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서울의 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70대 남성이 사망 직전 119에 직접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지만 결국 구조받지 못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사망한 70대 남성의 며느리 A씨가 이같이 제보하며 119 시스템의 아쉬운 대응을 짚었다. A씨에 따르면 시아버지는 암 완치 판정을 받은 후에도 건강을 꾸준히 관리해왔으며 부부는 매달 찾아뵈며 건강 상태를 살펴왔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9월 부부가 휴가를 떠난 사이 시아버지는 홀로 집에서 세상을 떠났다.
비극은 휴가지에 있던 부부에게 걸려온 친척의 전화를 통해 알려졌다. A씨는 "시아버지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친척의 연락을 받고 급히 친오빠를 시댁으로 보냈지만, 열쇠 수리공이 문을 열어 집안에 들어갔을 땐 이미 시아버지는 숨져 부패가 진행되던 상태였다.
이후 A씨는 시아버지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에서 사망 직전 걸려온 마지막 전화가 119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A씨 부부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통화 녹음을 통해 시아버지가 119에 구조를 요청했음에도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시아버지는 119 상담원에게 "머리가 아파서 죽겠다"며 응급상황을 알렸지만, 정확한 주소를 말하지 못했고 상담원은 "지도 앱에서 위치를 확인해 다시 전화 달라"며 "주소를 찾고 다시 전화주세요"라고 말한 뒤 전화를 종료했다.
이후 시아버지는 다시 전화를 걸지 못했고, 119 역시 콜백이나 신고 접수를 하지 않았다. A씨는 "당시 집안에는 병원 영수증과 각종 서류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주소를 찾기 위해 서류를 뒤진 흔적처럼 보였다"고 주장했다.
A씨는 "70대 노인이 고통을 호소하며 구조 요청을 했는데, 지도 앱으로 위치를 찾으라는 게 현실적인 대응이었는지 의문"이라며 "시아버지가 알려준 주소는 실제 없는 주소지만, 이 주소를 검색하면 '유사한 주소란'에 실제 주소가 뜬다"고 했다. 이어 "집 주변에 지구대도 있고, 상담원이 주변 환경에 대해 물어보기만 했어도 목숨을 건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서울종합방재센터 관계자는 "통화 중 '다시 전화 달라'는 질문에 대답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통화가 종료됐다 판단했다"며 "다시 전화를 주실 거라고 생각해서 확인 전화를 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명, 급한 끊김이 있었다면 다시 연락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