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후배·교사 열띤 응원전, 부모·조부모는 망부석 기도
경찰 도움 16건…"고사장 착각" "수험표·도시락 두고 갔다"
13일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가운데 대구경북 시험장 곳곳에서 응원열기가 이어졌다. 올해 수능에서도 시험장을 착각하거나 수험표를 두고 오는 등 크고 작은 실수가 잇따르면서 경찰의 긴박한 수험생 이송작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곳곳에서 응원전
13일 대구여고 시험장에서는 수능을 치는 선배들을 응원하는 후배들의 행렬과 자녀를 응원하는 학부모들의 발걸음으로 북적였다.
같은 학교 선배들을 응원하러 자진해서 왔다는 대구중앙고등학교 재학생들은 '대구중앙고 수능대박'. '생명과학 만점받자' 등 직접 만든 피켓을 들고 일렬로 나란히 서서 '떨지 말고 잘봐!', '하던대로만 해' 등 응원 구호를 외쳤다.
이날 응원 행렬에 함께한 손진현(대구중앙고·2학년) 군은 "오늘 대구여고 시험장에 친누나도 입실했는데 긴장할까봐 '수능 별거 없다, 떨지 말고 다녀와'라고 한마디 했더니 웃으며 교문으로 들어갔다"며 "누나가 일찌감치 실내 디자인 전공을 꿈꿔왔는데 시험을 잘 치러서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간단한 간식 꾸러미를 만들어온 교사들도 눈에 띄었다.
정화여고 고3 담임인 장용선(40) 씨는 "제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선생님들이 시험장으로 삼삼오오 흩어져 응원도 하고 간식도 준비했다"며 "대구지역 수험생 모두 공부한다고 고생 많았고, 어려운 문제를 만나도 배웠던 개념을 떠올려 좋은 성과를 거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덕원고등학교 시험장에서도 수험생 가족들의 간절한 모습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었다. 손자가 시험을 치러 왔다는 한 할머니는 학교 뒤편에 보이는 절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였다.
혹시나 자녀가 놓친 게 있을까 입실 마감시각까지 교문 앞을 떠나지 못하는 학부모도 보였다.
학부모 한동윤(50) 씨는 "7시 반에 아이를 데려다 주면서 침착하고 긴장하지 말라고 해줬다"며 "올해는 황금돼지띠라 아이들 인원도 많고 의대 정원 백지화로 수험생들이 많이 늘어서 현역인 고3 아이들 긴장도가 높아진 것 같다. 제가 다 긴장돼서 혹시나 아이가 두고 온 게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8시 반까지 밖에서 기다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학령인구가 갈수록 줄면서 수능날 분위기가 조금씩 차분해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험장 앞에서 교통정리를 도운 이상수 수성모범운전자회 부회장은 "옛날에는 선배들이 와서 꽹과리도 치면서 응원했는데, 요즘은 조용한 분위기다. 해마다 시험치는 학생들이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돌발상황에 경찰도 분주
수능날 아침 경찰 활약도 돋보였다. 수험표나 신분증을 두고 오거나 교통정체로 시험에 늦게 생긴 수험생들은 경찰 도움을 받은 뒤에야 무사히 시험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날 오전 대구경찰청과 경북경찰청에 접수된 수능 관련 112 신고는 각각 7건, 9건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55분 운암고에서 시험을 칠 예정이었던 수험생 A군으로부터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시험장을 운암고가 아닌 '구암고'로 착각하고 구암고로 왔는데 혼자 대중교통을 타고 오다 보니 마땅한 교통편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입실 시간을 15분 남겨두고 접수된 다급한 신고에 인근에 있던 경찰은 순찰차로 A씨 수송에 나섰고 늦지 않게 운암고에 도착할 수 있었다.
포항 북부지역 한 삼거리에서는 교통 관리를 하던 교통경찰에게 다급한 표정의 아버지가 "아이가 수험표와 도시락을 두고 갔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경찰은 곧바로 수험표를 건네받아 오토바이로 시험장까지 달려가 지각 위기를 막았다. 또 다른 포항 시내에서는 수험생을 태운 차량이 가벼운 접촉사고로 멈추자, 출동한 경찰이 수험생만 먼저 다른 차량에 옮겨 태워 시험장까지 신속히 이동시켰다.
경찰은 시험장 환경 관리에도 나섰다. 대구경찰청은 입실 시간이 지난 뒤에도 시험장 주변에 머물며 차량 소음 유발 행위를 계도하는 등 교통관리를 이어갔다. 경북경찰청도 문경여고 시험장에서 경찰이 공사장비를 내리는 작업자를 발견, 즉시 공사업체에 공사 중단을 조치하는 등 시험 환경 해 소음 발생을 미리 막았다.
경찰 관계자는 "수능 당일만큼은 수험생들이 작은 실수나 돌발 상황으로 시험을 망치는 일이 없도록 현장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험장 주변 교통 관리와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