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추협 창립 멤버로 8·9대 이사장 역임
"사랑의 일기 효과 입증 때 가장 감동"
한때 일기 쓰기가 인성 교육에 탁월한 방법으로 평가받으며 국내외 초등학생 600만 명 수준으로 '사랑의 일기 운동'이 확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초등학생 일기 검사에 대해 인권침해라고 판단한 2004년 이후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이 취소되고 일기를 쓰는 학생도 대폭 줄어드는 부침을 겪었다. 그럼에도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이하 인추협)는 35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사랑의 일기 운동을 지속해 왔다.
고진광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이사장은 "일기 쓰기는 비록 작은 습관에서 출발하지만, 작은 성찰과 다짐이 모일 때 한 사람의 삶에 깊은 변화를 일으키고 나아가 사회의 건강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추협 창립 멤버로 8·9대 이사장을 역임했다. 인간성 회복 운동에 뛰어든 계기가 무엇인지.
▶1990년대 초반 가정폭력, 학교폭력, 공동체 붕괴 등 우리 사회에 크고 작은 아픔이 확산되는 것을 보면서 '교육과 일상에서 인간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꼈다. 이후 인추협의 주요 사업인 사랑의 일기 운동에 동참했고 조직 운영과 사업 확장에 크고 작은 역할들을 맡아 왔다.
-사랑의 일기 쓰기 운동을 해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최근 사랑의 일기 운동에 참여한 학교에서 '학폭 0건·자살 0건'이라는 결과가 나온 사례들을 직접 확인했을 때 감동했다. 대구 남송초와 경북 모아초가 대표적인 사례다. 매일 자신의 마음을 쓰는 습관이 아이들의 삶을 안전하게 만드는 힘이라는 것을 입증한 순간이었다.
-일각에선 일기장 검사 관행이 학생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아동의 기본권(사생활의 비밀·양심의 자유)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권위의 지적은 충분히 존중한다. 그러나 인권위가 지적한 취지는 교육 현장에서 학생의 인권이 침해되는 상황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지, 일기 쓰기 지도 교육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일기 쓰기 자체의 교육적 가치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평가·징계의 수단으로 일기를 활용하면 문제지만, 자발성·비밀보장·상담 연계가 전제된 일기 쓰기는 아동의 정서발달과 자기성찰을 돕는 중요한 교육 도구다. 단순한 금지나 배제보다는 운영 원칙을 정비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사랑의 일기 운동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진행됐으면 하는가.
▶지역 학교의 성공 사례를 교육청 차원의 정책(연수·예산 지원)으로 연결해 동일한 모델이 인접 학교로 확산하길 바란다. 또 일기 쓰기는 가정의 뒷받침이 클수록 효과적이다. 학부모 워크숍·지역 도서관·문화시설 연계 프로그램으로 가정·학교·지역의 삼각 지원망을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이들의 작은 글쓰기가 결국 공동체를 살리는 힘임을 30여 년 경험으로 확신한다. 인추협 이사장으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아이들이 스스로의 마음을 표현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남은 삶을 바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