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불투명 '할인' 관행 개선해야" vs. 의료계 "수익 악화로 동네 의원 고사"
의협, 11일 세종시 복지부청사 앞에서 궐기대회 열어
혈액, 소변 등 '검체 검사'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대립하고 있다. 불필요한 할인 관행 등으로 의료기관과 검사기관의 불투명한 거래를 바로잡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의료계는 현실을 외면한 행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의사 X-레이 사용 허용, 수급불안정 의약품 성분명 처방 의무화 등 정부와 의료계가 대립하는 사안들이 계속 발생, 자칫 '제 2의 의정갈등 사태'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또한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앞에서 '검체검사 제도개편 강제화 중단 촉구 대표자 궐기대회'를 열었다.
김택우 의협회장은 "검체검사는 국민건강을 지탱하는 필수의료의 근간"이라며 "정부가 밀어붙이는 개편안은 검체검사 수탁 비중이 높은 1차의료기관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료계가 비판하는 검체검사 제도 개편안은 한 달 전쯤인 지난달 14일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공식화됐다. 복지부는 병·의원에게 지급하는 위탁검사관리료를 폐지하고 병·의원과 검사기관에 보험료를 나눠주는 방식으로 검체검사 건강보험료 지급 방식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현재 병·의원에 혈액검사나 소변검사를 받게 되면 병·의원은 환자로부터 채취한 혈액과 소변 등 검체를 '검사센터'라 부르는 검사기관에 보낸다. 이 과정에서 건강보험은 혈액검사 등에 드는 비용(검사료)의 110%를 검사를 의뢰한 병의원에 지급한다. 병의원은 이 중 10%의 위탁검사관리료를 제외한 100%를 검사를 진행한 검사센터에 보내주는 것이 원칙이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검사기관이 병·의원의 검체 수탁을 수주하기 위해 검사료의 일부를 되돌려주거나 검사료를 할인해주는 방식의 관행이 자리잡았다고 보고 있다. 이 관행의 문제점은 무리한 비용 할인으로 수익성이 나빠진 검사센터들이 최신 장비 도입이나 전문 인력 충원 같은 재투자에 소홀, 검사 품질 저하로 이어져 결국 부정확한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불이익이 갈 수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개편으로 절감되는 재원을 의사들의 진찰 행위에 대한 보상, 즉 '진찰료'나 '상담료'로 되돌려주겠다는 '당근책'도 제시한 상태다.
의료계는 정책 수립과정의 문제점과 현실을 외면한 행정이라며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협은 11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의료계와의 공식 협의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방안을 언론보도로 공론화하고 나아가 수가 조정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정부의지대로 강행하려 한다"며 "정부는 의료현장의 절박한 목소리와 현실적 여건을 철저히 무시한 채, 제도개편을 행정 명령식으로 강제함으로써 의료의 질 저하와 환자 안전에 대한 국민적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또 의료계 내부에서는 검사기관의 과열 경쟁을 병·의원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으며 현재의 관리료가 피를 뽑고 검체를 보관하며 결과를 환자에게 설명하는 데 드는 행정 비용과 노력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비현실적인 수가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한 개원의는 "혈액이나 소변 샘플이 변질되지 않게 해서 검사기관에 전달하는 데 드는 비용을 따지면 위탁검사관리료라도 있어야 유지가 가능하다"며 "영세한 1차의료기관은 '돈이 안 된다'며 검체검사를 포기할 수도 있고, 결국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복지부가 (개편을) 강행한다면 우리는 검체검사 전면 중단을 선언할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한 의료 공백의 모든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협은 오는 16일 국회 앞에서도 검체검사 제도 개편과 성분명 처방 도입 법안, 한의사 X레이 사용 허용 법안 등에 반대하는 대표자 궐기대회를 열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