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정수 미래에셋자산운용 리서치본부장
"산업 구조 변화에 주목" … AI·전기차 등 밸류체인 중장기 성장 구간 투자
코스피 47% 오를 때 미래에셋코어테크펀드 수익률 83%
"내년에도 반도체 섹터 유망 … 소부장·2차전지 ESS 주목"
주식시장 변동성이 높은 요즘,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다. 시장에 남아 지수를 따라갈 것인가, 안전자산으로 이동할 것인가. 이 고민에 미래에셋코어테크펀드는 기술의 변화와 구조 변화 속에서 기회를 찾으라고 답한다. 미래에셋코어테크펀드는 국내 펀드시장이 상장지수펀드(ETF)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공모펀드가 위축되는 가운데서도 '엣지' 있는 운용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에 주목하며 시장을 이긴 수익률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펀드는 한국 IT 섹터를 중심으로 AI, 전기차, 첨단 제조 밸류체인의 중장기 성장 구간에 투자한다. 단순히 지수를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진입 장벽이 높은 기술이나 핵심 기술을 국산화할 잠재력을 보유한 기업, 산업 내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기업을 선별해 집중하는 액티브 전략을 취한다.
지난 2019년 10월 코어테크펀드 설정 당시 1000여개에 달하는 국내 주식형 펀드는 대부분 단순 벤치마크 따라가기에 머물렀다. 반면 미래에셋코어테크펀드는 지수를 따르기보다는 성장 산업의 구조적 변화에 방점을 뒀다.
해당 펀드 운용을 총괄하는 김정수 미래에셋자산운용 리서치본부장(사진)은 "당시 지수를 따르는 펀드는 많았고, 단순 테마나 패시브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웠다. 종목당 10% 룰이 있는 액티브 펀드는 그 이상 투자가 가능한 ETF 대비 강점도 약할 수 밖에 없다"면서 "기회는 여기에 있었다. 벤치마크를 버리고 코스피는 참조지수로만 활용할 뿐 구조 성장이 가능한 IT 산업 중심으로 펀드를 짰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코어테크펀드는 경쟁사 액티브 펀드나 ETF와 딱 들어맞는 비교군이 없다.
현재 구조적 성장 테크산업으로서 인공지능(AI)가 트렌드인만큼 대형 반도체 종목들의 비중이 크지만 단순 반도체 종목만 편입하는 건 아니기에 여타 펀드와 뚜렷한 차별점을 보인다. 반도체와 반도체장비 및 소부장, 전력·인프라 등 AI 인프라, 플랫폼·인터넷·소프트웨어, AI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2차전지와 디스플레이(폴더블) 등 네 부분에 중심을 둔다. 미래에셋코어테크펀드는 현재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기판 등 하드웨어 핵심 축을 중심으로 20개 내외 종목을 운용하고 있다.
다양한 서브섹터 간 상이한 사이클을 활용하면 전체적인 펀드 변동성도 관리가 가능하다. 요즘처럼 시장의 변동성이 과도할 땐 특정 섹터·종목 비중을 과감히 줄여 하락 구간의 낙폭을 줄인다. 섹터별 변동성은 좋은 종목을 싸게 담는 기회가 된다. 사이클별로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재배분하는 점은 곧 펀드의 성과로 이어진다.
김 본부장은 "전체적으로 시장 사이클과 밸류에이션을 보면서 상대적으로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전략을 운용하고 있다"며 "선제 편입하거나 비중이 낮은 성장 기업을 리서치 기반으로 먼저 발굴해 담으면서 액티브의 기회가 생긴다. 국면별로 주도 섹터와 종목에 대한 집중적 투자를 유연하게 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에셋코어테크펀드의 '엣지' 있는 전략은 실제 숫자로 입증되고 있다.
지난 30일 종가 기준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4.13%, 참조지수인 코스피 지수가 2.09% 하락하는 동안에도 선방했다. 3개월 수익률은 46.97%(코스피 22.85%), 6개월과 1년 수익률은 각각 82.63%(47.06%), 108.66%(56.77%)다. 코스피 지수 상승률을 늘 2배 이상 뛰어넘었다.
