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청 "허가 취소 검토"
대구 동구청의 행정 착오로 주택가와 인접한 곳에 대형 전광판이 설치돼 늦은 오후까지 광고를 송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근 주민들이 빛공해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구청은 전광판 허가 취소 검토에 나섰다.
지난 17일 밤 대구 동구 동대구역 네거리 한복판에는 가로 12.8m, 세로 17.3m 크기의 대형 전광판이 번쩍였다. 지난 9월부터 광고 송출을 시작한 전광판은 오후 9시가 넘은 시각에도 환하게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문제는 전광판이 설치되기 전인 지난 2022년 직선거리로 50m도 채 되지 않는 곳에 322세대 규모 아파트가 들어섰다는 점이다. 이날 전광판과 아파트를 둘러본 결과 일부 세대는 전광판 화면에서 반사된 빛이 거실창 전체를 비추고 있어 일상 생활조차 쉽지 않아 보였다. 진작에 해가 진 늦은 시각임에도 암막커튼을 쳐두고 생활하는 곳도 적잖았다.
18일 동구청에 따르면 전광판 설치 이후 지금까지 접수된 관련 민원은 전화만 100건이 넘는다. 주민들의 방문 민원과 안전신문고 접수, 정보공개 청구도 이어지고 있다. 한 입주민은 지난 17일 빛공해를 호소하며 대구시에 행정심판을 청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주민 피해가 동구청의 행정 착오로 촉발됐다는 점이다. 해당 전광판이 있는 동대구역 네거리는 상업지역 내 중요 시설물 보호지구로, 옥외광고물법 시행령 24조에 따라 상업적 목적의 타사 광고를 송출할 수 없는 곳이지만 동구청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지난해 8월 설치 허가를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전광판은 현재 전체 송출시간(오전 6시~오후 11시) 중 80%를 타사광고를 송출하고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동구청 행정 실수가 없었다면 애초에 대형 전광판이 들어서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빛공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한 입주민은 "매일 밤 11시까지 전광판이 번쩍거려서 잠을 잘 수가 없고, 커튼을 쳐놓고 생활한 지 두 달째"라며 "현행법에 맞게 자사광고만 허용했다면 애초에 수익을 목표로 한 대형 전광판이 들어서지는 않았을 것이다. 동구청은 행정 착오를 인지하고도 당장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동구청은 옥외광고물법 해석에 착오가 있었다며 정부 부처 검토 등을 거쳐 허가 취소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동구청 관계자는 "당시 옥외광고물법 시행령 제14조에 따라 중요 시설물 보호 지구라도 상업지역에는 광고물 표시가 가능하다는 해석을 해 허가를 내줬다. 당시에도 주민 피해를 우려해 밝기 제한 등 조건을 달았는데, 타사 광고를 송출할 수 없다는 조항은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며 "최근 법령 검토 결과 전광판 허가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질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