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속도로 건설 계획 반영 시급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눈부신 경제성장은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통해 가능했다. 전후(戰後) 최빈국이었던 한국은 고속도로 건설 이후 인구·물류의 이동 촉진과 자동차·철강·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영남권 중심의 중·화학 공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경부고속도로를 축으로 한 국토 발전·개발 계획 수립과 추진은 난개발이나 국토 불균형 등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를 야기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경제성장 지원 ▷접근성 개선 ▷교통혼잡 완화 ▷주요 시설 연계를 통한 물류산업 지원 ▷접경지역 간선망 구축 등의 포괄적 계획을 담은 '고속도로 5개년 건설 계획'을 2017년부터 발표하고 있다.
다만, 해당 노선에 반영이 됐어도 반드시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또 수십 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만큼 정부 계획에 반영되더라도 기획재정부가 추진하는 예비타당성 조사나 민간투자 적격성 분석 등의 경제 분석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명문화된 상위 계획에 지역의 오랜 숙원 사업들이 반영됐다는 것만으로도 사업 추진의 동력을 얻는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발표되는 고속도로 종합 건설 계획에 반영이 시급한 경북의 핵심 노선들이 적지 않다.
◆'U자형 도로망 완성' 동해안 고속도로
정부는 국토를 동서·남북을 기준으로 각 10개 축을 설정해 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수립, 추진하고 있다. 남북10축 고속도로(동해안 고속도로)는 일부 단절 구간(강원 삼척~영덕, 117.9㎞)의 연결만 이뤄지면 완전체 형태로 운행이 가능하다. 현재 부산~포항(100.9㎞) 구간, 강원 속초~삼척(122.6㎞) 구간, 지난 7일 개통식을 가진 영덕~포항(30.9㎞) 구간 등이 운영 중이다.
동해안 고속도로 전 구간이 개통되면 서·남해안 고속도로와 함께 'U자형 고속도로망'이 완성된다는 의미가 있다. 이미 1970년대 이후 건설 계획이 수립됐다. 2000년대를 전후로 서·남해안 고속도로가 완성되면서 해당 지역은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반면, 동해안은 이 같은 개발 계획으로부터 외면받으면서 심각한 소멸 위기를 겪고 있다.
동해안 고속도로 전 구간이 개통되면 올해 초 개통한 동해선 철도와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봄 초대형 산불 피해 이후 경상북도가 추진하고 있는 영덕 해안마을 관광지화 사업, 고래불 해수욕장 등을 중심으로 한 호텔·리조트 건립을 위한 투자 유치에도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해당 노선이 지나가는 타 지자체의 발 빠른 움직임도 경북도의 마음을 조급하게 하고 있다. 현재 강원 지역은 중앙 정부를 상대로 속초까지 연결돼 있는 동해안 고속도로를 고성까지 44.6㎞ 연장해 줄 것을 줄기차게 건의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도 해당 노선 신설을 두고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한 상태다. 속초에서 고성까지 노선 연장이 이뤄지면, 계획된 동해안 고속도로 구간 중에는 삼척~영덕 구간(117.9㎞)과 지역의 해묵은 숙원 사업인 영일만대교(18.1㎞)만 남게 된다.
울진 원자력발전소 유사 시 주민 대피 및 구호 수송로 측면에서도 동해안 고속도로 건설은 시급하다. 현재 울진은 건설 중 원전 2기를 포함 총 원전 10기가 운영 중인데, 한울원전의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은 반경 30㎞이다. 이렇게 되면, 울진 10개 읍·면 가운데 총 7개 읍·면 3천300여명 주민의 대피로가 필요하다. 이미 7번 국도가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재난대응측면에서도 고속도로 건설 또한 시급하다.
◆산불피해 회복, 남북9축 고속도로
남북9축 고속도로(강원 양구~영천, 309.5㎞)는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고속도로로 건설 난이도가 '극상(極上)'에 가깝다. 총사업비만 14조원8천여억원 수준에 반해서 노선을 통과하는 지자체 대부분은 소멸 위기 지역이기 때문에 경제성이 매우 낮다. 매번 낮은 경제성 대비 편익 분석(B/C) 문턱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사업이 수십 년 넘게 표류했다.
해당 구간 가운데 강원 구간(양구~영월, 약 136㎞) 구간에 대해선 국토교통부가 사전타당성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경북 구간은 약 141㎞(봉화 춘양~영천 고경)로, 해당 구간이 건설되면 지난봄 초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 영양·청송 지역의 회복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전망이다.
도는 영양·청송 등 지역의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산림미래 혁신센터, 자작누리 치유의 숲 조성, 달기약수탕 복원 등을 계획하고 있다. 소멸위기가 높은 지역인 만큼 해당 사업들의 성과를 위해선 접근성 개선이 필수적이다.
해당 노선은 강원과 경북을 잇는 광역도로망 구축을 통해 지역 간 교류 활성화 등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측면에서도 사업 추진의 당위성은 충분하다.
도는 이달 초 열린 국민의힘 예산정책협의회를 통해 지역 정치권에 예타 조사 용역 추진을 위한 내년도 국비 20억원 지원 등을 건의한 상태다.
◆지역 자동차 산업에 날개를, 경산~울산 고속도로
자동차 공업단지 등 공업도시인 울산~수도권 물류 이동을 위해선 현재 신대구부산고속도로(밀양울산 고속도로 경유)와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고 있다. 울산에서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경산으로 이동할 경우엔 소요 시간은 약 52분(73㎞), 신대구부산고속도로의 경우엔 경산까지 55분(78㎞)이 소요된다. 반면, 경산~울산 간 고속도로 건설이 이뤄지면 이동거리는 약 23㎞, 시간은 약 16분 정도가 단축돼 물류 비용 측면에선 연 2천억원 수준의 절감 효과와 함께 고용유발 효과 2만4천여명 등 기업 경쟁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추산 사업비로는 약 3조1천억원으로 예상되지만 해당 노선이 연결되면 '대구경북', '울산'의 광역권 간 연결 측면에서 유·무형의 가치가 있다. 동남권의 새로운 도로망 연결을 통해 침체 위기에 놓인 지역 자동차 제조업 발전에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재명 정부는 지역 균형 발전 전략으로 '5극 3특 체제'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정부 정책 측면에서도 효과는 클 것으로 분석된다.
도와 울산시 등은 지난 9월 국회에서 조지연 의원(국민의힘·경산)과 함께 해당 노선 신설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는 한편, 중앙 정부를 상대로 고속도로 건설 계획 반영 등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남북9축·동해안 고속도로는 정부의 제3차 고속도로 건설 계획안 반영과 함께 예비타당성 조사 용역 추진을 위한 국비 확보도 시급하다"며 "낙후된 지역 발전의 마중물이 될 수 있는 만큼, 균형 발전적 측면에서 해당 구간 건설 등이 반드시 상위 계획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