뛰어난 수익률 속에 코어테크펀드의 순자산도 빠르게 늘었다. 론칭 당시 32억원 정도였던 순자산(AUM)은 이달 1일 기준 6년여 만에 9810억원에 이르는 규모까지 성장했다. 순자산은 펀드가 운용하고 있는 총 자산 규모로, 펀드에 투자된 돈과 운용 중에 발생한 평가이익 등을 포함한다.
◆반도체, 내년에도 맑음 … 소부장·2차전지 ESS 주목
올해 국내외 증시가 AI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급등해온 만큼 시장에는 고점론, 거품론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래에셋코어테크펀드는 반도체를 비롯해 관련 밸류체인의 지속적인 중장기 성장에 무게를 둔다. 최근 AI 열풍은 AI 반도체 수요,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등 산업 구조 변화에 기반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본부장은 "AI·데이터센터 투자가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에 중장기 비중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단기 과열 구간에서는 개별 종목별로 비중을 조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반도체 대형주 중심이던 시장의 색깔은 다소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안정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대규모 설비투자 등의 수혜로 중소형 테크 종목들의 반등세에 주목한다는 게 김 본부장의 전망이다.
김 본부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기울기로 오르진 않겠지만 천천히 오르는 와중에 수혜를 받을 수 있는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종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그간 설비 투자에 소극적인 대형사들이 설비 투자를 재개했을 때 소부장 업체들의 실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가능성 높은 저평가된 회사의 비중을 확대해가고 있다"고 전했다.
2차전지 업종에 대해서는 과거처럼 '섹터 전체 베팅'이 아닌, 수익성과 경쟁력이 입증된 소수 기업 중심의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2차전지 산업 성장의 핵심 동력은 전기차 시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 보조금 축소, 판매 성장세 둔화,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내년도 신차 출시 계획 축소 등으로 전기차 중심의 성장 기대는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와 달리 AI 투자 확대에 따른 데이터센터 구축 수요는 오히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특성상 대규모 전력 사용과 안정적 공급이 필수적이며, 전력망 부하를 방지하기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정수 본부장은 "ESS 분야는 한국 기업들이 이미 미국 현지 공장을 확보하고 있어 경쟁력 측면에서 유리하다"며 "미국 정부가 중국 업체들을 배제하는 흐름도 한국 기업들에는 기회 요인이 되고 있다. 환경 변화에 맞춰 ESS 및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관련 종목 비중을 선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등 회사가 만들면 다르다" 회계사 출신 리서치맨의 포부
김정수 리서치본부장의 커리어는 다소 독특하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일회계법인에서 회계사로 사회 첫발을 내디뎠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 합류한 건 2011년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지나며 코스피지수가 800포인트에서 2000포인트로 다시 치솟던 시절 직접 투자에 입문하며 시장의 매력에 빠진 그다. 단순한 감사 업무에서 나아가 직접 투자로 연결되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
김 본부장은 "당시 주식시장을 보면서 기회에 올라타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가장 큰 회사에서 들어와서 많은 것을 배우길 바랐다. 당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국내 점유율 55% 이상을 차지한 1등 회사였기에 다양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소회했다.
회계사 출신이라는 배경은 그의 핵심 강점으로 꼽힌다. 복잡한 재무제표 뒤에 숨은 이익 구조와 비용 구조를 읽어낼 수 있는 숫자 감각과 기업의 사업 모델 및 산업 구조를 함께 분석하는 능력은 미래에셋코어테크펀드의 전략을 성공으로 이끄는 밑바탕이 됐다.
패러다임의 변화로 밸류에이션이 리레이팅되는 기업, 시장의 소외를 받고 있지만 긍정적인 변화가 있는 기업에 역발상적으로 접근한다. 리서치본부에서 이뤄지는 한 해 1000번 이상의 기업 미팅을 통해 좋은 회사와 기회를 찾을 때마다, 산업의 변화를 읽을 때마다 그는 깊은 희열을 느낀다. 산업의 미래를 상상하고, 현실의 숫자를 확인하면서 그의 지적 유희는 배가 된다.
김 본부장은 "기업의 숫자 뒤에 숨은 비즈니스 모델과 산업 변화를 읽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며 "투자 성과가 뜻대로 나지 않을 때면 스트레스는 무척 심하긴 하지만 매너리즘에 빠질 틈이 없는 이 업무가 적성에 딱 맞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