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석 특검은 3일이라는 상징적 날짜에 맞춰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민중기 특검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안전한 선택'을 한 것과 대비된다. 조 특검은 '못 먹어도 고'를 외친 셈이다. 기소는 특검 재량이지만 구속은 법원 판단이다. 무리한 영장은 결국 법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법원은 추 의원 사건을 두고 "혐의와 법리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특검 입장에서 가장 쓰린 문장이다. 제1야당 원내대표에게 '내란 사범'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던 시도는 빈약한 증거 앞에 조용히 꺾였다. 법조계에서는 처음부터 "법리 보다 정치 일정이 더 중요해 보인다"는 의심이 적지 않았다. 위헌정당해산심판을 위한 분위기 조성이라는 해석까지 나왔으니 조 특검에게 이번 패배는 단순한 기각 이상의 의미다.
조 특검의 스타일에 대해 한 전직 검사는 이렇게 평한다. "수사팀이 그림을 그리고 압수수색을 했는데도 증거가 안 나오면 그림을 다시 그리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조 특검은 '증거가 없는 것을 보니 모두 인멸했구나'로 접근하는 사람이다." 증거에 따라 시나리오를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나리오에 맞춰 증거를 재단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조 특검의 높은 영장 기각률은 이러한 접근법의 자연스러운 귀결일지 모른다.
조 특검이 능력부족·욕심과다형이라면 민 특검은 치부극복형 정치 특검이다. 2014년 여기자들과의 술자리 성희롱 사건은 평생 그를 따라다닌다. "남자가 여자를 만족시키는데 신용카드 한 장이면 된다"로 운을 뗀 그는 돈 얘기를 하는 줄 알던 참석자에게 "이 정도면 문제없다. 카드 크기가 딱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곤 엄지와 검지로 남성의 특정 신체 부위 크기를 묘사하는 수치스러운 동작을 해 보였다. 그의 맞은 편엔 여기자 3명이 앉아 있었다.
특검이 된 뒤 또 다른 치부도 드러났다. 그는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 것으로 보인다. 고교·대학 동문이 대표인 회사 주식을 보유하다 분식회계 적발 직전에 전량 매도했다. 내부자 거래로 징역 11년형을 선고 받은 대표이사와 민 특검의 매도 시기는 기가 막히게 겹친다. 민 특검의 주식 보유량 1만2천36주는 대표이사 자녀들의 보유량과 정확히 일치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시절의 일이다.
자신의 흠을 덮고 충성심을 증명하려는 특검의 칼춤은 결국 비극을 불렀다. 강압수사를 견디다 못한 양평군청 공무원이 극단 선택을 했다. 민 특검은 "자체 감찰 결과 강압은 없었다"며 뻔뻔하게 고개를 들었지만 진실은 달랐다. 지난 2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특검 수사관의 강압 수사와 인권 침해를 인정하고 관련자를 고발·수사 의뢰했다.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고도 반성조차 없는 '살인 수사'나 다름없었다.
급기야 그는 돌아올 수 없는 영역으로 발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사기 전과자 명태균 씨 말만 듣고 오세훈 시장을 기소한 것은 법률적 판단이 아닌 선거 개입이다. 특검은 오 시장 휴대전화를 털고도 '직접 증거' 하나 찾지 못했다. 추 의원의 영장 기각 사유가 '소명 부족'이었듯 오 시장 기소 역시 사기꾼 명 씨 진술에만 의존한 사상누각이다. 민주당 측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지속적으로 밀리자 특검이 '해결사'를 자처한 모양새다. 선거기간 내내 오 시장을 법정에 세울 목적으로 보인다.
민중기 특검은 오 시장을 기소함으로써 '내가 제일 잘나가' 경쟁에서 조은석 특검을 앞서 나갔다. 조은석 특검이 추 의원 영장 기각으로 스스로 무너진 면도 없지 않다. 민중기 특검이 '서울시장 선거 개입 기소'로 치부를 덮고 영전한다면 이는 후배들에게 보내는 명확한 시그널이 될 것이다. 법조계 타락의 시그널 말이다.
조상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 법률사무소 상현 대표변호사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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