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열풍'이 불면서 강가나 운동장 등지에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달리기는 오히려 호흡기 건강을 지키는 든든한 친구가 될 수 있다. 달리기는 돈이 들지 않고, 장소의 제약이 없고,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실천하기 쉬운 운동이라는 점에서 많은 각광을 받고 있다. 이는 증상이 발생한 후 병원을 찾는 사후 치료보다, 평소 꾸준한 운동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는 생활 속 예방법으로서의 가치가 크다.
러닝에 있어 대부분의 관심은 관절 건강에 쏠려있지만, 오히려 숨 쉬는 방법을 제대로 익히지 않으면 러닝을 오래 하기 힘들다. 최근 날씨 또한 추워지는 중이라 러닝 중 호흡기의 불편함 또한 가중될 수 있다.
김상훈 대구 더원이비인후과의원 수성점 원장은 "달리기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는 운동 후 목이 아프거나 숨쉬기가 불편해지고, 비염 증상이 심해졌다며 진료실을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러닝은 분명 건강에 좋은 운동이지만, 귀·코·목 건강과 연결해 올바로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 코로 숨쉬어야 할까, 입으로 숨쉬어야 할까
달리기를 시작한 이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중 하나가 "뛰다 보면 입이 벌어지는데 괜찮은가"다. 김상훈 원장은 "가능하다면 코 호흡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코는 외부 공기를 따뜻하게 데우고 적절히 습도를 유지한 채 폐로 보내는 필터 역할을 한다. 반면, 입으로 급하게 숨을 쉬면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바로 목과 기관지로 들어가 자극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겨울철 달리기 초보자들이 러닝 후 인후통을 호소하는 가장 흔한 이유가 입 호흡으로 인한 목 점막 자극이다. 그러나 속도를 높이거나 언덕을 오르는 등 호흡량이 급증하는 순간에는 자연스럽게 입 호흡이 섞인다. 이때 억지로 코만 쓰려 하면 오히려 과호흡과 어지럼증이 생길 수 있다. 평소에는 코 호흡을 중심으로 하고, 필요할 때는 코와 입을 함께 쓰는 혼합 호흡이 가장 무리가 없다.
비염이 있는 경우 겨울철 달리기에 대한 도전이 더욱 꺼려지는데, 적절한 강도로 한다면 오히려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운동 중 일시적으로 코가 뻥 뚫리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있는데,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코 점막 부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만 꽃가루가 많은 계절이나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야외 러닝은 비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 미세먼지 '나쁨' 이상일 때는 야외 러닝을 피하고 실내 런닝머신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운동 후에는 생리식염수로 가볍게 콧속 세척을 하면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씻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알레르기 유발 물질 농도가 높은 날에는 러닝 1시간 전 항히스타민제나 비강 스테로이드 스프레이를 전문의와 상담 후 사용하여 증상을 예방하는 것이 좋다.
관리를 잘 한다 해도 만성 비염이나 축농증이 있는 사람은 달리기 도중 코가 막혀 숨쉬기가 힘들다고 느낄 때가 많다. 이런 불편함은 단순히 운동이 힘든 탓이 아니라, 코 안의 구조적 문제나 만성 염증이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비중격만곡증, 하비갑개 비대, 알레르기 비염 등은 공기 흐름을 방해해 산소 공급 효율을 떨어뜨리고, 운동 중 피로를 쉽게 유발한다. 이럴 때는 꾸준한 관리와 함께, 필요시 약물 치료나 내시경적 코 수술을 통해 코 안의 공간이 열리면 호흡이 훨씬 원활해진다.
◆ 이어폰 끼고 뛰어도 괜찮을까
음악은 분명히 뛰는 과정에서 또다른 즐거움을 주지만 이어폰을 끼고 장시간 달린다면 귀에는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주변 소리를 잘 못 듣게 되는 탓에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김상훈 원장은 "러닝 중 이어폰 볼륨은 최대 음량의 60% 이하, 연속 사용 60분 이내가 안전 기준으로 권장된다"며 "주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한쪽 착용, 개방형 이어폰 사용, 음악 대신 리듬감 있는 보행 속도 조절 앱 활용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또 달리기 후 목이 따갑거나 쉬는 증상을 겪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차가운 공기가 목으로 직접 들어가 성대를 자극하거나, 목과 기관지를 자극해 염증을 유발할 수 있고 입으로 빠르게 호흡하는 과정에서 공기가 건조해져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를 예방하려면 운동 전후에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시고, 겨울철에는 넥워머나 마스크로 공기를 적당히 데워서 들이마시는 것이 좋다. 또 갑작스럽게 무리한 인터벌 훈련은 피하고 천천히 강도를 높인다.
김 원장은 "수분 부족은 성대가 마르는 주요 원인이므로, 달리기 중에도 15~20분마다 한 모금씩 물을 마시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도움말 김상훈 대구 더원이비인후과 수성점 원장





