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원, 4일 수능 채점 결과 발표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 147점 전년 대비 8점 올라
영어 1등급 비율 3.11% 절대평가 후 역대 최저치
지난달 13일 치러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난이도가 전반적으로 굉장히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응시 과목에서 정답을 모두 맞힌 전체 만점자는 5명(재학생 4명, 졸업생 1명)으로 작년(11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특히 국어와 영어 영역은 '불수능'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난도가 높아 수험생들의 입시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 8점 상승
4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의 수능 채점 결과 발표에 따르면, 국어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47점으로 전년(139점) 대비 8점 상승했다.
표준점수는 개인의 점수가 전체 평균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내려가면 표준점수는 높아지고 반대로 쉬우면 표준점수는 낮아진다.
'불국어'로 유명했던 2022학년도 수능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149점), 2024학년도 최고점(150점)과 유사한 수준이다.
1등급 구분 표준점수도 133점으로 전년(131)보다 2점 상승했다. 어려웠던 만큼 만점자 수는 261명으로 작년(1천55명)의 4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수학, 평이해 보이지만 변별력 갖춰
수학 영역도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까다롭게 출제돼 변별력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39점으로 2025학년도(140점)에 비해 1점 떨어졌다.
표준점수 최고점만 보면 작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만점자 수는 780명으로 작년(1천522명)과 비교해 반토막이 났다.
1등급 구분점수는 128점으로 전년(131점)보다 3점 줄었고, 2등급 구분점수는 124점으로 전년(123점)보다 1점 올랐다.
특히 국어와 수학 영역 최고점 차이는 지난해 1점에서 올해 8점으로 대폭 늘어났다. 지난해 최고점은 국어 139점, 수학 140점였지만, 올해는 국어 147점, 수학 139점이다. 국어가 표준점수에서 수학보다 우위를 차지하며 수학 만점을 받고도 국어 만점을 이길 수 없는 구조가 됐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국어, 수학의 표준점수 격차가 벌어지면서 수학을 잘 보고 국어를 못 본 학생의 경우 정시 지원에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어, 1등급 비율 3.11%로 역대 최저
올해 수능에서 가장 어려웠던 영역은 영어다. 영어는 절대평가로 원점수가 90점을 넘으면 모두 1등급을 받는다.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을 받은 수험생 비율은 3.11%(1만5천154명)에 그쳤다. 영어가 2018학년도 절대평가로 전환된 이후 1등급 비율이 가장 낮았던 2024학년도(4.71%)를 밑돌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능 모든 영역에서 사상 최고 불수능으로 평가되는 영어가 수시·정시의 핵심 변수로 부상될 전망이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시에서 중요한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은 영어로 인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시에서도 다른 과목 성적이 우수하더라도 영어 점수 반영 비중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탐구 영역의 경우 사회탐구에선 '세계지리'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각각 73점으로 가장 높았고, '정치와 법'이 67점으로 가장 낮았다. 가장 높은 과목과 가장 낮은 과목 간 표준점수 차이는 6점으로, 11점 차이였던 전년도('생활과 윤리' 77점, '정치와 법' 66점)에 비해 낮아졌다.
과학탐구의 경우 '생명과학Ⅰ'이 74점으로 가장 높았고, '지구과학Ⅰ', '물리학Ⅱ'가 68점으로 가장 낮았다. 최고, 최저 과목 간 표준점수 차이는 6점으로, 전년도 차이(8점)보다 낮았다.
평가원의 결과를 종합했을 때 올해 수능은 국어, 영어는 어렵게 출제됐고, 수학은 약간 어렵게 출제됐다. 탐구는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으로 과목 간 격차가 다소 완화됐다는 평가다.
올해 입시에서는 이른바 '사탐런'(자연계 학생이 과학탐구 대신 상대적으로 공부 부담이 적은 사회탐구로 몰리는 현상)이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수능 사탐·과탐 지원자 가운데 사회 과목을 1개 이상 선택한 학생은 77.3%(41만1천259명)로 작년(62.1%)보다 무려 15.2%포인트(p) 높아졌다.
특히 과거와 달리 사탐 만점자가 과탐 만점자보다 오히려 더 높은 표준점수를 받으면서 '비교적 어려운 과탐을 하면 표준점수에서 유리하다'는 공식이 부분적으로 깨졌다. 다만 사탐런을 했으나 성적이 월등히 높지 않은 경우 인문계열로 교차지원을 하기에도 무리가 있고, 자연계열로 지원하기에는 가산점을 받지 못해 불리하기 때문에 이중고를 겪을 개연성이 높다.
차상로 송원학원 진학실장은 "올해 수능은 전반적으로 상위권 변별력을 강화한 시험이었다"며 "국어와 영어가 상당히 어렵게 출제됐기 때문에 2026학년도 정시모집에서 두 과목이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이 아주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탐런의 유불리가 대학별 변환표준점수와 가산점에 따라 갈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어느 해보다 수능 반영비율에 따른 환산점수의 유불리를 따져보고 지원 여부와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