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준강제추행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보도된 지 일주일째지만 주요 여성인권단체 가운데 공식 입장을 발표한 곳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단체들 사이에서도 입장 발표 여부와 시기가 서로 엇갈리며 '선택적 대응' 논란이 커지고 있다.
4일 매일신문 취재에 따르면 지난 5월 대선 TV 토론회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의 '젓가락' 발언 직후 주요 여성단체는 이 후보를 향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과 '정치하는엄마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등 주요 여성단체 7곳은 "언어 성폭력" "여성혐오 생중계" "성폭력 재생산" "성폭력적 발언"이란 표현을 성명서에 꾹꾹 눌러 담았다.
그런데 지난달 27일 장 의원의 준강제추행 혐의 피소 사실이 보도된 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를 제외한 5곳은 묵묵부답인 상태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성명을 냈지만 그마저도 5일 이상 지난 때였다.
매일신문은 "왜 선택적인 분노를 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던졌다. 답변은 각양각색이었다.
일단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입장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별도로 성명을 내지 않을 예정이다. 만약 추후 입장을 발표하게 되면 알려 드리겠다"고 했다. 한국여성의전화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아직 공식적으로 게시한 바 없고 입장을 내게 되면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여성민우회는 논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우회 관계자는 "내부 일이 있어서 아직 논의를 시작하지 못했고 지금은 논평 계획도 없는 상황"이라며 "개인적으로는 문제의 소지가 크다고 생각하지만 단체 입장으로 말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아예 연락이 닿질 않았다. 전화와 이메일, 소셜미디어 메시지 등으로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취재가 시작되자 그제야 입장을 내놨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관계자는 "민주당 성추행 건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내진 않은 상태"라면서도 "권력형 성폭력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엄중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고 원칙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이들 중 가장 먼저 입장을 낸 곳은 한국여성단체연합이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보도 5일 뒤인 지난 2일 "장경태 의원은 '무고 고소' 압박을 중단하고 윤리감찰과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라"며 "사건 보도 직후 정청래 대표는 윤리감찰단에 조사를 지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장경태 의원이 자숙하고 조속히 윤리감찰단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결과에 따른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하라"는 논평을 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이 논평을 내고 이틀 지난 뒤에야 첫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의 '장경태 의원 사건' 대응은 '제2의 박원순 사건' 2차 가해 답습"이라며 "더불어민주당 성인지 감수성 부재와 2차 가해 행태가 과거에서 한 치도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장 의원은 지난 2일 자신을 준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한 여성을 '무고' 등의 혐의로 맞고소했다. 초선 시절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할 때 장 의원은 "여성을 꽃뱀 취급하는 저급한 인식이 무고죄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며 성폭력 무고죄 제도에 강한 반대를 해온 사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