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증권사 7곳 CEO 연말연초 임기 만료
실적 개선에 대대적인 물갈이보다는 연임 무게
내부통제 이슈에도 경영 안정 기조 유지 전망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이어지는 증권업계 최고경영자(CEO) 인사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 증시 호황이 지속되며 주요 증권사 실적이 개선된 만큼 업계에서는 대대적인 물갈이보다는 기존 대표들의 연임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위 10대 증권사 중 7곳의 CEO 임기가 올해 말부터 내년 3월 사이에 만료된다.
오는 12월 김성현·이홍구 KB증권 대표와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의 임기가 종료되며, 내년 3월엔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가 임기가 끝난다.
KB증권은 조만간 열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CEO 후보군을 검토한다. 업계에선 김성현·이홍구 KB증권 각자대표가 연임 연장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KB증권은 WM(자산관리)과 IB 부문에서 모두 괄목할 만한 실적을 냈다. 김성현 대표는 IB 부문에서, 이홍구 대표는 WM 부문에서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KB증권 3분기 누적 IB 영업이익은 366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1.4% 늘었다. WM 영업이익은 728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4.4% 확대됐다.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역시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하나증권은 올해 꾸준한 순이익 성장세를 보이며 그룹 내 비은행 부문 실적을 견인했다. 초대형 IB 인가를 목전에 두고 있는 만큼 경영 연속성 차원에서 연임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되는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도 연임이 유력하다.
미래에셋증권은 3분기 누적 순이익 1조원대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실적 기반을 다졌고 전체 세전이익의 4분의 1 이상을 해외 법인에서 창출하며 글로벌 확장 능력도 입증했다. 특히 지난달 24일 이뤄진 그룹 임원 인사에서 두 대표가 자리를 유지하면서 사실상 연임이 확정된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당국으로부터 IMA 사업자로 선정된 만큼 경영의 연속성을 위해 현 체제를 유지할 명분을 더해준다.
호실적에 힘입어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의 연임도 확실시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증권사 가운데 처음으로 상반기 영업이익(1조1479억원) 1조원을 돌파했다. 실적 대부분은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에서 나오는 한국금융지주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5151억원에 달하며 연내 2조클럽 진입 가능성까지 나온다.
NH투자증권도 1조클럽에 가입하면서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의 연임에 청신호가 켜졌다. NH투자증권은 3분기 전년 대비 107.9% 급증한 391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누적으로는 1조22억원이다.
메리츠증권을 이끄는 장원재 대표의 연임도 유력하다. 메리츠증권의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4485억원, 4435억원으로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올렸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 역시 7016억원으로 연내 1조클럽 진입 가능성이 점쳐진다. 호실적과 더불어 장 대표가 리테일 강화라는 숙제 속에 임기를 시작한 만큼 순항 중인 리테일 부문을 이끌 리더십 연속성이 필요하다는 것도 그의 연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세 차례 연임을 이어온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는 스스로 물러나 시장의 이목을 끈다. 2020년 취임한 오 대표는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대신증권은 차기 대표로 진승욱 부사장을 내정하며 세대 교체를 예고했다.
올해 국내 증시 호황으로 증권사들도 호실적을 이어가면서 CEO 대부분이 연임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주요 대형사를 중심으로 발생한 미공개정보 사적 활용 의혹 등 일부 직원 비위,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등 내부통제 이슈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각 증권사는 연임 시즌을 앞두고 리스크 관리 체계를 대대적으로 재정비하고 있다.
최근 미공개정보 사적 활용 의혹이 불거진 NH투자증권은 임원 국내주식 매수 전면 금지를 선언했다. 강도 높은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전담 TFT(태스크포스팀)를 신설, 윤 대표를 TFT장으로 임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김성환 사장 직속의 소비자보호 TF를 신설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 대부분이 역대급 실적을 경신하거나 준하는 성과를 거둔 만큼 리스크가 크지 않은 이상 CEO 연임이 '기본값'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그룹 전략이나 내부통제 이슈에 따라 일부 회사는 교체 가능성도 있다"고 점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