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역사의 시점은 미국발 경제위기였던 2008년, 청년층 비트코인 열풍이던 2017년, 코로나19 2021년"
앞으로 가상자산 시장의 큰 변수는 미국…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인정하면서 한국도 영향받을 수밖에
"가상자산은 지원의 대상일까요? 규제의 대상일까요?"
가상자산이 단순한 투기 시장이 아니라, 규제와 제도 변화에 따라 움직이는 새로운 금융 질서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정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7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에서 가상자산의 역사와 변화하는 규제 환경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 교수는 가상자산의 역사를 관통하는 시점을 세 개의 해로 구분했다. 첫 번째로는 비트코인 창시자로 불리는 사토시 나카모토가 블록체인에 기반한 전자거래 시스템을 세상에 선보인 2008년을 꼽았다.
이 교수는 "2008년에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해였는데, 사토시는 당시 화폐를 발행하는 국가와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신 속에서 기존 질서에 기대지 않는 새로운 결제 시스템을 제시했다"며 "중앙화된 화페 질서에 대한 문제의식이 비트코인을 탄생시킨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전환점은 부동산과 주식 시장 진입이 어려웠던 청년층을 중심으로 코인 열풍이 번졌던 2017년이다. 기성세대는 '가치 없는 자산에 청년들이 휩쓸린다'고 우려했지만, 청년층에게는 자산을 불릴 수 있는 새로운 통로로 받아들여졌다.
세 번째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친 2021년이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당시 미국이 돈을 풀면서 해결했는데, 화폐 가치가 떨어졌고 투자자산 중 하나인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비대면 환경 확산도 가상자산 시장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2023년 이후부터는 국내에서 가상자산 규제가 본격적으로 제도화됐다. 권도형의 테라·루나 사태로 가상자산에도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또 김남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코인 논란은 같은 해 5월 공직자 가상자산 신고 의무화로 이어졌다.
이듬해에는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기도 했다. 거래소가 투자자의 자산을 임의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해킹·시세조작 등 불공정 거래를 규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가 관련법을 제정하면서, EU의 암호자산시장법(MICA)을 참고하게 된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가상자산이라는 새로운 것이 등장하면 기존 법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며 "미국은 가상자산 상당수를 증권으로 간주하고 감독기구가 이원화돼 우리와 상황이 달랐다. 반면 EU는 우리와 유사한 자본시장 법제를 갖추고 있어 가장 현실적인 참고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2025년 가상자산 시장의 가장 큰 변수를 미국으로 꼽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비트코인을 전략자산으로 인정하면서 한국 역시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가상자산을 지원해야 하는지, 규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있다. 가상자산이 정말 금융의 역할, 즉 '자원이 필요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