가 되자 다시 일을 시작했다. 그는 마트, 공장, 식당 일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가정은 화목했고 큰 어려움이 없었다. 2년 전, 남편이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지기 전까지는.
◆뇌출혈 편마비 앓게 된 남편, 수입원 끊겨
그날은 유독 일을 나가기 싫은 날이었다. 당시 다나 씨가 일하던 공장은 점심시간 전까지 휴대전화를 볼 수 없었다. 다나 씨는 뒤늦게 남편이 쓰러졌다는 소식을 접하고 공황 상태에 빠졌다. 직장 동료 도움을 받아 남편이 입원한 병원으로 향했다. 수술은 잘 마쳤지만, 기억이 온전치 못했고 종종 헛소리를 하는 남편을 다나 씨는 마주했다.
다나 씨는 남편을 정성스럽게 간호했다. 수술과 재활병원 입퇴원까지 들어간 금액은 수천만 원이었다. 모아둔 돈을 모조리 병원비로 썼다. 남편은 계속 편마비 상태로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자신이 일궈온 모든 것을 잃었다는 생각에 남편은 극심한 우울감을 겪었다. 다나 씨는 눈물지으며 그의 곁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남편은 결국 중증 장애 판정을 받았다. 가족은 시골 주택 2층에 세 들어 살고 있다. 혼자 화장실도 갈 수 없는 남편은 당연하게도 계단을 오르내릴 수 없었다. 3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갈 때마다 전쟁을 치른다. 휠체어를 내리고 남편을 부축해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는 게 큰 일이다. 그마저도 유일한 외출시간이다. 남편 간병을 도맡은 다나 씨도 집 밖으로 거의 나가지 못하고 있다.
맞벌이하던 부부가 모두 일자리에 나가지 못하면서 수입원은 완전히 끊겼다. 퇴원 당시 주변인 도움으로 신청한 기초생활보장제도로 200만원이 채 안 되는 생계비를 받고 있을 뿐이었다. 병원비를 내느라 월세 보증금도 모두 바닥났다. 빚만 1천만원 가까이 생겼다. 겨우 월세와 건강보험비, 아끼고 아껴 식비를 지출하고 나면 통장은 금세 바닥을 드러냈다. 남편의 재활병원 재입원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다나 씨는 밀려오는 무력감에 남편과 마찬가지로 극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다. 조금이라도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이는 막내딸뿐이다. 딸은 매일 아빠의 말동무가 돼 줬다. 엄마를 도와 집안일을 하기도 했다. 씩씩한 아이를 보면 그래도 웃음이 났다. 하지만 다나 씨는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이 너무 어려워 매일 밤을 걱정 속에 뜬눈으로 지새운다고 했다.
아무리 난방을 떼도 한기가 도는 집에서 남편을 간호하며, 다나 씨는 사랑하는 남편이 부디 몸을 회복할 그날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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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아이들 걱정에 눈물 윤은경 씨에 2,565만원 전달
대출 강요한 신용불량자 남편과 이혼한 후 홀로 두 아이를 키우다 결핵성 척추염으로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되며 수입이 끊긴 윤은경 씨(매일신문 11월 25일 12면 보도)에게 2천565만9천777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변호사박헌경사무소 20만원 ▷동산내과 박경아 5만원 ▷동산내과 박준석 5만원 ▷박전호 30만원 ▷박옥선 5만원 ▷이창영 5만원 ▷김노주 3만원 ▷이동욱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방태표 2만원 ▷배정준 2만원 ▷신종욱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최정원 1만5천원 ▷성영아 1만원 ▷이정현 1만원 ▷정준홍 1만원 ▷한정화 1만원 ▷이장윤 4천원 ▷김서연 2천원▷'이수연_은경' 10만원 ▷'피땀눈물(로지스올)' 10만원 ▷'기도할게요' 5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시부·세 아이 돌보는 뚜옛 란 씨에 2,450만원 성금
베트남에서 살다 결혼 후 한국으로 이주한 뒤 남편이 수감되자 낡은 주택에서 시부와 세 아이를 돌보는 뚜옛 란 씨(매일신문 12월 2일 10면 보도)에게 45개 단체, 139명의 독자가 2천450만8천720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한성철강㈜ 100만원 ▷수성교회토브카페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김철우) 45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삼이시스템㈜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대흥분쇄기(한미숙)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공고(김웅)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한일금속㈜(최하연) 10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대정정밀(오솔길)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예원ENC(변순남)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동위㈜(이석우) 3만원 ▷동신통신㈜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토탈인쇄(김창근) 3만원 ▷정수엔텍(정용석) 2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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