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이후 대규모 주거단지 들어서면서 관련 민원 폭증
악취 관련 주민 오픈 채팅방에만 수백명
대구염색산업단지에서 악취 문제에 더해 올해 폐수 유출 사례가 속출하면서 인근 주민들이 집단 행동에 나섰다. 2020년 이후 서구 평리동을 중심으로 대규모 주거단지가 들어서면서 관련 민원도 폭증하고 있다.
5일 대구 서구청에 따르면 염색산단 인근 환경 관련 민원은 2020년 136건에서 2023년 1만3천여건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소폭 감소했다. 민원은 염색산단에서 화약 약품과 섬유를 찌는 냄새, 폐수 냄새가 코를 찌른다는 내용 등 악취 관련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민원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지난 2020년 평리5·6동에 대규모 주거단지가 잇따라 들어선 영향으로 해석된다. 특히 염색산단과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은 평리뉴타운은 8천200가구 중 5천여세대가 이미 입주를 마쳤다.
문제는 대폭 늘어난 민원에도 눈에 띌만큼 환경 개선이 쉽지않다는 점이다. 염색산단이 1981년 준공돼 올해로 45년째를 맞았지만 매출 감소를 이유로 인프라 개선에 소극적인 업체가 대부분이어서다. 염색산단의 군위 첨단산단 이전이 논의되는 데다 입주 기업의 약 30%가 임대 형태로 운영되면서 적극적인 시설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업체 관계자는 "군위 지역에 염색산단을 가동하는 데 필요한 시설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며 "섬유 사업이 쇠퇴하다보니, 산단 이전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업체도 없다"고 말했다.
염색산단 이전 시점도 불투명하다. 대구시는 환경 문제를 우려해 지난해 염색산단을 2030년까지 군위 첨단산단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최근 TK신공항 사업 지연에 따라 이전 시점도 2년 늦어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기존 악취 문제에 더해 올해 폐수 유출까지 잇따라 발생하면서 주민들은 집단 행동에 나섰다. 평리동 주민들은 '대구악취방지시민연대'를 결성하고 자발적으로 악취와 폐수 유출 현장을 순찰하고 있다. 이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오픈 채팅방에 참여하는 주민은 무려 320명에 달한다.
조용기 대구악취방지시민연대 공동대표는 "당연히 주민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을 관계기관이 대책을 전혀 준비하지 않아 답답할 따름이다"며 "결국 주민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얻기 위해 단체를 결성하게 됐고, 뜻을 함께하는 이들이 하나 둘 모여 지금의 형태가 됐다"고 말했다.
대구 서구의회에서도 대책 마련 목소리가 나온다.
이주한 서구의회 의원은 "산단과 관련된 환경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주민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산단과 서구청뿐만 아니라, 상위 기관인 대구지방환경청과 대구시의 대응이 미온적인 부분도 문제다. 꾸준히 문제제기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