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위간부 출신 "위기의 검찰 감정 대신 원칙과 독립"

입력 2025-11-16 14:23:58 수정 2025-11-16 15: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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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현 상황… '정치적 감정'이 만든 난국 진단
지휘부 부재가 혼란 키워…정치권력에서 진정한 독립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로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사법연수원 29기·대검찰청 차장검사)이 자진 사퇴하면서 검찰이 지휘부 공백 사태를 맞았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 대행의 사표가 수리되는 즉시 검찰은 '대행의 대행' 체제에 들어간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둘러싸고 검찰 내부에서 발생한 '검란(檢亂)'을 잠재우기 위해 법무부가 서둘러 대검 차장 공백을 메웠지만 후폭풍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매일신문은 고검장과 지검장을 지낸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들에게 현재 검찰의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앞으로 검찰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들은 검찰의 현 위기 상황에 대해 '정치적 독립성 훼손', '지휘부 공백', '감정적 대응'을 핵심 문제로 꼽았다. 검찰 구성원들이 현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감정' 대신 '원칙'과 '절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정 아닌 원칙과 절제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은 현재의 정국과 검찰의 위기를 두고 "정치적 판단이 감정적으로 흐르며 스스로 수렁에 빠진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검찰 내부에서 사건의 실체를 충분히 알지 못한 채 성급한 비난이 오가는 분위기를 경계하며, "감정적 동기에서 움직이는 것은 조직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지적했다.

김 전 고검장은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 "검찰이 과거 감정적 대응으로 큰 오해를 불러일으킨 사례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후배 검사들이 조직을 무리 없이 이끌고 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치적 충돌보다 내부의 절제와 균형"이라고 조언했다.

◆정치권력에서 진정한 독립

이주형 전 서울고검장은 검찰이 정의를 세우는 기관으로서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수사와 기소 및 공소유지에 있어서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번 항소 포기 사태로 발발한 난국 역시 "결국 정치권이 검찰권 행사에 영향을 끼친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러한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검찰의 수사 기능 폐지 주장에 대해서는 직접주의 원칙을 들어 반대했다. 그는 "판사가 피고인과 증인의 진술을 직접 듣고 유죄 여부에 대한 심증을 형성하듯이 검사가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을 듣고 심증을 형성한 후 기소, 불기소를 결정해야 한다"며, "오로지 경찰의 조사 내용만 보고 기소 여부를 결정하면 억울한 사람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전 고검장은 해결책으로 "프랑스 사법평의회 제도와 같이 정치권의 변동과 관계없이 독립적인 법원, 검찰 인사가 이루어지도록 제도를 갖추고 사법기관의 진정한 독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휘부 부재가 혼란 키워

서울고검장 출신 A 변호사는 검찰 혼란의 핵심 원인을 "지휘부 부재가 만든 의사결정 공백"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총장이 있었다면 권한 안에서 조정·해결할 수 있었던 사안을 지휘 라인 부재로 방치하면서 문제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A 변호사는 "원래 내년까지 재임해야 할 자리에 수장을 두지 않음으로써 여러 혼선이 발생했다"며 "의사결정 정권이 오류를 걸러낼 시스템을 만들지 못한 것 역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고검장과 지검장들이 의견을 모아 총장권한대행과 논의하여 검찰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기동 전 대구지검장은 "법무부나 대검의 수뇌부는 희망이 없지만 일선 검찰청의 젊은 검사들은 여전히 강직하고 올바르다"고 언급하며, 일선 검사들에 대한 신뢰를 표했다. 그는 "앞으로 검찰 운영에 젊은 검사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