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27년 만에 저연차 더 두텁게… 신입·청년층 처우 개선 신호탄
"선배 조금 덜, 후배 조금 더"… 노사 합의로 임금 격차 완화
지난 3일 오전, 경북도청 신도시 내 경북개발공사 본사 3층 중회의실.
'2025년 임금협약 체결식' 현수막이 걸린 가운데 경북개발공사 이재혁 사장과 이계동 노조위원장이 마주 앉았다. 사무실에서는 공사 임직원들이 모니터 화면을 통해 체결식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협약서 첫 장 맨 위 굵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하후상박(下厚上薄) 원칙에 따른 임금 인상 구조 도입. 이 사장이 첫 도장을 꾹 찍는 순간, 공사 사옥 곳곳에서는 작은 탄성이 새어 나왔다. 한 젊은 직원은 옆 동기에게 "이제 여기, 진짜 오래 다녀도 되겠다"며 작게 속삭였다.
경북개발공사가 창립 27년 만에 최초로 하후상박 원칙을 적용한 임금협상을 공식 체결했다.
경북개발공사는 이번 임금협약에서 연차가 낮은 직원일수록 더 높은 인상률을 적용하고, 연차가 높은 직원은 인상 폭을 상대적으로 줄이는 하후상박 구조를 도입했다. 초임 수준이 낮고 예천에 본사가 위치해 젊은 직원 이직이 잦았던 구조적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재혁 사장 취임 이후 공사는 신입직원이 40여명 늘면서 20·30대 비중이 눈에 띄게 커졌다. 사내 분위기도 이전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젊은 공기업'으로 바뀌는 가운데, 입사 후 몇 년 안에 다시 도시권으로 빠져나가는 잦은 이탈률은 여전히 큰 골칫거리로 남아 있었다. 공사 노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이 회전문식 인력 유출 구조에 제동을 걸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앞서 지난달 진행된 경북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도의원들은 "경북개발공사가 지역 청년들이 다니고 싶어하는 공기업이 돼야 한다"며 신입 직원 처우 개선과 초임 인상을 주문했다. 공사 내부에서도 "젊은 직원이 버티지 못하면 조직 전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공유되면서, 노사 협상 과정에서 하후상박 임금 구조가 본격 논의됐다.
이번 협약은 여러 차례 실무·본교섭 끝에 노사가 총인건비 인상 범위 안에서 인상 구조를 재배분하는 방식으로 합의를 이뤄냈다. 특히 중·고연차 직원들이 인상 폭 일부를 양보하는 대신, 저연차·신입 직원의 체감 임금을 높이는 데 의견을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계동 노조위원장은 "초임이 낮고 근무 여건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신입과 저연차가 '다닐만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조직 유지의 출발점"이라며 "선배들이 조금 덜 오르는 대신 후배들의 급여를 키워주는 데 동의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혁 사장은 "이번 임금협약은 숫자를 얼마나 올렸느냐보다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선언"이라며 "연차가 낮을수록 회사가 더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 경북개발공사가 청년들이 들어오고 싶고, 들어오면 오래 다니고 싶은 공기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직원이 다니기 좋은 공기업을 만드는 일이 곧 도민에게 더 나은 개발 서비스로 돌아갈 것"이라며 "하후상박 임금 구조를 시작으로 조직 문화를 계속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