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인터넷 카페에 유출…보안 실종 포항 AI데이터센터 착공 정보

입력 2025-12-02 19:30:05 수정 2025-12-02 19: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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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AI데이터센터 착공식 문건 통째로 외부 유출
경북도청 월 주요계획 문건으로 확인돼…부동산 악용 우려도

포항의 한 지역 입주민 인터넷카페에 올라온
포항의 한 지역 입주민 인터넷카페에 올라온 '글로벌AI데이터센터' 착공식 게시글. 인터넷 캡쳐

경북 포항시가 보안 속에 준비해 온 '글로벌AI데이터센터' 착공식 일정이 일반 주민들에게 유출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경북도가 작성한 관련 문건이 최근 지역의 한 인터넷커뮤니티에 그대로 게시되며 확산된 것으로 확인된다.

최근 지역의 한 입주민 인터넷카페에는 '12월 15일 월 글로벌 AI데이터센터 착공식 개최 예정'이라는 글이 게시됐다. 해당 게시글에는 글로벌 AI데이터센터의 착공식 시간과 참석자, 주요 내용 등이 담긴 공공문건 사진이 올려져 있다.

매일신문 취재 결과, 해당 사진은 경북도에서 작성한 '월 주요업무 추진 계획'의 일부분을 캡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 주요업무 추진 계획'은 매월 경북도가 모든 부서의 주요 역점시책과 행사 계획이 총망라된 문서다. 경북도 소속 공무원들과 출입 언론인 일부에게만 배포되는 자료다.

문제는 해당 착공식이 포항시 내부에서는 '보안사항'으로 분류돼 있었던 행사였다는 점이다.

포항시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글로벌AI데이터센터 일정이 내부 관계자 외에는 공유하지 않는 방식으로 관리돼 왔으나, 도청 문건이 외부로 흘러나가면서 사실상 보안이 무력화된 셈이 됐다.

글로벌AI데이터센터는 2조원대의 투자가 이뤄지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착공 일정과 위치 정보는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유출된 자료가 부동산 투자자나 중개업자들 사이에서 확산되며, 특정 지역의 토지 가격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특정 지역의 토지 정보를 묻는 글과 해당 지역 개발 가능성을 추정하는 게시물까지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주요업무 추진 계획 문서가 기밀문서도 아니기 때문에 어디서 흘러나갔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공식 발표 이전에 어떻게 정보가 무분별하게 퍼질 수 있었는지 경위를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글로벌AI데이터센터는 포항이 미래 신산업 도시로 도약하는 핵심 인프라로 평가되며, 향후 대규모 일자리 창출과 산업 생태계 확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업이다.

그러나 이번 문건 유출 사태로 인해 첫걸음을 떼기도 전에 보안 논란이 불거지면서, 관계 기관의 신속한 대응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지역 산업계 관계자는 "초대형 국가·지자체 프로젝트는 정보 관리가 생명이다. 유출된 정보가 불필요한 투기 수요를 자극하면 사업의 본래 취지가 흐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